007 노 타임 두 다이 리뷰

드디어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시리즈가 막을 내렸네요. 

 

제임스 본드 역을 하면서 정말 많이 힘들었다고, 계속 시키면 자살할 거라고 말할 정도였는데, 그간의 고생이 무사히 마무리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007 시리즈의 오랜 팬은 아니지만, 오락용으로 재미있게 봐왔고, 게다가 제임스 본드로서, 서는 다니엘의 마지막 영화이기에 이번 영화는 꼭 봐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제목도 멋지지 않나요. 

 

노 타임 두 다이 ㅎㅎ 

 

그래서 저는 다니엘이 안 죽는 줄 알았어요 -0-; 

 

마지막이 좀 허무하긴 했습니다. 

 

영화를 보셨다는 전제 하에서 저의 감상을 적어볼게요. 

 

그 전 제임스 본드들은 매번 바뀌는 본드걸들과의 짧은 연애를 즐기며 사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다니엘의 제임스 본드는 의외로 순애보적인 모습을 보여준 게 크게 다른 특징인 것 같아요. 

매들린과 제임스

007은 애초에 냉전의 산물로 탄생했지만, 현재는 시대가 바뀌었기에, 언제간부터 제임스 본인의 이야기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거기서 만난 적들과의 대결을 보여줬죠. 

 

저는 그것도 나름 흥미롭고 재미있었어요. 

 

냉전 시대를 사는 요원이야기도 좋았지만, 제임스 본드라는 인물 캐릭터가 워낙 특별하니까,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확대해서 보여준 얘기도 새로운 영화같고 좋았습니다. 

 

그래서 다니엘의 제임스 본드가 특별하게 느껴진 것 같아요.  

 

이번 영화에서 좀 아쉬웠던 건, 아무래도 시나리오? 

 

연기나 비쥬얼같은건 나쁘지 않았는데, 제임스 본드의 마지막 싸움의 적이 '사핀'이라는 설정은 좀 아쉬워요. 

빌런 사핀

그리고 사핀이 제임스를 죽여야 할 계연성도 그리 와닿지 않고. 

 

사핀은 제임스의 연인인 매들린의 아버지(스펙터)에게 가족을 다 잃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매들린이 어릴 때 그녀의 집으로 찾아가 매들린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매들린도 죽이려다가 그만두고, 얼음에 빠져 죽어가는 매들린을 살려주죠. 

사핀의 첫 등장

어린 매들린이 기지를 발휘하여, 사핀을 총으로 쐈지만, 방탄조끼를 입은건지 다시 살아났습니다. 

 

가족의 원수의 딸이면서 방금 전 본인을 죽이려한 매들린을 왜 살려줬는지 모르겠고, 그 후 사라졌다가 매들린이 제임스의 아이를 낳고 사니, 이제와서 괴롭히는 것도 참... 

 

그리고 사핀은 도대체 어디서 그렇게 돈이 나서 러시아와 일본 사이의 섬을 통째로 구매, 그런 대형 연구실을 만들고 요원들을 고용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사핀이 구매한 섬

또 그가 있는 장소에 일본식 정원과 타다미가 있는 인테리어도 이상하고요. 

 

이런 억지스러운 와패니즘때문에 욕을 많이 먹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사핀에게 감금됐던 매들린과 아이가 너무나 쉽게 풀려난 것도 좀 맥이 빠지고.. 

 

DNA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바이러스도 어이없는 설정이라 생각했지만, 이건 코로나를 겪고 보니 그럴 듯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제일 인상 깊게 느껴진 건, 본드걸인 팔로마와 제임스가 타고 다닌 세일즈 보트예요 ㅎㅎㅎ

 

팔로마는 너무나 예쁘고 매력적으로 등장했어요. 

팔로마 

분량이 아쉬워서, 계속 이런 액션 영화에 나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3주 교육 받았다는 어리숙한 모습부터, 실전에서 너무나 강한 액션을 보여주는 팔로마가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세일즈 보트는 제가 세일링을 시작한 후로 관심이 생겨서 자꾸 눈에 띄게 되는데, 이번에 제임스가 물고기 잡이를 하러 타고 다닌 세일 보트도 너무 예쁘더군요. 

은퇴한 제임스의 보트 

Spirit yachts라는 영국회사 세일보트인데, 세일보트 회사 중에선 나름 유명한 회사 같아요. 

 

그걸 보는 순간, 저 보트 너무 갖고 싶다는 물욕이 ㅎㅎ 

 

무튼 제임스가 다시는 부활할 수 없게 만들기 위해 설정한, 매들린과 그의 딸, 그리고 바이러스, 미사일 등이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약간 억지스럽게 느껴졌어요. 

 

사핀이 마지막에 충분히 제임스를 죽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죽이지 않은 것도 너무 이해 안 되고. 

 

정작 사핀의 적은 제임스가 아닌데 둘이 마지막에 평생의 원수처럼 붙은것도 그렇고. 

 

다음 007 영화도 이런식으로 만들면 보기 싫을 것 같아요. 

 

요즘 여자 007이나 흑인 007등, 시대의 변화에 뒤따라가기 위해 다음 007 배역의 변화에 대한 얘기가 많아요. 

 

더이상 백인 남자만 007을 맡는 시대는 지났다는거죠.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는 건 옳은 결정이지만, 그냥 마블처럼 새로운 여성 캐릭터나 유색인종 캐릭터를 만들면 되지, 굳이 007 캐릭터는 그대로 살리고, 배우에 큰 변화를 주려는건지. 

 

이번 영화에서 새로운 007을 흑인 여성인 '노미'가 연기했는데, 노미가 진짜 차세대 007이 될 지, 아니면 그저 지나가는 연기자 중 한 명이 될 지 궁금합니다. 

새로운 007 요원 노미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007을 추억하고 싶으시다면 영화를 보는 걸 추천드립니다만, 그리 기대는 하지 마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