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는 집이 오래된 집이기는 해도, 관리사무소에서 관리를 잘 하는 편이라 크게 불편하지가 않아요.
좋은 집의 조건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그 중 채광. 배수. 수압. 해충 방지 같은 것들이 중요한데, 다행히 그 부분이 잘 되어 있어서 편안함을 느끼면서 살고 있어요.
근데 얼마 전 제가 집에서 머리를 잘랐더니 화장실 싱크대 배수가 좀 안 좋아졌어요.
미국은 미용실이 비싸고. 팁도 줘야 되고, 또 원하는 머리 스타일로 영어로 유창히 전달할 자신이 없어서, 아마존에서 미용 전용 가위를 주문했어요.
파마나 염색, 짧게 자르는 게 아니면, 그냥 기장 줄이는 것 정도는 집에서 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혐오 사진입니다 ㅎㅎ
집에서 상반신 전체를 다 보면서 머리를 자를 수 있는 거울이 화장실 밖에 없어요.
싱크대를 막아둔 후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따라 잘랐어요.
5센치 정도 잘라서, 이리 보면 되게 많이 자른 것 처럼 보이지만, 원채 머리가 길었어서 이 정도 자른 걸로는 티도 잘 안 나더라고요.
잘린 머리카락들은 쓸어 모아서 휴지통에 버렸는데, 그래도 싱크대에 좀 달라붙어 있는 게 있으니깐 그거는 그냥 흘려보냈죠.
얼마 흘려보내지 않았다고 생각됐는데도, 이게 배수구에는 되게 안 좋은가봐요.
바로 다음 달 부터 물이 엄청 느리게 내려가기 시작하더라고요.
배수가 바로 바로 안 되면 엄청 불편해요.
동시에 싱크 뿐만 아니라 멀쩡하던 샤워 욕조까지 똑같이 배수 문제가 생겼어요.
둘 다 머리카락 문제.
머리 긴 여자분들은 머리카락과의 전쟁이라 할 정도로 진짜 머리카락 청소가 힘들어요.
하루만 지나도 바닥을 비롯해서 내 머리카락 안 떨어진 곳이 하나도 없고, 머리가 이정도로 빠지는데 내가 아직 대머리가 아닌게 신기하고..
다행히 욕조는 비닐장갑끼고 배수구에 손가락 넣어서 머리카락 빼내니까 어느정도 정리가 됐어요.
그간 린스칠 하면서 빠진 머리카락은 따로 모아서 버렸는데도, 배수구에 쌓인 머리카락이 또 어마어마했어요.
장산범아시나요?
그 우리나라 미신 속의 귀신.
거짓말 조금 보태서 배수구에서 장산범 하나 빠져나오는 줄 알았어요.
무튼 욕조는 그리 정리가 됐는데, 싱크대는 손가락을 넣을 수도 없고, 짧은 머리카락들이 뭉쳐 그렇게 된거라 다른 조치가 필요했습니다.
머리카락을 빼 낼 수 없다면, 머리카락을 녹여야죠!
ㅋㅋㅋㅋㅋㅋㅋ
한국에서도 유한양행에서 나온 머리카락 녹이는 배수구 전용 액체가 있어요.
'유한 펑크린'이라고 하는 제품입니다.
한국 집에서 저희 엄마가 그걸 사용하시는 걸 본 적이 있어서 사고 싶었는데, 미국 마트에서 한국 청소 제품을 구하기는 쉽지 않죠.
다행히 미국에서도 비슷한 종류의 상품이 꽤 있어요.
그 중에서도 제일 유명한 브랜드가 '드레이노'라는 거에요.
영어로 배수관이 drain인데, 그걸 따서 이름을 붙인걸까요?
무튼 '드레이노'라고 읽는 이 제품은 왠만한 미국 마트에서 쉽게 찾을 수가 있어요.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었는데, 이 작은 거는 한 번에 한 통을 다 써야 돼요.
저는 일단 싱크 문제만 있어서, 한 병만 써보기로.
두 가지의 다른 액체가 분리되어 있는데, 그걸 배수구에 넣을 때는 한 번에 다 넣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냥 동시에 한 통 시원하게 다 쏟아부워주면 돼요.
통만 보면 약간 돼지코의 느낌도 드네요 ㅎㅎ
냄새는 락스랑 다른 청소 액체 섞어 둔 느낌?
그냥 화학물질 냄새 나요.
이게 쏟을 때는 그냥 물같은 액체로 콸콸 쏟아지더라고요.
냄새도 그렇고 락스를 통으로 붓는 줄 알았어요.
이걸 빨리 부워서는 안 되고, 되게 천천히 부으라고 해요.
천천히 붓다가 막바지에 이르면, 끈적한 액체처럼 보이는 것들이 나옵니다.
사진으로도 액체의 질감이 달라진 게 보이시죠?
이 끈적해보이는 액체는 물 같은게 아니라 굉장히 천천히 배수구로 내려가고, 싱크에 오래 남아있어요.
혹시 붓다가 손에 튀거나 하면 그건 씻으시면 돼요.
기본 원리는 이렇게 싱크에 드레이노를 부워두고, 1시간 있다가 뜨거운 물로 내려보내면 되는데요.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지켜야 하는 팁이 있어요.
싱크대에 액체 쏟을 때, 가능하면 액체만 들어갈 수 있도록, 싱크대에 묻어있는 물을 다 닦았어요.
싱크에 물이 많이 묻어 있으면, 액체 쏟을 때 물이 좀 섞여 들어갈 수 있잖아요.
그런데 액체만 딱 들어갈 수 있게 하면 효과가 더 좋아요.
그리고 1시간 동안 절대 물 틀면 안 되고, 싱크대 그대로 둬야 되요.
마지막에, 뜨거운 물 부을 때는 싱크대에 뜨거운 물을 그대로 틀어도 되지만, 이왕이면 커피포트로 물 팔팔 끓여서 뜨거운 김이 나는 주전자로 물 붓는 게 더 좋아요.
집마다 다르겠지만, 화장실 세면대는 뜨거운 물을 틀어도 바로 데일 것 같은 온도의 물이 나오지는 않아요.
약간 시간이 걸리고, 커피포트로 데우는 것 보다 물 온도가 떨어져요.
그래서 완전히 김이 펄펄 나는 물을 만들어와서 따로 부워주는 게 좋습니다.
저는 커피포트 주전자 한 통에 물 가득 넣어 데워서 부었어요.
그랬더니, 바로 좋아지더이다.
진짜 지원하게 빵 뚫려서 지금은 아무 문제 없이 배수가 잘 돼요.
이런 청소 도구들은 어떻게 쓰냐에 따라서 효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 한 번 할 때 제대로 해줘야 두 번 세 번 고생 안 하더라고요.
배수구 뚫는 액체 상품은 나라 마다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용 방법도요.
싱크대 물 닦고 붓기, 1시간 대기, 커피포트 물 붓기.
이 정도 팁만 지키면, 배수구 청소 성공하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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