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에 처음 가본 미국 카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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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이 있는 주에 이사를 오다 보니,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어 성탄절에 할 게 없었어요. 

 

만날 사람도 없었고요. 

 

이웃 할머니는 옆 대도시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재미가 될거라고 하셨지만, 명절이라 가게 문을 다 닫은 도시는 유령도시처럼 보이지 재미가 있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처음으로 미국에서 카지노에 가보기로 했어요. 

 

태어나서 두 번째예요 ㅎㅎ 

 

예전에 베트남 다낭으로 이사 한 날 카지노에 처음 가서 10분만에 집세를 따고 나온 적이 있는데, 물론 이번에도 그런 운이 따라주는 건 아니겠지만, 미국 카지노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어요. 

 

한국에서는 갈 수가 없으니까요. 

 

상한선을 정해놓고 적당히 카지노에서 시간 보내는 건 그리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성탄절 아침에 가봤습니다.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 1시간 거리에 있는 Wind Creek Atmore이라는 곳이였어요. 

대부분의 상점들이 성탄절에는 문을 닫는데, 카지노는 과연 열까? 하면서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왔지만, 문을 열었더군욥. 

 

미국에서는 카지노 건설이 금지된 주들이 있는데 제가 있는 앨리바마 주도 그래요.

 

복권, 카지노가 다 금지된 주예요. 

 

그런데 어떻게 앨리바마 주에 이 카지노가 있느냐. 

 

이곳은 본래 이 땅에 살고 있던 인디언 미국인들의 영토이기 때문이에요. 

 

백인들이 이 땅에 와서 원주민들을 학살하면서 영토를 빼앗았죠. 

 

그리고 훗날 그 잘못을 인정하고, 원주민들에게 일부 영토를 돌려줬어요. 

 

원주민이라고 해서 막 부족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인디언계 미국인을 말해요. 

 

그래서 그들에게 속해있는 영토는 그들의 사유지처럼 되기 때문에, 원하는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그게 심지어 그 주에서 금지하는 것일지라도. 

 

인디언 미국인들은 가난한 편이었고, 돈을 벌기 위해 카지노를 오픈했습니다. 

 

덕분에 저도 성탄절에 갈 곳이 생겼기도 하고요 ㅋㅋ 

방역수칙에 따라 마스크 필수, 입장 전 체온 확인 합니다. 

 

여기는 슬롯 머신이 대부분인 곳인데, 슬롯 머신도 거리두기를 하기 위해 일부러 작동을 멈춘 기계들도 많이 있었어요. 

 

실내 공간이고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다보니까 어떻게든 좀 거리 두기를 하려는게 느껴지더라고요.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미국 내에서도 나름의 방역을 하고 있습니다. 

오전 11시가 되기도 전에 갔기 때문에,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많지는 않았어요. 

 

사실 전, 성탄절에 저 같은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고, 진짜 텅텅 비어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것보다는 많았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게 느껴졌고요. 

처음 가봤던 다낭의 카지노는 담배를 무료로 나눠줄 정도로 지하 실내에서 담배를 엄청 펴대서 그 냄새가 힘들었는데, 여기는 무조건 실내 흡연 금지라서 굉장히 쾌적한 환경이었습니다. 

 

오래된 기계들도 있었지만, 딱 봐도 새걸로 보이는 기계들이 엄청 많고 전체적으로 시설이 꽤 좋은 곳이었어요. 

 

호텔에는 묵지 않았지만, 호텔도 시설이 괜찮다고 평이 좋은 곳이에요. 

 

카지노를 하기 위해선 일단 카드를 만들어야해요. 

 

신분증, 주소, 폰번호 등의 정보를 주고 카운터에서 직접 카드를 만듭니다. 

 

그리고 카드에 금액을 넣는 건, 따로 기계가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슬롯머신에서 직접 가능해요. 

 

카드를 잃어버리지 않게 고리같은 것도 같이 줍니다. 

 

하고 싶은 기계에 카드를 꽂고, 파란색 불빛이 나오는 곳에 현금을 넣으면 되요. 

 

물론 카드는 안 되기 때문에 ATM에서 돈을 뽑아와야 합니다. 

 

현금을 넣고 열심히 플레이를 하다가 중간에 그만 하고 싶으면 'CASH OUT'이나 'PRINT TICKET'버튼을 눌러요. 

그러면 현재 내 카드에 있는 금액 숫자가 적혀진 바코드 티켓이 나옵니다. 

 

이걸 다음 슬롯 머신에 가서 현금대신 넣어서 쓸 수 있어요. 

 

그리고 다시 또 기계 옮기고 싶으면 현재 남은 금액 적힌 종이 뽑아서 그걸 다시 넣고 하고.. 

 

이런식으로 플레이를 합니다. 

 

카드에 원하는 만큼 금액을 미리 넣고 카드만 들고 다니는 시스템이 아니였어요. 

 

꼭 이 종이 바코드가 필요합니다. 

잃어버리면 큰일이니 잘 들고 다녀야겠죠. 

 

별의 별 기계들이 다 있고, 최소 배팅 금액과 최대 배팅 금액이 기계마다 달라요. 

 

또 포인트제로 하는 기계도 있고, 바로 현금으로 보여주는 기계도 있고요. 

 

중국식 기계도 되게 많았는데, 중국식 기계는 대체로 그림이 용이나 황금돼지 나오면서 엄청 화려하고, 중국사람들이 숫자 8을 좋아하는 풍습때문에, 최소 배팅 금액도 80부터 시작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건 80포인트 혹은 80센트예요. 

 

플레이 하는 건 너무 간단해요. 그냥 PLAY버튼 누르면 알아서 화면판이 돌아가고, 비슷한 그림이 나오거나 할 수록 돈을 받는건데, 빨리 빨리 되니까 여러번 PLAY버튼 누르면 금방 돈 나가는 건 순식간. 

 

처음엔 조금 돈을 벌면 기계 바꾸고, 조금 벌면 기계 바꾸고.. 뭐 이런식으로 했는데, 그래도 잭팟이 터지는 게 아닌 이상 카지노에서 돈을 오히려 얻어가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죠. 

 

애초에 지는 게임으로 만들어진 거니까요 ㅋㅋㅋ 

 

처음에 좀 터지다가 나중에 점점 개털이 되어갔어요 ㅋㅋㅋ 

 

워낙 조금씩 배팅하니까 뭔가가 잘 나와도 배당 금액이 크지 않고요. 

 

그래서 제일 많이 번 게 7달러? ㅋㅋㅋㅋ 어차피 나중에 다 잃었지만요. 

 

됐고, 밥이나 먹자 해서 식당으로 갔어요 ㅎㅎ 

 

카지노 뷔폐가 굉장히 맛있고 좋다고 해서 그걸 먹고 싶었는데, 지금 코로나 때문에 미국에 있는 뷔폐식당은 대부분 영업을 멈춘 상태예요. 

 

테이크아웃만 판매하고 있거나, 그냥 메뉴를 만들어서 요리만 판매하고 있죠. 

 

뷔폐를 못 가는 게 참 아쉽긴 했어요. 

 

카지노 내에도 여러 식당이 있었는데, 24시간 돌아가는 카지노다보니, 아침.점심.저녁 메뉴가 다 있어요. 

 

이 날은 성탄절이라 문을 안 연 식당도 있었습니다. 

 

처는 오늘의 스프와 타코 샐러드, 거너씨는 포크찹을 주문했어요. 

스프가 먼저 나왔는데, 스프 다 먹으니 샐러드가 나왔어요. 

 

감자랑 당근이 들어간 스프여서 이것만 먹어도 배가 엄청 불렀어요. 

 

그래서 샐러드 진짜 맛있었는데 아쉽지만 반은 남기고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워크림도 이렇게 포장되서 따로 나와요. 

카지노지만 생각보다 음식이 맛있었는데, 아쉬웠던 점은 숟가락. 포크. 

 

코로나 때문도 있겠지만 숟가락. 포크를 플라스틱으로 된 일회용을 줬어요. 

 

그게 좀 불편했던 거 뺴고 괜찮았네요. 

 

거너씨는 성탄절에 일하는 사람들이라며 팁을 엄청 주고 왔어요 -0-

 

휴일에 일하는 만큼 받을텐데 왜 굳이 팁을 더 많이 내는 거지? 

 

이해할 수 없는 한국인입니다 ㅋㅋㅋㅋ 

 

카지노에서 성탄절 이벤트로 만원 식사 할인권을 줬는데도, 금액이 비싸게 나왔어요. 

 

카지노 내부라서 다 비싼 듯 ㅠㅠ 

 

제가 밥 먹는 동안 잭팟이 두 번이나 터지던데.. 왜 그 중에 저는 아니였을까요 ㅋㅋㅋ 

 

현금을 많이 쓰긴 했지만 나름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조금 슬픈 것 빼고 ㅋㅋㅋㅋ

 

나중에 또 갈 곳 없을 때 다시 한 번 가볼만 하긴 한 장소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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