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상 / / 2019. 8. 17. 08:00

당황스러운 일본인의 결혼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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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집으로 엄청 꽤나 큼직한 박스가 도착했습니다. 

일찍이 우체국에서 택배가 갈거라는 연락을 받았고, 메세지에는 발송인 이름도 적혀있어서 뭔지는 알고 있었죠. 

전에 잠시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지만 1년만 하고 베트남을 가게 되어 현재 장기휴학을 하고 있는데, 사람 사귀기 어려웠던 대학원에서 유일하게 사귄 친구 한 명이 있어요.  

나이는 저희 엄마뻘로 나이차이도 많이 나고, 한국인과 결혼해 살고 있는 일본인이어서 문화도 국적도 다르지만 마음 따스하고 여러모로 많이 도와주셔서 유일하게 연락하고 있는 대학원 친구입니다. 

 

귀국 후 연락이 와서 한 번 만나 같이 식사를 했는데, 그때 결혼 소식을 알렸어요. 

축하해주시면서 선물을 꼭 보내고 싶다고 주소를 받아가셨구요. 

발송인 이름에 그 분 이름이 적혀있어서 보낸다는 결혼 선물을 보냈나보다 했어요. 

근데 생각보다 택배 상자가 너무 크고 무거운거에요. 

도자기라도 보낸건가 도대체 뭘 보냈길래 이리 큰 상자에 넣어 보냈을까 하고, 상자 오픈. 

상자의 빈 공간을 꽉꽉 메운 신문지들을 들어내니 보이는 건 

전자체중계???

헐... 체중계를 보고 맨 처음 든 생각은... 결혼식 전에 살빼라는 의미로 보낸건가? 전에 봤을 때 내가 그리 뚱뚱했나? 

이런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체중계가 보통 일반적인 선물 품목에 들어가진 않잖아요. 특히나 결혼선물로;; 

무슨 의미로 이걸 보낸걸까 싶어 동봉된 편지를 뜯어봤어요. 

내용을 읽어보니, 나중에 미국으로 이사갈 때 짐가방을 엄청 무겁게 쌀텐데 공항가기 전에 짐가방 무게 체크하라고 체중계를 샀대요;;;;; 

짐가방 무게 체크하는 건..... 공항에 다 있잖아요. 몇 개나 종류별로 다양하게 아주 많이.. 

그래도 마음이 고마워서 미국갈 때 갖고 갈까 싶다가도 안 그래도 넣을 게 많아 무게가 오버될텐데 이거 때문에 더 오버되면 그만큼 물어야되는 수수료가 많아서, 오히려 체중계가 필요하면 미국가서 하나 사는게 낫구요.

사실 집에 전자 체중계가 두 개나 있어요. 하나는 몸의 체지방, 수분량, 근육량까지 재주는 인바디같은걸로;; 

정말 저한테 체중계를 선물하고 싶었다면 시중 마트에 더 작고 가벼운 체중계 많이 나와있을텐데 이렇게나 크고 무게 나가는 걸 샀더라고요. 그 무게만큼 택배 보낼 때 배송비는 체중계만큼 나갔을텐데;; 

이걸 또 사서 들고 왔다갔다 하는 고생도 있었을거구요. 

보내는 사람도 고생시키고 받는 사람도 당황스러운 이 전자 체중계를..... 결혼선물로 보낸 이유를 도통 모르겠네요. 

고맙다고 인사는 했지만 너무나 이해가 안 돼서 ㅋㅋㅋㅋㅋㅋ 

혹시나 일본 문화에서 체중계를 결혼선물로 주는 문화가 있나 싶어 다른 일본인에게 물어보니, 

본인도 이해를 못하겠다고 ㅋㅋㅋ 그래도 인터넷을 뒤져서 나름 찾아보더니, 

결혼 후 남편들은 보통 살이 많이 찌고,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도 체중을 잴 필요가 있으니 준 거 아니냐는 약간 끼워맞춘거 같은 답을 해주셨어요 ㅎㅎ 

제가 받은 첫 결혼선물인데, 꽤나 인상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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