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 중 대부분의 시간을 타이베이에서 머물렀지만, 대만 가장 남쪽 지방에 있는 '가오슝'이 너무 궁금해서 기차를 타고 1박 2일로 다녀왔습니다. 타이베이 못지않게 좋은 시간을 보냈던 곳이라 다음 대만 여행을 간다면 가오슝에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혼자 1박 2일로 가오슝에 갈 때 어떤 숙박업소와 여행 계획을 짰는지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THSR과 가오슝 역
타이베이에서 가오슝을 가는 가장 빠르고 편한 방법은 바로 대만 고속철도은 THSR을 이용하는 겁니다. 한국의 KTX 같은 기차라 정말 빠릅니다. 그만큼 가격대는 있지만 이거 타면 타이베이에서 가오슝까지 약 90분 만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가격이 좀 비싸서 망설였는데, 다행히 클룩에서 THSR 외국인 할인 티켓을 판매해서 그걸로 할인 받아 탈 수 있었습니다.
가오슝 역이 엄청 화려해서 놀랐습니다. 저도 화려한 역 내부에 사진 찍느라 바빴는데, 저같은 다른 여행자들도 짐은 팽개쳐두고 사진을 찍느라 바빠 보였습니다. 저는 역에서 바로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제가 묵은 곳은 '아히루야'라는 게스트 하우스입니다. 혼자 짧게 가는 거라 호스텔을 이용했습니다.
가오슝 추천 게스트 하우스
제가 묵은 호스텔 사이트입니다. 부부가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로, 대만인 아내와 일본인 남자 부부가 오래 전부터 꾸려가고 있는 숙박업소입니다. 사이트 보시면 한글로도 볼 수 있고, 2성급 숙박 업소라 가격은 저렴한데 엄청 깔끔하고 예뼈서 바로 예약했습니다. 가까운 지하철 역은 '메이리따오'역인데, 여기서 엄청 가깝습니다. 저는 집이 좀 무거운 편이었는데, 주인장분이 제가 갔을 때 시간 여유가 있으셨는지 마중도 나와 주셨습니다. 숙소에 도착하니 점심시간 때라 배가 고파서 근처 맛집을 물어보니, 사장님 본인이 자주 가시는 수제 버거집을 알려주셨습니다.
여행객이라 대만 음식집을 알려주실 줄 알았는데, 진짜로 사장님이 자주 가는 곳을 알려주실 줄이야. 달걀 후라이랑 치즈, 잘게 썬 오이 등이 들어간 정말 가정에서 만든 수제 버거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화려한 버거보다 오히려 집에서 만든 듯한 이런 버거를 좋아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후식으로 망고 빙수 먹으러 갔습니다. 대만에서 망고빙수 먹는 건 의무입니다. 이런 퀄리티의 망고 빙수를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찬 거 많이 먹으면 배 아플까 봐 한 그릇만 먹은 게 한입니다. 망고 빙수까지 해치우고 다음으로 간 곳은 '섬'입니다.
가오슝 옆 치진섬
가오슝에서 배 타면 10분 안에 가는 '치진섬'이라는 모래섬이 있습니다. 아주 화려한 곳은 아니지만, 자전거 타고 반나절 정도 둘러보기에 딱 좋은 섬입니다. 구산 페리 선착장 근처에 자전거 렌탈샵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 한 곳에 들어가 신분증 맡기고 자전거 한 대를 빌렸습니다. 그리고 자전거와 같이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갔습니다. 열심히 자전거 폐달을 밟고 있는데, 아뿔싸, 자전거 체인이 갑자기 나가는 바람에 사람 한 명 없는 도로 한가운데에 멈춰버렸습니다. 자전거 가게 전화번호는 있는데, 중국어도 모르는 제가 전화해서 뭐라고 설명할 수도 없고 그냥 길바닥에 앉아 있다가 오토바이 타고 지나가는 환경 미화원 할아버지 한 분이 눈에 띄어서 다짜고짜 그분 팔을 잡고 고장 난 자전거를 보여드렸습니다. 눈치 빠르고 상냥하신 할아버지가 바로 자전거 가게에 전화해 주셨고, 직원이 새로운 자전거를 갖고 오는 동안 할아버지는 오토바이에 저를 태우고 근처 해수욕장도 데려가 주셨습니다.
운이 좋다면 좋은거겠죠. 처음에는 하필이면 섬에서, 그것도 사람 없는 도로에서, 말도 안 통해서 전화도 못하는 상황에 자전거가 고장 나서 낙담했는데, 혜성처럼 등장해 도와주신 미화원 분을 만났으니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대만 사람들 정말 친절합니다. 그렇게 미화원 할아버지는 직원이 새 자전거를 갖고 섬에 올 때까지 같이 기다려주셨습니다. 새로운 자전거로 섬을 다시 둘러보고 다시 가오슝으로 간 후, 야시장으로 향했습니다.
가오슝 야시장 음식
타이베이 야시장과 비교했을 때, 그 규모가 작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먹을 거 정말 많고 볼거리도 많기 때문에 가오슝 야시장도 꼭 가보시길 바랍니다. 가오슝의 대표적인 야시장은 '루이펑 야시장', '씽종 야시장', '리우허 야시장' 등이 있는데,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야시장은 '루이펑 야시장'입니다.
저는 섬에서 나와 바로 야시장으로 가서 저녁을 해결했습니다. 먹을 게 너무 많아서 고민했는데, 바로 앞에서 구워지고 있는 고기를 보고 모른척 할 수 없어서, 면 위에 고기와 계란 프라이를 올려 소시를 뿌린 음식을 저녁으로 먹었습니다. 싹싹 긁어먹었습니다. 보통 야시장은 야외에서 하는 요리 다 보니까 위생적으로 안 좋지 않을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대만이 생각보다 굉장히 깔끔한 곳입니다. 이것저것 사 먹어도 한 번도 배탈이 나거나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꽤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밥 먹고 숙소로 돌아가니, 호스텔 사람들끼리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호스텔 숙박객 외에도, 사장님과 친분이 있어 자주 놀러 오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분들이 다시 야시장으로 가서 놀자고 해서, 돌아간 야시장에서는 시원한 해산물 국수를 먹었습니다.
술안주로 너무 좋은 환상의 국수입니다. 역시 현지인들이랑 같이 밥을 먹으면 여행자들이 잘 모르는 맛난 현지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좋습니다. 혼자 여행 갔지만 호스텔에서 좋은 사람들 만나서, 외롭지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대만은 밤에 돌아다녀도 문제없을 정도로 치안도 좋고 사람들도 정말 친절하고, 위생적으로도 괜찮은 곳입니다. 물가도 나쁘지 않아 여행하다 보면 왜 사람들이 대만을 이렇게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시간 여유가 있으시면 가오슝도 꼭 가보세요. 저는 다음에 가면 가오슝에 오래 머물고 싶습니다.
'여행, 해외살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콩 디즈니랜드 추천 어트렉션과 식당 (11) | 2024.10.03 |
---|---|
홍콩 여행 침사추이, 하버 크루즈, 북경 오리 요리 (15) | 2024.09.28 |
대만 타이베이 스린 야시장 추천 음식과 쇼핑팁 (15) | 2024.09.22 |
쉬어가는 대만 여행, 비탄과 용산사 (6) | 2024.09.16 |
대만 국립고궁박물관 한국어 도슨트 투어 (5) | 2024.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