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뉴스 / / 2021. 11. 10. 13:10

클로이 자오의 노매드랜드 후기 및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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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 자오 감독에 대해 포스팅을 하며, 그녀에게 아카데미 감독상, 작품상, 여우주연상을 안긴 노매드랜드가 너무나 궁금해졌습니다. 

 

하나의 영화로 200개나 넘는 영화상을 받았으니, 기생충만큼이나 화제가 됐던 영화입니다. 

 

2017년에 출간된 논픽션, '노매드랜드: 21세기 미국에서 살아남기'를 원작으로 만들었습니다. 

 

'노매드랜드'라는 단어가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한국에서는 보통 NOMAD라는 영어 단어를 '노마드'라고 표기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단어인줄 착각했습니다 

노매드랜드 포스터 

NOMAD는 본래 유목민이라는 뜻으로, 인터넷으로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들을 몇 년전부터 노마드족이라고 부르기도 했죠. 

 

영화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네바다 주 경제 붕괴 이후 캠핑카를 타고 미국 서부를 떠돌아다니는 일명 '현대 유목민'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줄거리를 얘기하기 전에 제 감상부터 말씀드리자면, 충분히 영화제를 휩쓸만한 가치 있는 영화였다고 하고 싶습니다. 

 

어떤 이들은 너무 지루하고, 시간 아깝다는 평을 남긴 사람도 있었는데, 물론 영화가 엄청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약간 다큐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서 재미없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주인공의 나이대도 아니고 그 상황에 처해본 게 아니라 완전히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이런 스토리를 이렇게 디렉팅해서 담아낼 수 있는 감독이라면, 확실히 보통은 아니라는 게 느껴집니다. 

 

줄거리 먼저 말씀드릴게요. 

 

등장인물은 '펀'으로, 배우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맡았습니다. 

노매드랜드 배우와 감독

프란시스는 현대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배우로 뽑히는 사람이며,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3번이라 수상할 정도로 연기력이 어마어마합니다. 

 

영화, 드라마, 연극의 3대 트리플 액팅 상을 받은 몇 안 되는 배우인데, 이런 사람이 주인공 역을 맡아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펀'과 '데이브'역을 맡은 배우 외에는 대부분 실제 유랑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캐스팅해서, 영화 속 이름과 실제 이름이 같습니다. 

 

영화 초반에는 자막으로 네바다 주에 있는 '엠파이어'라는 도시에 석고 수요 감수로 석고공장이 2011년 폐업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주인공인 '펀'은 남편 '보'와 함께 엠파이어 주에 살고 있었고, 둘다 석고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지만, '보'가 암으로 죽고, 석고 공장 또한 문을 닫은 후, '펀'은 직장도 가족도 없이 홀로 남게됩니다. 

 

석고 공장에 의존하던 엠파이어시도 공장이 문을 닫음과 동시에 그대로 몰락해버려서 우편 번호마저 말소된 상황입니다. 

 

펀은 밴을 캠핑카처럼 개조해 중요한 것들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창고에 맡긴 후 떠납니다. 

 

일을 하고 싶었지만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는 게 어려워지자 캠핑장에 밴을 두고,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계약직으로 일을 합니다. 

아마존 알바 하는 펀

거기서 만난 다른 유목민 '린다'가 본인들처럼 유목 생활을 하는 '밥'이라는 사람의 유튜브 채널을 소개하고, 계약직이 끝나자마 그를 만나러 남쪽으로 갑니다. 

 

그곳에는 유목 생활을 하는 수많은 현대판 유목민들이 모여있었고, 아직 유목 생활 초보인 '펀'은 거기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도움이 되는 팁도 배우고 서로의 속깊은 얘기도 나눕니다. 

 

타이어가 펑크나는 바람에 '스왱키'라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안면을 트게 되는데, 스왱키는 시한부 인생이라 자유롭게 여행을 하다 죽음을 맞이하려는 사람입니다. 

노매드랜드 스왱키

모두 각자의 여행을 위해 남쪽 캠핑장을 떠나고, 펀은 린다와 캠핑장 호스트로 일하면서 남쪽 캠핑장에서 잠깐 봤던 '데이브'를 다시 만납니다. 

 

데이브는 펀에게 새로운 식당 일을 소개해주고 둘은 더 가깝게 지냅니다. 

 

그러다 데이브의 아들이 함께 살자며 찾아오고, 데이브는 펀에게 함께 가자고 제안하지만 펀은 비트 농장으로 자리를 옮겨 새 일을 다시 시작합니다. 

 

여기서 펀에게 큰 사건이 하나 발생하는데, 그녀의 밴이 심각하게 고장나버려 더이상 움직이지 않게 됩니다. 

2300달러에 가까운 수리비 견적에, 수리공들조차 새로 밴을 사는 게 낫겠다고 조언하지만, 본인의 집처럼 사용했던 밴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펀은 돈을 빌리기 위해 언니 집으로 찾아갑니다. 

 

언니 집에서 약간의 말다툼이 있긴 하지만 언니는 펀이 여기 머무르며 함께 살 것을 권유합니다. 

 

그렇지만 펀은 그 권유를 뒤로하고 다시 떠돌다가 아들집에 정착한 데이브네 집으로 갑니다. 

노매드랜드 데이브

펀을 좋아했던 데이브는 아들 내외에게도 허락을 받았으니 여기서 본인과 함께 살자고 하지만, 이미 한 곳에 정착하는 게 어려워져버린 펀은 작별인사도 남기지 않고 새벽에 데이브 집을 떠나버립니다. 

 

다시 본인이 여정을 시작했던 창고로 돌아가 남아있던 물건을 모두 처분한 후, 아마존 물류센터를 거쳐 린다와 밥을 만났던 곳으로 가 유목민들과 재회합니다. 

 

시한부 삶을 살던 스왱키는 원하던 여행을 하고 세상을 떠난 상태. 

 

그녀를 기억하는 유목민들은 모닥불 앞에 그녀가 좋아했던 돌을 던지며 추모합니다. 

 

5년전 아들이 자살하며 노마드 삶을 택했다는 밥은, ' 길 위에서는 영원한 작별이 없고, 누구나 다시 만나게 된다. 언젠가 나도 다시 아들과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는 말을 남는 게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노매드랜드 '밥'

영화는, 펀이 남편과 함께 살던 엠파이어시의 집으로 돌아와 공장과 폐허처럼 바뀐 집을 둘러보다 다시 길을 떠나는 장면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폐허가 된 석고 공장 

영화 초반에 제가 펀을 바라보는 눈길은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이었습니다. 

 

50~60정도 되는 나이에, 모든 걸 잃고 집없이 파트타임 일을 찾아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모습이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워보였습니다. 

 

어쩌면 살기 위해 발버둥치며 괜찮다는 거짓말로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실제로 펀은 처음엔 그런 마음으로 유목 생활을 시작했는지도 모릅니다. 

 

일을 구하고자 하는 갈망이 강했고, 낡은 캠핑카 생활이 매우 고단하게 비춰졌습니다. 

 

그런 펀이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진짜 웃음을 보이고, 허드렛일도 불평하지 않고 자기가 있는 곳에서 현재의 일을 묵묵히 하는 걸 보면서, 더이상 펀은 동정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펀과 데이브 

친언니와 데이브뿐만 아니라 몇 몇 사람들이 펀에게 지낼 곳이 필요하면 오라고 말했지만, 그걸 전부 거절하는 펀이 이해가 안 되기도 했습니다. 

 

자존심때문인가 생각했지만, 나중엔 데이브 집의 안락한 침대에서 잠을 못 이루다 결국 마당 안 자신의 밴으로 돌아가 잠을 청하는 펀을 보면서, 단순히 자존심의 문제때문은 아니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펀은 유목 생활을 하며 완전히 길 위의 생활에 동화되어 있었고, 영화도 그걸 보여주 듯 자연 속에서 펀을 돋보이게 연출했습니다. 

 

이 연출이 개인적으로 참 좋았는데,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펀의 모습은 그저 하나의 부속품처럼 보이지만, 파도 근처를 거니는 모습이나 흐르는 계곡 물에 알몸으로 들어가 자연 그대로를 느끼는 모습은, 펀이 자신의 삶을 온전히 그대로 받아들인 인생의 주인공처럼 느껴집니다. 

자연속의 펀

물론 영화는 경제적 취약 계층, 임시직 노동 현실, 사회 내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문제도 보여주지만, 진짜 말하고자 하는 건 그런 현실 넘어, 길 위의 다양한 인생들을 보여주고 그들이 선택한 삶을 존중하는 태도 같습니다. 

 

다큐 형식의 영화라고 말씀드렸는데, 주인공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이 영화를 위해 실제 유목민 체험도 해봤다고 하고, 진짜 유목민들을 만나 대화 하는 장면을 그대로 촬영했기 때문에, 몇 몇 유목민들은 프란시스가 배우인지도 몰랐고, 남편이 죽고 유목생활을 했다는 얘기들이 다 실제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기분이 묘할정도로 너무 현실감이 느껴지는 영화였는데, 진짜 현실처럼 찍어서 그런거였네요 ㅎㅎ 

 

리뷰 중에서 기억에 남는 건, '영화 속 사람들과 비슷한 나이가 되고, 그들처럼 '상실'이란걸 겪은 사람에게 이 영화는 그 무엇보다 위로가 되며 잘 만든 작품'이라고 한 코멘트예요. 

 

사연 없는 사람이 없겠지만, 길 위의 사람들은 대부분 '상실'을 안고 유목 생활을 시작하게 되며, 길 위에서 그 상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 채우고 비우는 법을 배워가는 걸 보여줍니다. 

 

영화를 보기 시작했을 때의 생각과, 보고난 후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내가 감히 그들을 함부로 이해할 수 없으며, 함부로 안타깝게 여길 수 없다는 거... 세상 인구 수만큼 다양한 삶이 있고, 그걸 존중해야 한다는 걸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나도 모르게 타인에 대한 존중이 앞서기보다 판단이 앞서고 있었구나라는 걸 느끼기도 했고요. 

 

담담하게 좋은 영화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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