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해 본 첫 번째 노지캠핑 (미시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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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에 첫 번째 캠핑을 해 보고 왔습니다. 

 

한국에서도 안 해본 캠핑을 미국 와서 할 줄이야, 그것도 첫 번째 캠핑을 길바닥에서 자는 노지캠핑으로 했어요 ㅋㅋ 

 

저나 저희 가족들은 왜 굳이 고생해서 밖에서 자느냐 하는 생각 때문에 한 번도 캠핑을 해 본 적이 없어요. 

 

글램핑같은거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 외에 캠핑은 왜 사서 고생이지 하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저와 달리 거너씨는 완전 자연에서 자는 노지캠핑이나 하이킹, 장거리 트레일 걷기, 세일링 등의 아웃도어 스포츠에 관심이 많고 좋아해요. 

 

한국에서는 서울에서 살아서 이런 걸 함께 해 볼 기회가 적어 몰랐어요. 

 

그런데 거의 서바이벌 중고수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미국 남자들은 다 이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거너씨는 외국에 살면서 거의 4~5년을 캠핑을 안 해봤는데,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으니, 그 동안 미국 내에서 못 가봤던 곳들도 많이 가보고 싶다고 하며서 그랜드캐니언 캠핑을 제안했어요. 

 

처음에는 그다지 내키지 않았지만, 관절 괜찮을 때 이것저것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거너씨랑 조금씩 캠핑 용품을 사 모아뒀습니다. 

 

처음부터 그랜드캐니언이라는 대자연 하이킹을 하는 건 제가 못 할 것 같아서, 다른 쉬운 코스들을 하며 연습을 해보기로 했어요. 

 

폭풍우가 온다는 소리가 있었는데, 어렵게 뺸 시간을 안 쓸 수 없어서 그냥 캠핑을 떠났어요. 

 

데소토 국유림 구글 지도 

첫 번째 캠핑 장소로 고른 곳은 미시시피주에 있는 '데소토 국유림'이예요. 

 

숲이라서 언덕길이 많지 않은 트레킹 코스라 초보자인 저에게 안성맞춤 일 것 같았고, 집에서도 차로 1시간 40분 거리니까 갈 만했어요. 

 

가기 전에 옆 동네에서 열린 소세지 축제에 가서 핫도그 먹고, 가면서 햄버거 먹고.. 걷기 힘들다며 엄청 먹고 갔네요 ㅋㅋ

 

하이킹 트레일 구글지도 

턱사췌니 하이킹 트레일이라고 표시된 곳에 차를 주차하고, 그 반대에 있는 에어리 레이크 지역까지 걸어가기로 했어요.

 

캠핑짐 

거너씨의 캠핑짐

저나 거너씨 둘 다 꽤나 가방 크기가 꽤 되죠? 

 

밖에서 자야하니 필요한 게 많아서 이것저것 넣다보니 크기 커지는 게 당연하더라고요. 

 

그래도 텐트같이 무거운 건 거너씨 가방에 넣어서 저는 부피만 크지 생각보다 많이 무겁진 않았어요. 

 

물호스

가방에서 뚫고 나온 호스 보이죠? 

 

캠핑 용품 중에 가장 잘 샀다고 여기는 게 이거였어요.  

 

호스로 물 마시는 곳 

바로 물을 마실 수 있는 물 호스예요. 

 

무거운 가방 메고 등반을 한다거나 장거리를 걸을 때, 수분 보충을 자주 해줘야 하는데, 그 때 마다 가방 내려서 물통을 꺼내기 귀찮거든요. 

 

이렇게 호스 연결해두면 언제든지 걸으면서 물을 마실 수 있어서 정말 편했습니다. 

 

물 팩 

이렇게 안에 물주머니를 넣어두고 연결된 호스를 밖으로 빼 둔거였어요. 

 

처음엔 이것까지 사는 건 좀 오바인가 생각했다가, 써보니 사길 참 잘 한 용품.

 

늪지대 

이 트렉킹 코스는 사실 가는 길이 예쁘진 않았어요. 

 

늪이 많고,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라 가면서 구경할 만한 경치는 별로 없었네요. 

타버린 나무들

일부러 나무들을 태운 곳들도 있었어요. 

 

어떤 곳들은 한 번 이렇게 태워두면 새싹이 더 잘 자란다고 부분적으로 전소시키기도 합니다. 

 

가면서 볼만한 경치가 적었다는 건 아쉽지만, 그만큼 걷는 데 집중하고 걸을 수 있었어요. 

 

물이 불어 끊긴 다리 

중간에 좀 힘들었던 점은, 물이 넘쳐 다리가 사라진 길을 만났을 때였어요. 

 

이런 곳은 건널 방법이 없으니 물이 막혀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구요. 

 

한 두 군데 걷기 좀 난감한 곳들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지나 약 2시간 반만에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최종 목적지 

호수라고 하기엔 크기가 좀 작고, 연못이라고 하긴 좀 큼직한 물이 있는 장소였어요. 

 

여기가 평지여서 텐트치기도 알맞다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도착했을 땐 어떤 두 남자가 낚시를 하고 있었어요. 

 

잠긴 화장실 

화장실로 보이는 곳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잠겨있어서 이용할 순 없었습니다. 

 

노지캠핑이라 사실 화장실을 기대한 건 아니였어요. 

 

그래서 급할 때를 대비해 삽을 가져오기도 했지요 ㅋㅋㅋ 

이용 가능한 펌프 

화장실은 없었지만 펌프는 있었어요! 

 

물을 얻을 수 있다는 건 엄청 큰 위안이 돼요. 

 

물이 있을지 없을지 몰라서 가방에 챙겨온 물을 엄청 아껴먹고 있었거든요. 

 

다음 날 차로 되돌아갈 때도 마셔야 하고, 하룻밤 지새는 동안도 필요하니까. 

 

가져온 물을 다 마시고 또 물이 필요하면, 호숫가 물이나 자연에 있는 물을 써야 하는데, 그럴 때를 대비해 필터랑 물속 미생물을 죽일 수 있는 약 2가지도 챙겨왔어요. 

 

그래도 이렇게 펌프가 있는 건 깨끗한 물을 쉽게 얻을 수 있는거니 훨씬 좋죠. 

 

텐트치기 1

적당한 평지를 골라 텐트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텐트 치기 2

거너씨가 본래 갖고 있던 텐트는 딱 1인용이라서, 이번에 2인용으로 새로 텐트도 구입했어요. 

 

텐트 치기 3 

잠만 잘 수 있는 정말 작은 텐트라서 설치하는 것도 오래 걸리지 않아요. 

 

앞에, 뒤에, 골격만 세워주고 땅바닥에 고정시켜주면 돼요. 

 

해머를 안 갖고왔는데, 다행히 땅이 물렁물렁해서 고정심을 손으로 눌러 쉽게 박을 수 있었어요.

텐트 치기 4

마지막으로 비도 피할 수 있고 완전이 밖이 차단되는 커버를 씌워주면 끝입니다. 

 

날이 덥거나 하면 이 커버를 안 해도 괜찮은데, 이 날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기도 했고, 저희가 잘 때 혹 누군가가 여기를 방문한다면 들여다보이는 게 싫어서 커버를 씌웠어요. 

 

완성된 텐트 

안에 분홍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매트도 깔아두고 하니, 나름 잠자기 적당해진 텐트가 완성됐어요. 

 

오는 길이 예쁘진 않았지만 텐트를 친 호숫가 풍경으 꽤 예뻤던 것 같아요. 

 

식사 도구 

이제는 밥 먹을 시간. 

 

저녁을 하기 위한 도구를 꺼냈습니다. 

 

아, 무전기는 혹시나 핸드폰이 안 터지고 거너씨랑 저희가 떨어지는 상황이 올까봐서 가져온 거지, 저녁 도구는 아닙니다 ㅋㅋ 

미니 가스통 

작은 가스 통에 불을 붙일 수 있는 도구를 연결합니다. 

 

아래에 삼발이도 둬서 가스통이 움직이지 않게 해줬어요. 

냄비경 캠핑 그릇 

준비해온 그릇 겸 냄비에 물을 3분의 1정도만 넣어줍니다. 

 

비상식량

이게 저녁 메뉴인데, 끊는 물에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거든요. 

 

캠핑 식사는 아니고 본래 비상시에 먹는 비상식량으로 구매한 건데, 조리법이 간편해서 캠핑 때 먹으려 가져왔어요. 

 

여러가지 맛 중에서 텍사스나 멕시코쪽 스타일 밥 메뉴를 골라왔습니다. 

 

요리 전 

건조 식품이기 때문에, 개봉하면 이렇게 생겼어요. 

 

끓이는 중 

이걸 끓는 물에 먹을 만큼 넣고 뚜껑을 덮어둡니다. 

 

그리고 쌀이 잘 익을 때까지 기다리면 돼요. 

설익은 밥

아직 쌀이 익기 전이라 생쌀 모습이 그대로 있어요. 

 

눌러 붙지 않게 중간 중간 저어주면서 익혔습니다. 

 

소세지 간식

거너씨가 간식으로 챙겨온 소세지도 조금 뜯어서 넣었어요. 

 

완성된 캠핑밥 

이렇게 완성된 밥을 냄비와 냄비 뚜껑에 덜어서 나눠 먹었어요. 

 

본래 이렇게 밥그릇처럼 쓰는 용도이기도 하고요. 

 

숟가락도 가벼운 캠핑용 숟가락. 

 

밥은 커리맛이 많이 감돌고, 소세지도 뜯어넣었더니 뉴올리언스의 잠발라야랑 비슷한 맛이 됐네요. 

 

한 봉지가 거의 4인분 정도 돼요 

 

반만 넣었는데도 배불러서 저는 좀 남겼어요. 

 

캠프 세제 

설거지는 이걸로 해요. 

 

캠프 전용 세제인데, 자연에 해가 가지 않는 성분의 세제예요. 

 

일반 세제 가져와서 여기 시냇물이나 호숫가에 흘려보내면 자연환경에 되게 안 좋아진다고 해서 이걸 가지고 왔어요. 

 

물론 세정력은 좀 덜하겠지만, 그래도 몸도 씻고 물건도 씻고 다용도로 쓸 수 있는 캠핑 세제입니다. 

설거지 

다 먹은 그릇에 물도 넣고 세제도 넣어 다시 끓이면서 간이 설거지를 합니다. 

 

펌프가 있어서 거기에 좀 헹구기도 했어요. 

 

물론 집에 가서 정식 설거지를 새로 해야하지만, 간단한 설거지로 이정도면 충분합니다. 

 

밥 먹고 이 닦고 다니 금방 어두워졌어요. 

 

얼굴이랑 몸은 그냥 물티슈로 대충 닦았어요. 

 

텐트에서 잠옷으로 갈아입고 나니, 어두워져서 뭔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상태는 아니라 그냥 텐트에 누웠어요. 

 

심심하면 책보려고 킨들도 가지고 왔는데, 간만에 많이 걸어서 그런가 몸이 피곤하기도 했고, 사방이 어두우니 뭔가 읽는 게 귀찮더라고요 ㅋㅋ 

 

그래서 거의 저녁 7시쯤 누은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해 잠을 푹 자지는 못 했어요. 

 

생각했던 것 보다 텐트 안이 아늑하기도 했고, 벌레가 들어와 괴롭히거나 하는 것도 없었는데, 문제는 소음. 

 

도시만 밤의 소음이 있는 게 아니라 자연도 있더라고요 

 

개구리랑 오리랑 벌레 등 야행성 아이들이 해가 밝을 때까지 미친듯이 울어대는 데 그게 진짜 시끄러웠어요

 

산 속이라 엄청 고요하고 그런 줄 알았는데, 그냥 제가 사는 주택가가 훨씬 조용해요 ㅋㅋㅋㅋ 

 

또, 폭퐁우 소식에 습도가 높아서 오히려 날이 더워 가져간 침낭은 거의 배게로 썼어요. 

 

새벽에 추워서 잠깐 들어가있긴 했지만 거너씨는 아예 침낭을 펴지도 않았어요. 

 

새벽의 호숫가 

날이 밝으니 귀신같이 그 시끄럽던 소음이 사라지고 새소리가 들렸어요. 

 

자연에서는 정말 낮과 밤에 활동하는 애들이 완전히 나눠져 있다는 걸 새삼 느꼈네요. 

 

날씨예보와 달리 비가 거의 안 와 집에서 무탈히 돌아올 수 있었어요. 

 

돌아와서 침대에서 낮잠을 세 네시간 잔 것 같아요. 

 

확실히 밖에서 잘 때랑 집 안 침대에서 잘 때.. 수면의 질이 너무 다르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 

 

몸은 조금 불편해도 색다른 걸 해보니 기분전환도 되고, 왠지 모를 약간의 성취감도 올라갔어요. 

 

때문에 다음에 또 캠핑을 해보려 생각중입니다. 

 

날이 더워지고 있으니, 다음은 해변가로 가 볼까 해요. 

 

등산도 싫어하던 제가 이렇게 밖에서 잠을 자기까지 하다니 신기하네요. 

 

남편을 통해서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는 게 나름 재미집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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