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이상기후로 인한 물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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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좌지우지하는 제일 중요한 요소가 뭘까요. 


저는 날씨라고 생각해요. 


짧은 시간 힘들게 시간내서 여행 왔는데 계속 비, 눈이 오거나 태풍이 치거나 아님 숨 막히게 더워도 


제대로 여행하기 힘들잖아요. 


날씨 안 좋으면 호텔에 콕 박혀있어야 되는데 호캉스 하러 온거라면 굳이 멀리 여행 안 떠나도 되죠. 


한국분들이 베트남에 제일 많이 여행 오시지만 정작 중요한 베트남 날씨는 별로 생각 못 하고 오시는 듯 해요. 


베트남은 1년 중 6개월은 건기, 나머지 6개월은 우기입니다. 


완전 극단적인 날씨예요. 


물론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제가 사는 다낭에는 우기, 건기가 비교적 뚜렷한 편입니다. 


베트남으로 이사왔을 때가 4월인데 그때도 약간 태풍과 더위가 섞여있는 미묘한 날씨였어요. 


물론 곧 본격적인 건기에 들어서서 오랫동안 비 한 방울 보기 힘들정도로 덥고 메마른 날씨가 계속됐죠. 


이정도로 비가 안 와도 되나 싶었고, 비가 안 오니 거리에 먼지도 심했구요. 


그런데 7월 8월 들어서면서부터 걱정했던게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우기였어요. 


다낭의 우기는 정말 하루 죈종일 비가 오는 우기라고 들었고, 호이안은 매년 홍수가 나는 지역이구요. 


드디어 10월이 됐는데 어랏. 생각만큼 비가 엄청 오는 건 아니더라구요. 


주로 비는 밤에 내리고, 낮에는 맑은 날씨가 계속 되는 그런 날이 많았어요. 


다낭 경험자들에게 물어보니 11월 12월이 비가 제일 심하게 오고 1월 2월이 바람이 가장 세게 분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다낭 거주 외국인중 다낭 우기를 이미 아는 사람들은 우기 전에 다른 나라로 잠시 피난 겸 떠나더라구요 ㅎ


엄청 겁을 먹고 있는 상태로 11월이 왔는데 정말 11월 들어서자마자 비가 내렸어요. 


아 이제 시작이나 싶었는데 또 어랏. 또 비가 별로 안 오는 거에요. 


날씨예보 보고 해는 이제 못 보는 건가 싶었는데 지금도 해가 엄청 쨍쨍하기만 해요  


저는 다낭 우기가 처음이니까 아 이정도 비가 오는 우기인건가? 살만한데? 


생각보다 비가 별로 안 안오네 하면서 좋아했어요. 


그런데 왠열..... 


우기 때 비 안오는게 좋아할 일이 아니더라구요. 


아주 큰 문제가 생겼어요. 


물이 없어요 -_-;;; 젠장. 


갑자기 집 화장실과 주방물 부엌이 졸졸졸이 되더라구요. 


집에 연결된 물탱크가 비었나 싶어서 물탱크 여는 스위치를 켜고 시간이 지났는데, 


한동안 물이 채워지나 싶더니 물탱크 가동되는 소리가 더이상 안 들리는거에요. 


동남아가 본래 전기,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 저희 집 수압도 그닥 센 편은 아닌데 평소와도 뭔가 좀 다르게 이상하다 싶더라구요. 


스트레스 받으면서 좀 더 보다가 내일은 집주인한테 전화해서 사람 보내달라고 해야겠다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알고보니 저희 집만 그런게 아니더라구요. 


다낭 집들이 다 그런건 아니지만 반은 정상적으로 물 나오고 반은 물이 졸졸 나오거나 아예 끊긴 집도 있구요. 


물이 3일 째 제대로 안 나와서 집에서 요리도 못 하고 샤워도 제대로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했어요. 


물 회사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기후이상으로 예년만큼 비가 안 내리고 있어서 물이 고갈됐다는거예요. 


하아...진짜 동남아...


이럴 때 정말 떠나고 싶어요 ㅋㅋㅋㅋ 


베트남은 바다, 강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물부족 국가예요. 


그래서 물 아껴쓰는건 물론이고 절수 시스템을 잘 갖춰놓고 이런 상황에 늘 대비해야 하는데 


정작 나라에서도 제대로 물 관리를 못 하고 있고, 시민들도 물 정말 막 써요. 


비 오는데 세차하고..... ;;; 


건기 때도 "우기 때 비 많이 오니까" 라고 생각하고 있는 물은 다 갖다 쓰기 때문에 


막상 예상 만큼 우기에 비가 안 내려주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물중단 사태가 벌어진거죠. 


특히 다낭은 휴양지라 각종 호텔들이 많잖아요. 


물저장을 충분히 하고 있는 호텔은 괜찮을 거 같은데 그렇지 않은 호텔은 등급이 높은 호텔이어도 물 공급이 안 되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그런 호텔들 손님들이 인포에 컴플레인 걸고 난리났어요. 


어떤 투숙객들은 마트에서 생수 사다가 그걸로 샤워하셨다는 분도 봤고 -_-;; 


전부 "비가 안 내리는데 어떻게 하라고" 라는 배째라는 식이라 이럴 때는 이놈의 나라 아직 멀었구나 싶어요. 


비 오는게 싫어서 늘 비 안 오길 바랬는데 이젠 언제 끊길지 모르는 물걱정 때문에 비를 바래야 한다니.. 


혼자 강우제라도 지내야 하나 참... ㅠㅠ 


물 완전히 끊기면 저는 한국으로 도망가야 할까요 ㅋㅋㅋ 


전기, 물 없이 사람은 기본적인 생활이 안 되는 건 당연지산데 베트남 정부에서 정신차리고 원활한 물공급을 위해 애썼으면 좋겠어요. 


결론은, 지금 시기에는 다낭 오지 마세요. 물이 없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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