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오스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소, 왜 많은 기업들과 미국인들이 텍사스의 오스틴을 살아보고 싶은 도시 중 하나로 생각하는지 알게 해 줬던 장소가 바로 '질커(Zilker) 파크'입니다. 낮에도 밤에도 수려한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라 오스틴에 간다면 꼭 봐야 하는 곳이 주청사와 질커파크라고 생각합니다.
질커파크는 그냥 공원만 있는 게 아닙니다. 분명 공원이지만 끝이 어딘지 보이지 않을만큼 너무나 광활한 대지에, 자연스레 땅에서 솟은 샘물이 흘러 사람들이 찾게 만드는, 오스틴의 중심지입니다. 이 질커파크없이, 여기를 흐르는 강물 없이, 오스틴이 이렇게 번창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물론 본겨적으로 오스틴이 발전한 건 많은 IT기업들이 이 지역으로 옮기면서부터인 것 같고요. 저희는 공원 주차장에 주차를 해놔서, 공원을 가로질러 강으로 걸어갔는데,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공원에서도 그냥 드러누워 즐겨보고 싶었습니다. 몇 개의 나무와 풀밖에 보이지 않는 이 거대한 공원이 저에겐 너무나 신기했습니다. 미국에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엄청 큰 장소들이 많기는 한데, 질커파크가 제가 눈으로 직접 본 공원 중 가장 크기가 컸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죠? 대도시 한 가운을 가로질러 흘러가는 강물 색 좀 보세요. 너무 깨끗하고 맑지 않습니까. 제가 정말 좋아하는 물색입니다. 오스틴처럼 크고 발전된 도시 한가운데에 이 정도의 맑음을 자랑하는 강이 흘러간다는 게 신기 그 자체입니다.
비가 많이 올 때는 진흙물이 섞여 들어와 약간 물색이 탁해질 때도 있지만, 운 좋게 맑은 날씨에 가면 이렇게 강물 안에 돌이 다 보일 정도의 투명한 강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게 전부 땅에서 솟은 샘물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플로리다의 레인보우 스프링스 파크였나, 그곳을 갔을 때도 땅에서 보글보글 솟아나는 샘물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는데, 여기도 같은 원리인 것 같습니다. 물이 맑으니 물고기도 정말 많이 살고, 특히 거북이가 엄청나게 살아서, 거북이는 원 없이 보고 왔습니다. 여기가 바다인가 싶을 정도로 물고기가 많이 보였습니다.
카약킹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강둑에서 조금 걸어야 합니다. 5분 정도?
이 강의 공식 명칭은 '바톤 스프링스'라는 곳인데 그래서 표지판에 'Barton'이라는 이름도 작게 보입니다. 여기는 '질커파크 보트 렌탈'을 검색하고 가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강물 말고 아예 바로 옆에 수영장의 모습을 갖춰둔 자연 수영장이 있습니다. 거기는 월요일에는 문을 닫고, 입장료도 받습니다. 입장료 아까우면 다른 사람들처럼 그냥 강물에 들어가 수영해도 됩니다. 저는 수영은 다음 날 하기로 하고, 일단 카약킹을 먼저 했습니다.
보트 렌탈을 하는 곳은 거의 연중무휴로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강이 범람할 정도나 번개가 칠 정도로 날씨가 안 좋을 경우를 빼면 말이죠.
1시간당 돈을 받거나, 종일권으로 돈을 받거나 하는데, 강물이 낮고 카약킹을 하다가 빠져 죽을 확률이 적어서 구명조끼는 안 해도 괜찮습니다. 처음에 신분증을 맡기고, 돌아오는 시간에 따라 과금을 합니다.
카약에 올라타자마자 조금씩 비가 부슬부슬 왔는데, 계속 타도 영향이 없을 정도의 양이어서 오히려 시원했습니다. 살짝 비가 내리는 강에서 카약킹을 하고 있으니 괜히 더 운치있게 느껴졌습니다. 강이 생각보다 훨씬 넓어서 1시간 내에 다 돌아보긴 힘듭니다. 그렇다고 1시간 이상 하자니, 몸이 힘들어서 1시간만 딱 돌아보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사진 속 부러진 나무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동그란 것들 보이세요? 그게 다 거북이입니다. 물속을 유유히 헤엄치다가 뭔가 붙들고 올라갈만한 걸 만나면, 기를 쓰고 올라가서 햇볕을 쬡니다. 크기가 작은 걸 보니, 아직 어른 거북이는 아닌 것 같은데, 번식을 잘하는 걸 보면 거북이들한테 정말 좋은 환경인가 봅니다. 거북이들을 바라보며 의아했던 건, 모여있을 때 대부분 한 방향을 보고 있다는 것. 누구는 왼쪽을 보고, 누구는 뒤를 보고 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 같은 장소에 있는 애들끼리는 모두 한 방향을 보며 겹쳐있다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이분은 강아지들과 함께 강을 즐기시는 분입니다. 개들도 한 두번 올라타본 게 아닌지 얌전히 아저씨 앞에 앉아서 강물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진정 여유를 즐길 줄 아는 강아지들.
비가 올 때는 언제고, 하늘이 또 금방 갰는데, 날씨가 맑아지니 또 다른 색이 보입니다. 하늘이 파래지면서 강물이 그 파란색이 그대로 비춰 아름다웠고, 여기가 대도시 한가운데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고층 빌딩들이 어우러지면서, 이 공원 때문에 여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이 미국으로 돌아오기 전, 취업하고 싶은 지역 중 하나로 오스틴을 꼽았었는데, 결국 다른 지역에 취업해서 이곳에서 살 기회는 없었지만, 오스틴에 일자리를 잡고 여기서 살았어도 저는 많이 행복했을 것 같습니다.
다리 위로 버스나 차들이 지나다니는 게 보입니다. 저도 처음에 차를 타고 여기를 지나다가 카약킹 하는 사람들을 보고, 여기를 찾아오게 된 겁니다. 저처럼 강을 지나다가 즉석에서 결정해서 오는 사람들도 있겠죠? 그런데 정말 후회 안 할 곳입니다.
카약킹을 하면서 질커파크와 바톤스프링스에 반해 다음 날 아침 일찍 한 번 더 왔습니다. 자연수영장에 가려다가 너무 깊을 것 같아, 그냥 안전한 강물에 뛰어들어서 놀았는데, 물도 깨끗하고 수심도 낮지만, 강바닥에 있는 암석이나 이끼가 좀 미끄러워서 그냥 걸어 다니기는 힘듭니다. 수영을 마치고 그냥 수영복 차림으로 공원을 걸어다녔습니다. 그래도 아무도 신경쓰는 사람이 없기에 진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전 날 카약킹을 하면서 강에서 위를 올려다봤을 때와, 공원에서 강을 내려다볼 때, 경치가 또 다릅니다. 뭐가 더 아름답다라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어느 곳에서 봐도 좋은 장소입니다. 이곳을 매우 조깅하고 산책하고 수영하면서 한껏 누리는 오스틴 시민들이 부러웠습니다. 오스틴에 한 번 더 오게 된다면, 저는 다시 무조건 이 질커파크와 바톤 스프링스에 갈 겁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서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채워지는 곳입니다. 텍사스 너무 아름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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