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 / 2021. 4. 28. 06:12

그 시대의 진짜 할머니를 연기한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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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미국 영화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한국에서도 유명세를 탔고 이미 영화를 보신 분들이 꽤 많으실거에요. 

 

저도 미국에서 미나리를 보고 싶었지만, 코로나로 미국 영화관들이 좀 망해가는 추세라,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영화들이 굉장히 한정되어 있어요. 

 

주변에 큰 영화관 몇 개가 있지만 미나리를 상영하지 않았고요. 

 

겨우 상영하는 곳을 찾았는데,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아쉽지만 집에서 노트북으로 영화를 봐야했습니다. 

 

오스카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는 뉴스를 보고 바로 봤어요. 

 

영화는 그 전부터 다운로드 받아놨지만요. 

 

평소에도 스티븐 연과 윤여정님의 연기를 좋아하는데 두 분이 만나 함께 만든 영화라 더 기대가 컸어요. 

 

감독의 자전적인 스토리를 영화로 만든 것도 마음에 들었고, 영화 속에서 꼬마 아이를 연기한 앨런 킴도 어쩌면 연기를 그렇게 귀엽게 하는지 정말 캐스팅을 잘 했더라고요. 

 

영화 스토리는 사실 대단한 게 없어요. 

 

미국으로 이민간 한인 부부가 10년간 캘리포니아에서 병아리 성별 구별하는 일을 하다가, 아칸소에 농장을 차리기 위해 이주해오면서 고생하는 이야기예요. 

 

손이 많이 가는 어린 아이들은 아니지만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 고학년 정도 되는 아이들을 집에만 두고 일을 갈 수는 없었기에, 모니카 (한예리)는 한국에 계신 친정 어머니를 부릅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외할머니를 처음 보는 데이비드 (앨런 킴)는 갑자기 할머니와 방을 쓰게 되고, 할머니스럽지 않은 한국 할머니의 행동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결국 할머니에게 의지하게 되고 진짜 가족이 되어 가는 내용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에서의 생활이 힘들어서 미국에 이민 왔다는 제이콥 (스티븐 연) 가족. 

 

그렇지만 어디 남의 나라 생활이 녹록한가요. 

외국에서 조금이라도 길게 생활해 보신 분들은 경제적 상황을 떠나서, 타국살이의 어려움을 아실 거에요. 

 

가족들 앞에서 아빠로서 무언가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제이콥은 완전 시골 촌구석에 기름진 땅만 보고 컨테이너 집을 구해 가족들과 이사를 와요. 

 

모니카(한예리)는 심장이 약한 아들을 위해 병원이 가까운 도심에서 살길 원하지만, 일단 남편의 뜻을 따라줘요. 

 

그래서 힘든 컨테이너 집 생활도 견디고, 수돗물 끌어다 농장에 쓰는 남편 때문에 집에 물도 안 나올 때가 있지만 묵묵히 참고 견딥니다. 

 

제이콥도 농작물을 키워 도심에 납품해보겠다는 꿈으로, 병아리 공장 일이 끝나면 정말 열심히 농사를 지어요. 

 

그렇게 납품을 계약한 날, 장모님(윤여정)의 실수로 농작물이 다 불타는 비극을 맞이합니다. 

 

할머니 (윤여정)가 불을 낸 건, 미국에 온 후 갑작스러운 뇌졸중에 몸이 불편해졌기 때문이에요. 

 

영화는 약 2시간정도 되는데, 윤여정님이 연기를 워낙 잘해서인지 그 분량이 짧게 느껴졌어요. 

 

영화에서 제일 재미있는 부분은 할머니와 데이비드 신이에요. 

 

어린 손주에게 욕설 섞어가며 화투를 가르치는 할머니, '마운틴 듀'를 산에서 가져온 샘물이라고 자주 드시는 할머니, 그러면서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어주시는 할머니 등 너무너무 그 시대의 할머니 말투와 행동이 소름돋을 정도였어요. 

 

제 외할머니랑 친할머니도 얼마나 떠오르던지. 

 

한국 문화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 봐도 재미있는 장면이 많았지만, 한국 문화와 한국 사람들의 특징을 좀 알고 있는 거너씨가 보니 그 재미가 2배라고 하더라고요. 

 

안타까운 장면은 두 부부가 서로 잘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 노력하는데, 상황이 잘 안 풀리려 서로 중요시 하는 방향이 달라지고, 그러면서 서로를 포기하게 되는 그런 감정씬이었어요. 

 

또 안 그래도 아들이 심장이 약해 걱정인데, 한국에서 모셔온 어머니가 갑자기 뇌졸증으로 쓰러져 오히려 미국에서 돌봐드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그 때 그 부부의 심정과 삶이 어땠을까. 

 

참 마음 아팠습니다. 

 

이 영화가 더 와닿는 건, 단순히 스토리가 아니라 감독의 실제 이야기를 썼기 때문이겠지요. 

 

감독 인터뷰를 몇 개 본 적 있는데, 그저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자기 어린 시절의 얘기를 친구들에게 해주면 너무 재미있고 독특하다고 그걸로 영화를 만들어보라고 했대요. 

 

그 영화가 진짜 대박이 난 걸 보고,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라는 마틴 스콜세지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아쉽게도 시간이 지나서 정감독에게 많은 추억을 남겨준 할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손주에게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와 작품을 만들어주신 분이네요. 

 

윤여정님의 뇌졸증 연기도 인상깊었어요. 

 

또, 영어가 모국어와 같은 스티븐 연이 최대한 한국식 발음의 영어를 연습하기 위해, 또 자연스러운 한국어 발음을 연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도 보입니다. 

 

이민자들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결코 쉽지 않겠지요. 

 

당시 본인들의 삶을 희생했지만, 자식들을 미국에서 이름 날릴 수 있게 번듯하게 키워놓은 부모님들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좋은 생명력을 가진 미나리처럼 한국에서건 해외에서건 우리 모두 건승합시다 ㅎㅎ 

 

저의 미국생활도 미나리처럼 잘 해 나가보렵니다. 

 

마음이 꽉 채워지는 좋은 영화입니다.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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