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 / 2020. 5. 7. 00:34

내가 생각하는 코로나를 통해 본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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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란 나라에 대해 엄청난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잘 아는 것도 아니지만, 친하게 지내는 지인들이 그곳에 많이 있어 현재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그들과 얘기를 나눌 일이 많이 있다. 

 

늘 하는 얘기는 '집에 있다', '답답하다', '긴급 사태가 더 연장됐다', '마트 가는 게 즐겁다' 등등의 소소한 얘기를 한다. 

 

물리적으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을 하는 건 아니지만, 공식적인 발표도 있고 서로 바이러스가 무섭기 때문에 비교적 내 주변 일본 지인들은 열심히 집에만 있는 것 같다.  

 

지난 두 달간 한국에서 비슷한 시기를 거쳤기 때문에, 밖에 잘 못나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모르지 않기에, 그들도 부디 잘 이겨내길 바랄뿐이다. 

 

한편으론 현재 코로나 감염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한국의 상황을 부러워하는 질문을 한다. 

 

" 한국은 요즘 괜찮다며? 밖에 나갈 수 있어?"

" 가게 문들 다 열었어?"

" 마스크는 얼마나 살 수 있어?"

 

그 중 마스크를 여유롭게 살 수 있다는 걸 제일 부러워 하는 것 같았다. 

 

연락하는 지인 중 약사가 있다. 

 

매일 손님들이 오기 때문에 약국 문을 열고 일하러 나간다고 한다. 

 

좁은 공간에 마스크도 잘 안 쓴 사람들이 자주 들락 거리니 걱정되지 않냐 물어보니, 물론 걱정되지만 약국을 찾는 손님이 너무 많아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심각한 경우에만 바이러스 검사를 해주기 때문에 약간의 열과 기침 증상이 있는 경우, 사람들이 전부 약국을 찾아 약을 구매하기 때문이란다. 

 

땅이 거질 듯 긴 한숨이 나왔다. 

 

이 상황에서 심각한 경우에만 검사를 해준다는 거, 의사들이 오히려 환자 검사 하기를 거부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았고, 그렇게 열과 기침으로 약국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도대체 일본 내에 얼마나 많은 감염자가 있다는 건지. 

 

지금 카운트되고 있는 일본의 확진자 수는 실제의 반도 안 될 것 같다. 

 

그런데 지역마다 학교 개학 시기가 달라 대도시가 아닌 곳에서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도 한다. 

 

지역마다 개학 시기가 다른 것도.. 난 잘 모르겠다. 

 

궁금했다. 일본인들 스스로도 일본 정부가 잘못 된 정책을 펼치는 걸 알고 있는지. 

 

알고 있단다.  뉴스나 신문에서도 계속 아베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실제 젊은이들 중에서도 아베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고. 

 

그런데 절대 절대 나서질 않는다. 

 

내가 보기엔 그들은 절대 행동하질 않는다. 

 

요즘 물론 SNS를 통해 사람들이 아베 마스크나 정부 비판을 내보내고 있긴 하지만 그 지지도가 아직 턱없이 부족한 것 같다. 

 

그리고 한국을 보며 신기해 한다. 

 

왜 그렇게 한국사람들은 나라에 불만이 많고, 툭하면 데모를 하냐고. 

 

툭하면 데모를 하는 건 맞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는 건 없다고 하면, 이 말에 동의는 하지만 본인들은 행동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국보다 훨씬 더 정치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이 심각한 것 같다. 

 

내가 한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청와대 홈페이지에 청원 글을 남길 수 있다고 하니, 한국은 그런 게 가능하냐며 놀란다. 

 

일본은 아예 그런 시스템이 없는 건지, 아님 있는데 내 지인들이 모르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쩔 땐 일본이 마치 공산국가처럼 보이기도 한다. 

 

게임과 로봇 산업이 발달한 나라이면서 회사 일을 온라인화 하지 못해서 이 상황에도 일주일에 두 세번 씩 사람들을 출근하게 하는 회사도 많다. 

 

다른 것도 아니고 온라인화가 안 되서 재택을 못 한다는 게 매우 당황스럽다. 

 

60년대에는 대규모 반전 시위를 벌였을 만큼 시민들이 연대해서 목소리를 내던 시기도 있었는데, 지금은 왜 본인들 목숨이 걸린 일에도 정부에 아무 말 안 하는 걸까. 

 

한 때 미국과 한국을 비롯 여러 나라에서 퍼져나갔던 미투 운동도 일본에서는 그리 크게 화제가 되지 않았던 느낌이다. 

 

'82년생 김지영'이 그렇게 잘 팔렸다는데 그럼 일본 내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 인지가 없다는 것도 아닐텐데. 

 

정치에 대한 관심이 옅어진 건 여러 이유를 생각할 수 있다. 

 

일본도 급속한 경제 성장과 사회 변화로 관심이 없어졌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며 데모라는 게 과격한 이미지만 그들 머릿속에 남아있기도 하며, 한국과 달리 그런 시민 연대들이 어느새 사라졌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타인의 눈을 많이 의식하는 만큼, 지금껏 세계 속에서의 일본의 이미지 만들기에 오랫동안 집중해 온 느낌이다. 

 

도대체 일본시민들은 상황이 어디까지 나빠져야 행동에 나설건지 궁금하다 

 

계속해서 그쪽 상황을 들으며 생각보다 일본 정부가 매우 무능하다는 것을 느끼며, 그 정부는 그 시민들의 행동과 생각에서 나왔다는 걸 많이 실감하는 요즘이다. 

 

지인들에게 말로는 일본도 다음 달이면 괜찮아 질거다, 조금만 힘내라고 하고 있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공식적으로 괜찮아졌다고 일본 정부가 발표하더라도 난 몇 개월간은 못 갈 것 같다. 

 

 

- 저는 일본 전문가가 아니며, 주변 일본인들을 통해 얻은 정보를 주관적인 생각으로 썼을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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