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잘 사주는 테네시 시아빠 (윈체스터 고깃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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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머물면서 당연히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사람은 남편이지만, 남편은 회사원인지라 평일 낮에는 함께 하기가 어렵죠. 지금은 아직 제가 정착 전이라 다니는 곳도 별로 없고, 동네 특성상 또래 보기도 힘들어서 친구도 거의 없는 편이라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어요. 미국 있는 동안 뭐 하면서 보내냐고 너무 심심하지 않겠느냐고. 

아예 안 심심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이 조용한 곳 적응이 빨리 된 편이고, 평소 잠도 많은데다 집안일 좀 깔짝이고 일도 좀 깔짝이고 이렇게 블로그도 좀 하고나면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가는 편입니다. 

사실 심심한 것보다 외롭다는 감정이 더 드는 편이에요.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는 제가 이렇게 제한적으로 사람들을 보며 지내고 있는 게 쉽지는 않네요. 

그래도 중간에 친구도 다녀가고, 가끔 다른 주로 여행할 기회도 생기고 한 게 외로움을 좀 달래준 것 같아요. 

남편 가족들도 제가 혼자 너무 우울하진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한 편인데요 ㅋㅋㅋ 그래서 남편 다음으로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은 시아부지예요. 

시아빠는 일찌감치 은퇴를 하셨고 시엄마는 아직 일을 하고 계셔서. 시엄마랑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어요. 

그래도 명절 전후로 쉬는 날이 있을 때는 같이 네일샵도 데리고 가고 동네 구경도 시켜주신 다정한 분이십니다. 

시엄마가 일 때문에 바쁘시니 아부지가 오히려 저를 더 챙기시는데, 대부분 저보다 먼저 연락을 주십니다. 

같이 운전 연습하러 가지 않겠느냐, 아니면 같이 점심 먹지 않겠느냐, 어디 가고 싶은 데는 없느냐 등등.. 

당신은 바쁜 일 없으시다며 언제든지 필요할 때 부르라고 하는 분이세요. 

그저 감사하죠 뭐 :) 

만날 때 마다 밥을 사주시는데 대부분 고깃집에 데리고 가세요 ㅎㅎㅎ 

고기를 좋아하셔서 그렇기도 하지만 이 동네에서 고기 외 식당은 보기 힘들기도 하니까 필연적이라고 할까요 ㅋㅋ 

그래도 그냥 저렴한 패스트 푸드점 데리고 가도 되는데, 제가 먼저 가자고 하지 않는 이상 패스트 푸드점에 데리고 가신 일은 없어요. 

밥 잘 사주는 시아빠가 데리고 가신 고깃집 자랑 좀 할게요 :) 

Western Sirloin steak house 라는 곳으로 딱 이름부터 고깃집이에요 ㅎㅎ 

미국 하면 당연히 스테이크가 떠오르고 오자마자 먹고 싶었는데, 외식비가 비싸서 스테이크는 잘 안 사 먹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먼저 고짓집에 데리고 와 주시니 티를 덜 냈지만 심장은 함성을 질렀죠 ㅋㅋ 

평일 낮 시간에 가서 사람이 별로 없지만, 일요일에 교회 예배 시간 끝나면 사람들로 엄청 북적이는 곳입니다. 

한국은 왠만한 중.대형 교회들은 교회 안에 식당이 있어서, 예배 후에 다 같이 밥 먹으면서 얘기 나누고 하는 곳이 많죠? 

그런데 미국은 급식 시스템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교회 다녀온 후에는 다 같이 근처 식당이 교인들로 북적입니다. 

 

샌드위치나 샐러드 같은 기본 메뉴도 있지만 고깃집인만큼 스테이크가 메인이에요. 

당연히 근수에 따라 값이 다른데, 미국에서 쓰는 단위가 적응이 안 되서 봐도 한국 단위로 어느정도 되는 지를 잘 몰라요 ㅎㅎ 메뉴 볼 때 마다 폰으로 검색하기도 그렇고 늘 햇갈립니다. 

그치만 워낙 기본 양이 큰 나라라서 보통 제일 작은 단위의 음식을 시키면 양이 맞더라고요. 

참고로 7 oz 가 삼겹살 1인분 (약 200g)정도 됩니다. 

저는 맨 위에 있는 8oz 등심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이 집 이름이 'Sirloin(등심) steak'인만큼 이게 제일 맛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요. 

그리고 아래에 있는 사이드 메뉴를 고를 수 있는데, 고기 하면 또 반 싹 갈라서 버터 잔뜩 머금은 구운 감자 아니겠습니까. 

망설임없이 'Baked Potato'갔습니다. 

전체적으로 가격이 많이 비싸 보이지는 않지만 저게 딱 요리값이고 나중에 계산할 땐 세금에 팁에 잔뜩 더해지니 늘 딱 맞게 현금을 갖고 다니면 위험해질 때가 있어요 ㅎㅎ 

음료는 차를 시켰는데, 미국에서는 찬 음료가 대부분이고 따뜻한 음료가 거의 없기 때문에 꼭 물어봐야 되더라고요.

따뜻한 차 있느냐. 없다하면 걍 얼음 없는 차를 주문하곤 합니다. 

따뜻한 차가 있다기에 주문하니까 컵, 뜨거운 물이 담긴 주전자, 그리고 각종 티백이 담긴 상자를 가지고 와서 2개 고르라고 했어요. 

잘 모르는 차가 대부분이라 그나마 익숙한 chai차만 두개 골랐습니다. 

여기는 남부라 눈이 올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날이 겨울날씬데 왜들 그리 얼음 음료만 홀짝이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크~~~~~ 내 사랑 고기의 자태 ㅎㅎ 

등심 고기가 두 덩이 나오고, 버터 가득 바른 토스트 한 조각이 나와요. 

또 구운 감자는 양념없이 나오는데, 샤워 크림이랑 버터를 따로 줘서 제가 원하는 만큼 직접 넣어서 먹었어요. 

처음 봤을 때는 고기 두 덩이가 너무 자그마해보여서 이게 8oz인가..  배가 차려나.. 했는데, 보기와 다르게 배가 꽉 차는 양입니다. 실제 200g이 좀 넘는 양이고, 옆의 탄수화물들 합치면 배가 안 부를 수가 없어요. 

미디움 굽기로 시켰는데 거의 웰던이 다 되서 나온 거 빼고는 맛있게 싹쓸이 했습니다. 

시아빠도 마찬가지로 스테이크에 감튀를 사이드를 주문했는데요. 감튀가 몸에는 참 안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맛은 왜 이렇게 좋은지. 

저도 당연히 좋아하지만 제가 일부러 시켜 먹지는 않으려고 자제하고 있어요. 

그래도 거너씨랑 거너씨 가족들이 좋아해서 같이 밥 먹을 때 마다 감튀가 항상 등장하는 편인데, 있으면 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시아빠랑 둘이 만나면 어색하진 않을까 궁금하지 않으세요? ㅎㅎ 

제 주변에는 시아버지랑 둘이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이 없어서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 중 제가 특이 케이스가 아닐까 싶어요. 

아마 이번에 한국 돌아가서 친구들한테 시아버지랑 많이 놀았다고 하면 신기해 할 것 같아요 ㅋㅋ 

시아빠가 수다쟁이는 아니신데 미국인들은 밥 먹으면서 사람들이랑 대화하는 거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끊임없이 뭔가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시고, 제 얘기도 잘 들어주셔서 제가 좀 더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주로 하는 얘기는 이 동네 뉴스랑 사람들 얘기, 한국과 미국의 핫한 주제 등으로 얘기를 해요. 

각자 자리 나라에 대한 불만이냐 욕도 많이 하고요 ㅋㅋ 뭐 가족얘기나 옛날 얘기 등등 남들 하는 수다 평범하게 합니다. 

그래서 시아빠랑 보내는 시간이 어색하지 않고 편안한 편이에요. 

 

얼마 전에는 시아부지 생신이셔서 조금 격식있다는 다이닝 레스토랑에 갔어요. 

한국에서는 보통 부모님 생신이고 자식들이 장성해 있다면 자식들이 밥을 사는 편인 것 같은데, 이번에도 저녁을 시아빠가 계산하셨어요. 

생일이라고 뭔가 케익 들고 요란하게 하는 걸 싫어하시고 그냥 가족끼리 외식 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 정말 조용히 밥 한끼만 먹고 왔습니다 ㅎㅎㅎ 

 

Old Mill Manor Restaurant이라는 곳이고, 저희 부모님이 방문하시면 모시고 가고 싶은 곳이에요. 

아담한 공간에 앤틱한 분위기가 기분 좋게 해주고, 다이닝 레스토랑이지만 너무 차려입고 가지 않아도 되는 부담 없는 곳입니다. 

공간이 작아서 주로 사람 1명이 홀을 보고, 요리도 굉장히 천천히 나오는 편이에요. 

동네 다이닝 레스토랑 맛집 중에서도 1등을 한 적이 있다네요. 

이곳의 단점 중 하나라면 홀 담당하는 분이 아주머니일 때가 있는데 그 분이 정말 수다쟁이라는 거에요 ㅋㅋㅋ 

손님들이랑 대화를 시작하면 그 대화가 끝나질 않아서 밥 먹기 힘들정도 ㅋㅋ 

말도 엄청 빨라서 저는 못 알아듣겠더라고요. 

그냥 눈 안 마주치려 노력하며 조용히 밥 먹었습니다 ㅋㅋ

여기는 샐러드 바도 있는데, 샐러드 바 음식은 역시 매일 매일 다르대요. 

 

제가 방문한 날은 구운 새루, 햄과 치즈 종류, 토마토와 올리브 요리, 가지요리, 시리얼과 크루통 등 꽤나 다양한 가짓수의 요리가 준비되어 있었어요. 

이거 한 접시 가져오고 맛있어서 또 가져오려고 했는데, 메인 요리가 나와서 배가 부른 탓에 더 먹기 힘들어요. 

여기느 직접 구운 감자빵 같은 걸 주고, 또 요리가 늦어지니까 쌀과 채소 구이도 주더라고요. 

밥도 잡곡으로 하고 양념 넣어서 맛있고, 가족 중에 비건이 있어서 채소만 구워 준 배려가 참 좋았어요. 

메인 요리 먹기도 전에 샐러드 바와 서비스 음식으로 이미 배가 많이 찬 상태 ㅎㅎ 

비건 스테이크 
닭요리 
등갈비 스테이크 
해산물 특선 

소고기, 닭고기 부터 아마 두부를 섞어 만들었지 않았을까 싶은 비건 스테이크까지 참 다양하게 시켰죠. 

해산물 요리는 시킬까 말까 하다가 오늘의 스페셜이라길래 두 개나 주문했습니다. 

미국인 입맛에 맞게 만들어서 저한테는 쫌 짯지만 가시 없는 생선을 통으로 굽고 그 위해 구운 생선과, 홍합을 얹어 토마토 스튜처럼 만들어 냈어요. 

여기서는 홍합도 귀하기에 알이 작아도 맛있게 먹었어요. 

먹다보니 얼굴 만한 크기의 한국의 '섭'이 그리워지대요 ㅎㅎ 역시 조개류는 한국이 최고인 듯. 

 

시골 동네라 먹을 음식이 다양하진 않지만 시아부지는 그 안에서도 어떻게든 맛있고 좋은 곳 찾아 데려가 주십니다. 

정말 밥 잘 사주는 시아빠세요 ㅎㅎ 

오늘도 전 여기서 고기는 부족하지 않게 먹고 지내고 있습니다 ㅋㅋ 시댁 복이 있는 것 같아요 :)

 

Western Sirloin steak house: 1911 Decherd Blvd, Decherd, TN 

Old Mill Manor REstaurant:  219 Old Mill Rd, Winchester,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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