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도 며칠 안 남은 상황.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레프팅 타는 것 마냥 급속도로 지나가는 것 같아요.
모두들 작년 마지막 날과 올 해 첫 날을 재미있게 보내셨나 모르겠네요.
저도 왠지 그런 날들은 뭔가 해야 할 것 같아서 예전에는 해의 마지막 해를 보러 서해안에 가기도 하고, 일출을 보겠다며 찜질방에서 자고 새벽같이 산을 탄 적도 있지요.
사실 전 그닥 낭만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솔직히 말하면 뭔가 대단한 기대와 바람을 가지고 그런 것들을 한 건 아니에요.
남들도 그런 날은 새해 소원을 빌겠다며 특별하게 보내는 것 같아서, 저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남들 비슷하게 흉내냈던 것 뿐 실제 새해 일출을 보며 감동 받은 적이 없답니다 ㅋㅋㅋㅋ
약간 저는 '어차피 날짜만 바꼈지 어제 뜨는 해나 오늘 뜨는 해나 똑같은 데 뭘 또 그걸 보겠다고 산을 오르나'하는 타입이에요-0-;;;
이렇게나 무덤덤한 사람이라 언제부턴가 일출 보겠다고 멀리 가는 걸 그만 두고, 그냥 조용히 집에서 TV로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술을 마시거나 했습니다.
올 새해도 그렇게 맞을 계획이었어요.
테네시에서도 새해 맞이 불꽃놀이나 카운트다운 세는 공연이 있는데, 사람들로 심히 북적이는 곳에 가고 싶지 않아 와인 한 병 사다가 홀짝일 생각이었죠.
근데 와인은 커녕 올 해는 사경을 해메며 새해를 맞았어요.
19년 마지막날부터 20년 첫날까지 안 좋은 일이 겹쳤는데요.
지금도 생각하면 우울합니다 ㅎㅎ
전부 디즈니에서 생긴 일이라 저는 디즈니의 저주라고 부르고 싶은데 ㅋㅋ 그 썰을 풀어볼게요.
플로리다에 가서 참 재미있었고, 디즈니도 3개나 포스팅할 정도로 최선을 다해 즐기고 왔는데요.
즐겼던 만큼 디즈니에서 잃은게 많아요..........
ㅎㅎㅎㅎ 급 우울.
디즈니를 새해 바로 전날인 월말에 다녀왔어요.
요즘 제가 월말이 월경 예정일이어서 플로리다 가기 일주일 전부터 생리를 미루는 피임약을 먹었지요.
고대했던 디즈니에 가는데 월경을 하면 몸도 힘들고 돌아다니기도 불편하니까요.
근데 정말 어이없게도 약을 먹었음에도 딱 디즈니 간 날에 월경이 시작됐어요.
히밤! ㅠㅠㅠㅠㅠ
여자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단전에서 욕이 올라오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약을 미리 먹으면 원하는 만큼 날짜를 늦출 수 있었는데, 왜 어째서인지 이번에는 약이 통하지 않더군요.
약을 좀 더 일찍 먹었어야 했던건지 아니면 약 효과가 별로 없었던건지...
다행히 생리양이 많진 않았지만 어쨌든 아무 준비도 안 한 상황에서 갑자기 시작되면 매우 당황스럽기 그지 없지요.
갑작스러운 월경은 나이가 많건 적건 언제나 당황스럽고 짜증나고, 내가 왜 여자로 태어나 이고생을 하나 싶을 정도로 성별과 인생의 회의감까지 느껴지는 엄청난 일입니다.
바쁘게 돌아다녀야 하는 디즈니 안에서 이런 일에 갑자기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싫었고, 더더욱이 문제는 디즈니 안에는 일반마트도 편의점도 없다는 사실이죠.
쿠쿵.......
상점은 죄다 디즈니 캐릭터 상점들인데 어디서 여성용품을 구한답니까 ㅋㅋㅋㅋ
마트를 가기 위해 디즈니랜드를 빠져나가는 건 너무나 긴 여정이었구요.
여자화장실에 티슈나 여성용품이 자판기가 있기는 했는데 탐폰 위주로 있고, 용량이 어떤건지도 꺼내보기 전엔 알 수 없어서 구매를 못 하고 있었어요.
결국 그냥 제가 있던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캐릭터 샵에 들어가 여자 직원을 붙잡고 말했어요.
어떻하냐고, 어디 용품 살 수 있는 곳 있냐고.
자, 여기서 TIP 나갑니다 ㅋㅋㅋ
저같이 디즈니가서 갑작스러운 월경을 맞으시는 분들이 제발 없기를 바라지만, 만일 그럴 경우 아무 직원이나 붙잡고 말하세요.
그러면 갑자기 직원이 카운터 밑에서 응급용품 상자를 꺼냅니다.
저는 그게 뭐지? 직원의 개인 물건인가 했어요.
여자 직원이라 본인이 예비로 갖고 있는 걸 저한테 나눠주려는 건가 했는데요.
응급 용품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붕대나 연고나 실제 응급상황에 쓸 수 있는 간단한 약과 함께 작은 종이 상자도 몇 개 들어있었어요.
그 종이상자가 뭔고 하니, 저같은 사람을 위한 응급 여성용품 도구였어요 ㅋㅋㅋ
그 날 화도 나고 정신도 없어서 상자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 크기는 담배값정도의 크기고요.
안에 탐폰 5개 여성용품 (생리대 중형) 3개 정도 들어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공짜 아니고 3달러 정도 내야 합니다.
그런 것 조차도 디즈니에서 팔려고 구비하고 있는 거더라고요.
대단.... 역시 공짜 없는 미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직원이 아무렇지 않게 상자를 척척 꺼내 3달러라고 해서 오히려 제가 역으로 당황했어요.
이런 일이 많이 있나? 생각될 정도로 ㅎㅎㅎ
응급 상자 덕분에 저는 무사히 디즈니에서 나머지 퇴장할 때까지 놀 수 있었습니다.
본의아니게 제가 직접 겪으며 알게 된 사실이니, 혹 디즈니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아무 직원이나 붙들고 얘기하세요 ㅎㅎ 왠만한 건 해결될겁니다.
그치만 월경은 약과였고 더 안 좋았던 건 디즈니에서 병을 얻은거에요.
플로리다는 테네시보다 훨씬 따뜻한 지역인데 갑작스럽게 기후가 바뀌고 하루종일 싸돌아댕겨서 그런지 디즈니에서 노는 날 저녁 시간 쯤 되자 목이 칼칼해졌어요.
목감기 초기 증상이 느껴져서 호텔 돌아가면 따뜻한 차 많이 마시고 말을 좀 아껴야겠다 싶었지요.
그리고 그 다음 날은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라서, 가서 푹 쉬면 금방 괜찮아질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음 날이 되자 목이 더 아프더라고요. 기침도 많이 나고 축축처지고.
그래도 렌터카 반납시간이 오전 11시까지였고, 돌아가는 비행기는 오후 6시라서 시간이 많이 남아 근처 대형 쇼핑몰로 갔어요.
쇼핑몰 도착하니까 와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걷기 힘들정도였어요.
월경중이라 허리가 아픈 것도 있었고, 문제는 오환이 시작되서 추워서 견딜수가 없는거에요.
남들 다 봄옷 입고 다니는 플로리다 날씨에, 저는 추워서 몸을 으슬으슬 떨었어요.
특히 발이 너무 차가워서 미칠 것 같았어요.
평소 수족냉증이 있기는 하지만 몸이 아파서 더 심해졌던 것 같아요.
발이 얼음장 같아서 온 몸이 더 추웠습니다.
쇼핑몰 안에 마련된 큰 쇼파에 앉아서 거너씨한테 약국가서 핫팩 있으면 사오라고 보냈어요.
그치만 따뜻한 플로리다 주에 핫팩이 있을리가 있나요. 혹시 몰라서 살짝 기대하긴 했지만 역시나 없었고 거너씨가 대신 사온 건 파스였어요 ;;;
붙이면 열이 난다고 쓰여진 파스여서 그냥 발바닥에 붙여봤는데 전혀 발열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따뜻한 국물이라도 먹으면 나을까 싶어서 쇼핑몰 내에 있는 완탕집에서 국수를 먹었어요.
국물 마시니 좀 기분이 낫긴 했지만 몸이 아파 반도 다 못 먹었죠.
몸상태는 점점 더 심해져서 이마에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감기 걸려도 열은 잘 안 났었는데, 너무 오랫만에 이마에 열이 나고 눈이 뜨거워지고 하니 이게 뭔 일인가 싶더라고요.
제 생각이지만 사람 많은 디즈니에 가서 열감기에 걸린 게 아닌가 싶어요.
공항 가기 전에 약국에 들려서 약을 샀는데, 미국은 약 살 때도 신분증이 있어야 되더라고요.
전부 다는 아니고 특정 약은 미성년자에게 판매할 수 없게 되어 있어서 그렇대요.
도대체 무슨 성분이 들어있길래 미성년자 판매금지인건지;; 약간 무서웠어요.
공항에 가서도 트렁크 안에 옷을 꺼내서 뒤집어 쓰고 있었는데, 저가 항공이어서 그런지 무려 2시간 가량 지연됐어요.
얼른 집에 가서 쉬고 싶었는데 공항에서 비행기에서 계속 떨면서 있느라 열은 계속해서 올라갔고, 진심 사시나무 떨듯 떨면서 있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가장 큰 저주가 남아있었어요.
헌츠빌 공항에 도착하고, 주차장으로 이동하면서 차키를 찾았습니다.
저는 항상 제 차키를 가방에 넣어두고 다니는데, 플로리다가서도 다른 곳에 안 두고 손가방에 넣어놨어요.
그치만 꺼낼 일이 한 번도 없었죠.
차는 헌츠빌에 주차해놓고, 플로리다에서는 렌트카로 움직였으니까요.
근데 가방에 차키가 없는겁니다!!
트렁크에 주머니에 공항 바닥에 짐을 다 풀어서 찾아봐도 차키가 나오질 않았어요 ㅠㅠㅠㅠㅠ
그 때가 12월 31일 밤 8시쯤이었어요.
열이 높아 제정신이 아닌데 차키까지 없다니 환장할 노릇이죠.
여기에 택시가 있나요 버스가 있나요.
교통수단은 아무것도 없고 더욱이 쉬는 날이라 어디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죠.
꼼짝없이 집에 못 가게 생긴겁니다.
거너씨도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에 너무 신경이 곤두선 상태였고, 저 또한 제가 차 키를 보관하고 있었기에 그 죄책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결국 저희가 할 수 있었던 마지막 방법은 거너씨 부모님꼐 전화해 픽업을 요청하는 거였죠.
거너씨네 부모님도 차로 1시간 넘는 거리에 계셨고, 밤에 운전을 부탁하는 게 너무 죄송스러웠지만 집에 갈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9시가 넘어서 두 분이 공항에 도착하셨고, 저는 너무 죄송하고 열이 높아 힘들었기에 앞에서 눈물을 보였어요.
잘 놀아놓고, 마지막에 이렇게 힘들 줄 전혀 몰랐죠.
차키를 어디서 잃어버린 걸까 도저히 모르겠지만 가장 유력한 건 디즈니 안에서 가방 속에 다른 물건을 꺼내다 차키가 딸려나와 어디 떨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차 키가 가벼운 것도 아니고 무게가 있어서 떨구면 소리가 날텐데 사람 많고 시끄러운 곳이어서 아무것도 못 들었던거죠.
그거 외에는 잃어버릴 만한 곳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차키를 따로 꺼낸 적이 없기에.
집에 도착해서 그 다 다음날까지 침대에 누워있었어요.
저의 새해는 이렇게 사경을 헤매며 맞이하게 됐습니다.
열이 38~39도까지 올라가서 병원을 가야 하나 싶었는데, 다행히 자연치유됐고 그 후에도 기침은 계속 되다가 얼마 전에야 비로소 기침도 사라졌어요.
차 키는 결국 못 찾고, 1월 1일에 카센터에 전화하니까 공휴일인데도 전화를 받았어요.
제 차는 렉서스 차량이라 그쪽에 전화를 했습니다.
기사가 당일날 해줄 수 있다고 해서 거너씨가 차량이 있는 헌츠빌 공항에서 기사님이랑 만나 키를 새로 만들어왔어요.
차 키가 RFID방식이라 새로 하나 만드는데 돈이 꽤 들었어요.
한국에서는 얼마에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기보다는 싸지 않을까 싶어요.
500달러나 들었습니다. 아래가 새로 만든 차키예요.
또 작년 연말에 제가 차 사고 낸 적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상대 차 쪽에서 아무 연락이 없었거든요?
갑자기 새해가 되니 연락이 왔어요.
제가 운전 미숙으로 주차된 상대 차량 뒤를 박았지만 속도가 거의 없었기에 구겨진 곳 없이 흰색 기스만 났었는데 갑자기 이제와서 그 차량 수리비로 900달러를 청구한거에요.
제 차도 같은 흠집이 났지만 수건으로 한 번 쓱 닦으니까 사라졌는데, 도대체 상대 차량은 뭘 어떻게 했길래 그 수리비가 나왔는지 모르겠네요.
차량 자체가 비싼 차기도 했지만 수리 안 하는 줄 알았다가 이제와서 그 금액을 청구하니 꽤나 당황했습니다.
제가 미국와서 한 거는 차 때문에 쌩돈을 1400달러가량 쓴거에요.
차량 수리비도 아니고, 차 키 잃어버려서, 남의 차 살짝 박아서..
평소에 차 자주 끌지도 않는데.
차 하나 있으면 유지비다 기름값이다 뭐다 돈 많이 들어간다더니, 하다못해 이런 자질구레한 일 때문에도 차있는 값을 톡톡히 치루네요.
미국에서야 차 없으면 감옥이니까 어쩔 수 없이 갖고 있는거지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그랬지만 앞으로도 운전 할 일 절대 없을 것 같아요; 악몽이 됐어요 ㅋㅋㅋㅋ
디즈니에서 월경, 열감기, 차키분실로 연초부터 고생했지만 최대한 좋게 올해를 위한 액땜으로 생각하려고 노력중입니다. 대체 얼마나 좋을 일이 생길거기에 31일과 1일에 걸쳐 안 좋은 일이 파파박 일어나는 건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은 중이나 힘드네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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