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이사 후 알게된 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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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베트남과는 조금 상관 없는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이 곳에 와서 알게된 거라 


여기에 포스팅해도 괜찮을 것 같아 적습니다. 


베트남 도시들을 방문하고 집을 알아보러 다닐 때도 


전혀 보지 못 했던게 있는데 바로 해충이나 벌레들이었어요. 


날씨 습하고 더운 이곳에 벌레나 해충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되고 


평소 베트남인들 위생에 대한 개념을 봐도 


쥐나 해충에게 엄청 살기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거든요. 


현재 살고 있는 집도 집 보러 왔을 때나 


계약하러 왔을 때나 


사람들이 있을 땐 전혀 한 마리도 눈에 안 띄다가 


다른 사람들이 나가고 딱 저희만 남았을 때 


그때부터 미친 듯이 눈에 띄는 곳에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원채 어릴 때부터 벌레를 싫어했고 


특별히 기억나는 트라우마도 없는데 


커 갈수록 벌레에 대한 혐오가 더 커지긴 했어요. 


그래도 한국에선 다행히 별로 벌레를 볼 기회가 없어서 


전혀 그런거에 대해 신경 안 쓰고 살았기 때문에 


제가 심각한 공포증이 있는 줄 베트남에 와서 알게 됐습니다. 


벌레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만은 


제가 제 심각성을 깨닫게 된 건, 


새로 이사하기로 한 집에서 엄청난 사이즈의 해충들을 맞닥들이고 


그냥 싫다 징그럽다의 생각을 넘어서 


저들이 있는 공간에 사느니 차라리 죽는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무튼 말도 안 되게 고작 벌레 때문에 생명을 운운하는 그런 사람이 어딨어요. 


스스로도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정말 그런 생각이 진심으로 드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이건 보통 사람들의 벌레 혐오증을 넘어 일종의 심각한 공포증이라고 깨닫게 됐어요. 


물론, 보증금을 포기하고 집을 다시 알아보고 할 순 있었지만 


그렇다고 다른 나라로 가는게 아니라 베트남 다낭 내에서 움직이는지라 


새로 찾을 집이 해충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보장을 얻을 수가 없었죠. 


보장이 없는데 돈도 없이 온 상태에서 보증금과 이미 지불한 3개월치 월세를 포기하기도 힘들었고 


집주인분과 마찰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어요. 


결국 제가 한 결정은 전문 의사와 상담을 받아보는 거였는데 


다낭에서 정신과 쪽 한국 의사가 있을리 없었고, 


그렇다고 베트남인 의사를 만날 수도 없었죠. (베트남어를 모르니) 


정신적인 상담은 제대로 자기 상태와 감정 등을 표현하고 대화하는게 제일 중요한 부분이잖아요. 


안타깝게도 한국 내에서 온라인으로 진료를 보는 회사나 의사를 찾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가 한 선택은 영어권이라도 온라인 상담이 가능한 의사를 찾는거였죠. 


한창 인스타에 온라인 카운슬링 광고가 있었고, 그 외에 거너씨가 검색해서 조금 더 저렴한 영국 회사를 찾았어요. 


거길 통해서 한 영국 의사랑 매칭되서 상담을 받아나갔는데


이런 증상이 드물지 않기 때문에 정신과에서도 아예 '포비아' 카테고리에 들어간다고 하더라구요. 


환 공포증, 새 공포증 등 비정상적으로 특정 대상에 공포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제가 가진 벌레에 대한 공포증도 그 '포비아'중 하나였어요. 


아무리 온라인이라도 상담료 당연히 부담이죠. 


1시간 당 5만원 가까이 했던거 같은데..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네요. 


페이팔 결제가 가능해서 페이팔에 좀 있던 돈으로 지불하고 나머지는 카드로 긁었죠. 


30분만 상담할 때도 있어서 그럴 때는 다음 상담때 지불 하지 않아도 됐고, 그게 끝나면 다음 상담 전에 다시 지불하고 하는 식이었어요. 


총 5~6번 정도 받았어요. 처음 한 두 번은 제가 그 의사 말을 못 알아들을까봐 거너씨도 옆에서 도와주구요. 


영어를 한국어로 통역해주는게 아니라 영어에서 영어로 통역해주는건데 제가 알아듣기 쉬운 발음이나 단어로 ㅎㅎㅎㅎ 


그 의사도 제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거 아니까 더 천천히 쉽게 얘기해주려 했어요. 


메일로 날짜, 시간 약속 잡고 늘 스카이프로 상담하구요. 


상담은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하나는 정신적인 부분 즉, 공포증을 줄이는 방법 


다른 하나는 집에 해충이 들어오지 않도록 조치하는 방법 등이요. 


해충이 들어오는 것 같은 곳을 찾아 이렇게 해봐라, 청소할 때는 이걸 써봐라 등. 


결과적으로는 좋아져서 5~6번 상담 후에 현재는 받지 않고 있습니다. 


공포증이 치료된건 아닌데, 집에 더 이상 전만큼 해충이 보이지 않아서요. 


상담 전에는 집 안에서 제 방 외의 다른 곳을 제대로 돌아다니질 못 했어요. 무서워서요. 


바보같아 보일지라도 그게 진짜 정신적인 병이기 때문이에요. 


집안에서 조차 행동이 자유롭지 못 하니 제가 스스로 할 수 있는게 없어져서 결국 상담을 받은 거였거든요. 


제가 공포로 하도 소리를 질러대서 거너씨랑도 자주 투닥거렸죠. 


정신적으로 완전히 나아지려면 아주 시간이 오래걸린다고해요. 


평생을 이렇게 살아왔는데 뇌에 있던 생각이 단번에 바뀔리가 없죠. 


그래도 정말 이만큼이라도 나아진게 다행이라 생각해요. 


확실히 제대로 된 금액을 지불하고 제대로 된 의사 선생님을 만나는건 중요한 거 같아요. 


혹시나 저처럼 온라인 정신 상담이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참고하시라고 제가 이용했던 회사 사이트 주소 올립니다. 


www.counsellors-online.co.uk


다행히 유창하진 않지만 간단한 기본 소통을 영어로 할 수 있어서 이곳이라도 이용했는데, 


한국도 온라인 상담이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네요. 


외국에 계신 한국분들 많고 그 분들이 몸만 아프겠어요? 마음이 아픈 분들도 많을텐데 말이죠. 


무튼 베트남와서 저도 몰랐던 제 병을 알게되고, 그것 땜에 초반에 진짜 고생 많이 했네요 ㅋㅋㅋㅋ 


아, 베트남에도 한국 세스코가 들어와있긴한데 별거 안해주고 달에 7만원 받아가요. 


1년 계약 받게 안 하구요. 


약간 비추입니다. 그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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