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시간 구애 없이 갈 수 있는 마요르카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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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점심시간과 저녁 시간에 쉬는 시간을 갖는 식당들이 꽤 있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에 비해 오전 몇 시부터 오후 몇 시까지 통으로 여는 식당이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예 쉬는 시간 없이 24시간으로 돌아가는 식당도 꽤 많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특정 시간대에만 문을 여는 식당이 많아서, 그 식사 시간 때를 못 맞추면 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어 곤란했습니다. 좀 느긋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편인지, 보통 점심시간은 1시 넘어서 주방을 열거나, 저녁은 저녁 7시 넘어서 여는 곳이 많습니다. 저는 아침을 적게 먹고, 11시~12시 사이에 점심을 먹은 후, 저녁도 6시쯤에는 먹는 편인데, 늦게 먹어도 상관없지만 계속 걸어서 돌아다니다 보니 금방 배가 고프고 지쳤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에 갈 수 있는 식당이 없어서 그냥 마트에서 빵을 사 먹기도 했습니다. 식당이 문을 열어도 정해진 시간 외에는 음료만 판매를 하더군요. 

LA ROSA 입구
LA ROSA 입구

 

하지만 다행히 시간대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주방을 오픈하는 식당이 마요르카에도 있습니다. 게다가 심지어 서비스도 좋고 맛도 엄청나서, 가게 시간대에 맞춰 밥을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면 여기에 몇 번을 가도 만족할 것 같습니다. 

LA ROSA라는 이름을 가진 식당입니다. 저는 정말 애매한 시간에 갔습니다. 마요르카에 도착한 당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식사 때를 놓쳐서 오후 2시쯤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예약도 안 하고 그냥 갔는데도, 자리를 잡고 밥을 먹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식당 카운터
식당 카운터

혼자 갔기 때문에 카운터에 앉았고, 앉은 자리 바로 앞에 식당에서 파는 칵테일과 시그니쳐 음료 메뉴가 있습니다. 그리고 스페인어와 영어가 함께 써져 있는 메뉴판을 갖다 줍니다. 바르셀로나는 대도시여서 그런지 대부분의 식당에 영어 메뉴판이 구비되어 있고, 직원의 상당수도 영어를 잘하는 분들이 많아서 스페인어를 몰라도 크게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옆에 붙어 있다고 하더라도 마요르카에서는 영어가 안 통하는 경우가 꽤 있기 때문에 간단한 스페인어라도 알아가면 도움이 됩니다. 관광지라는 특성이 있는데도, 팔마 같은 도시가 아니면 생각보다 말이 안 통해 답답합니다. 

LA ROSA는 주방 오픈 시간도 길지만, 영어 메뉴판과 영어를 잘 하는 직원이 있어서 이 또한 편리했습니다. 

1층 내부
1층 내부

1층에는 테이블 몇 개와 카운터 자리가 있고, 2층에도 좌석이 있습니다. 제가 간 시간대가 애매한 시간대였기 때문에 붐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손님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이 시간에는 맥주 같은 음료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만 요리를 시켜 먹었는데, 음식 나오는 속도도 한국과 경쟁해도 될 만큼 빠릅니다. 요리 하나가 나오는데 5분~10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메뉴도 많고, 주방에 사람이 많아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그리 후다닥 만들 수 있는지 신기합니다. 

 

LA ROSA 리조또
LA ROSA 리조또

사실 영어 메뉴판이 있어도 저는 어떤 음식들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재료만 보고 주문을 했습니다. 리조또 같은 음식이었는데, 위에 치즈를 뿌리고 토치로 녹였습니다. 소스는 무슨 소스를 썼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건 환상적으로 맛있었다는 겁니다. 재료가 뭐 별로 들어간 것 같지도 않은데 뭘로 맛을 낸 건지 눈물 나게 맛있었습니다. 스페인에서 먹었던 리조또는 종류 상관없이 전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맛있습니다. 크림 리조또, 먹물 리조또, 알 수 없는 양념 리조또까지. 쌀은 한국 쌀이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유럽에서 리조또에 쓰는 쌀도 만만치 않게 맛있는 것 같습니다. 

튀긴 삼겹살 요리
튀긴 삼겹살 요리

이 요리는 Pork belly라는 단어가 쓰여 있어서 시켜봤습니다. 익숙한 삼겹살 요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으깬 고구마위에 간을 해서 튀긴 삼겹살 요리가 나왔습니다. 한국인의 소울 푸드인 삼겹살이 맛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없으실 겁니다. 그런 삼겹살을 튀기기까지 했으니 그 맛은 알고도 남을 맛입니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씹을수록 삼겹살의 육즙이 입 안으로 새어 나와서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튀긴 음식이기 때문에 좀 느끼할 수 있는데, 그럴 때는 접시 바닥에 깔린 으깬 고구마를 한껏 쑤셔 넣으면 느끼한 맛이 사라집니다. 단점은 삼겹살 요리가 살짝 짭니다. 스페인 요리가 전체적으로 짠맛이 강해서, 여행자 필수 스페인어 중에 '소금 빼 주세요' 나, '소금 적게 넣어 주세요'라는 표현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못 먹을 정도로 짜고 한 건 아니라서 이번에도 설거지하듯 싹싹 긁어먹었습니다. 

가게 수제 맥주
가게 수제 맥주

맥주는 가게에서 판매하는 생맥주를 아무거나 시켜봤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보통 클라라를 많이 시켜 먹었는데, 여기는 음료 종류도 많아서 왠지 다른 걸 시도해보고 싶었습니다. 맥주 메뉴판에서 추천 음료라고 쓰여있는 맥주를 시켰는데, 클라라와는 또 다른 맛으로 엄청 맛있는 맥주가 나왔습니다. 같은 걸로 두 잔 마셨습니다. 이 맥주를 추천해준 직원들에게 감사의 절을 올리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뭘 어떻게 하길래 이런 맛의 맥주들을 만드는 건지 신기합니다. 한국에서도 수제 맥주 열풍이 불 때부터 다양한 맛과 종류의 맥주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런데 이상하게 유럽에 와서 맥주를 마시면 맥주 맛이 한층 올라간 느낌이 듭니다. 스페인에 산다면 1일 1 맥주 해서 배가 엄청나게 나올 것 같습니다. 

남들 문 안 여는 시간에 문을 열어 따뜻한 밥을 먹게 해주는 것도 고마운데, 맛있기까지하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식당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요르카에 가면 꼭 LA ROSA라는 식당을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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