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요르카는 유럽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이기는 하지만, 그 이유가 섬이기 때문에 휴양을 즐기기 위해서지, 뭔가 할거리, 볼거리가 많아서인 것은 아닙니다. 저도 애초에 마요르카의 아름다운 바닷가를 보면서 여유를 부려보고 싶은 마음에서 간 것이지만, 시기를 잘 못 골라 수영을 하기에는 아직 쌀쌀할 때라 눈으로만 보고 왔습니다. 물놀이를 안 하니 다른 갈만한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마요르카 중심지인 팔마에서 가장 유명한 대성당에 가봤습니다.
스페인도 참 성당이 많은 나라고, 그 역사 또한 오래된 곳이 많습니다. 팔마의 대성당도 그런 곳으로 웅장한 크기를 자랑합니다. 정식 명칭은 Catedral-Basílica de Santa María de Mallorca입니다.
고딕 양식으로 건축되었고, 13세기에 건축을 시작해, 14세기에 완공된 건물입니다. 스페인의 대표 건축가라는 고드프리도 데 모넬과 페레 뮤니체스라는 사람이 설계했습니다. 오래된 건물인 만큼 완공 후에도 여러 차례 확장과 보수 공사가 이루어졌고, 현재도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계속해서 고치고 다시 만들어야 하는 곳들이 끊임없이 생깁니다. 보수 공사에도 돈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지라, 대성당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입장료를 받고, 또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적은 돈이라도 기부를 받습니다. 건물 유지를 위해서입니다.
팔마 대성당의 입장료는 인터넷으로 예매하면 10달러가 채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매를 미리 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넘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현장 구매를 해도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팔마 대성당이 늘 입장료를 받는 건 아니고, 예배가 있거나 특정 행사가 있을 경우에는 무료로 개방하기도 합니다. 또, 입장권을 받더라도 시기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입장료를 구매하면 그 안에는 성당 내 박물관까지 관람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디오 가이드가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성당이기 때문에 저는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팔마 대성당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거대한 창문인데, 창문의 높이가 12미터에 이른다고 합니다. 또 그 높은 창을, 여러 색이 섞인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한 게 아름답습니다. 성당 내부에는 중세 시대 조각 작품들이 있고, 근대 예술가의 작품들도 전시가 되어 있습니다. 성당이 아니라 박물관을 방불케 하듯 정말 볼만한 옛 전시물들이 많다는 게 특징입니다. 대충 봐도 하나하나 보면 한 시간이 훌쩍 넘어갑니다.
팔마 대성당은 내부도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마요르카 현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대성당이 약간 높은 곳에 있어, 성당 밖으로 나오면 밖으로 펼쳐진 바다와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풍경을 담고 싶어, 예배를 드리지 않더라도 돗자리를 갖고 와 성당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옛날부터 종교건물은 명당에 짓는다고 하던데, 팔마 대성당도 제대로 된 명당자리를 차지하는 걸 보면, 옛날 사람들은 gps가 없어도 어쩜 그리 좋은 자리를 잘 찾아내 건물을 지었는지 신기합니다.
바로 옆에는 Llotja de Palam라는 중요한 문화유산 건물이 있어, 대성당에 간 김에 함께 들르기 좋습니다. 이 건물은 15세기에 지어졌고, 옛날 상업 및 경제활동의 중심지로 사용하던 거래소였다고 합니다. 안과 밖이 적당히 어우러진 건물에, 넓은 공간, 높은 천장, 세밀하게 장식된 기둥 등이 볼만합니다. 여기도 관광 입장료를 받고 있지만, 특별한 전시회가 음악회, 문화 행사를 개최하는 장소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마요르카는 바르셀로나 건축물에 비해 화려한 곳은 없지만, 고즈넉하면서 담백하게 혼자 걸어 다니며 볼만한 곳은 꽤 있습니다. 바다 휴양을 하러 멀리 가더라도, 어차피 비행기 때문에 팔마 지역은 지나쳐야 하는 곳인데, 오가며 들를만한 곳이라 생각합니다. 팔마 시내 중심지에 있기 때문에, 관광 후 근처에서 식사하기도 매우 편한 위치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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