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 야경 맛집 벙커와 구멍가게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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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구엘 공원에 저녁때 가면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에 가는 이유가, 바로 야경으로 유명한 '벙커'라는 지역 옆이기 때문입니다. 벙커라고 불리는 이유는 사실 군사 유적지 중 하나기 때문인데, 스페인 내전 당시 바르셀로나가 공화주의 세력 주도하에 있을 때 중요한 방어 건물로 사용되었습니다. 지하 3층, 지상 3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대피할 수 있는 용도 외에 작전실과 병원도 있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바르셀로나 역사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역사박물관보다는,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바르셀로나 전경을 내다볼 수 있는 야경 맛집으로 생각해 방문합니다. 저 역시 그랬고, 길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갔는데도 사람들이 모두 야경을 볼 수 있는 지역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따라 쉽게 좋은 자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벙커 야경1
벙커 야경1

사실 낡고 부서진 건축물 잔해 위해 아무렇게나 앉는 거라, 자리가 좀 많이 불편합니다. 작은 돌부터 철근도 있고, 지형도 엉망진창이라 꼭 편안한 신발을 신고 가시길 바랍니다. 높은 곳으로 계속 올라가야 해서 다리가 불편하거나 체력이 좀 부족하신 분들도 각오하고 가셔야 합니다. 이 근처에는 뭘 살만한 상점이 없기 때문에 음료나 간식거리는 다른 곳에서 사가야 합니다. 

벙커 야경2
벙커 야경2

그래도 그것만 좀 참으면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습니다. 높이만큼 한눈에 전경이 다 보이고, 해가 지면서 점점 변해가는 하늘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영상을 찍으면 더욱 아름답습니다. 

벙커 야경3
벙커 야경3

어떤 관광객들은 스피커를 가져와서 본인 핸드폰과 연결해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두기도 하고, 맥주나 마리화나를 가지고 와서 피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스페인에서 마리화나는 불법이지만, 점점 마리화나를 합법화 하자는 운동이 있어서 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아직 법적으로 합법화된 건 아니라서 여기서 그러면 안 될 것 같은데, 크게 개의치 않는 관광객들도 있어 보입니다. 

 

벙커 야경4
벙커 야경4

벙커는 따로 입장료는 필요 없습니다. 그저 옛날 폐건물 위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올라가 전경을 보는 거라, 튼튼한 다리만 준비해서 가면 됩니다. 도시 야경을 보기 위해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건물도 많은데, 자리는 좀 불편해도 이렇게 멋진 야경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에 감탄했습니다. 밤새 머물고 싶은 마음이 굴뚝일 정도로 환상적인 야경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바르셀로나 간다면 필수 방문지입니다. 

Klook.com

Cala del vermut 내부
Cala del vermut 내부

야경을 보고 나서 저녁을 먹으러 타파스 바에 갔습니다. 호텔 콜론 바로 뒤에 있는 굉장히 작은 식당으로, 이름은 Cala del vermut입니다. 여기는 알고 간 건 아니고, 호텔 근처에 간단히 배를 채울만한 곳이 있을까 보다가 굉장히 가깝기도 하고, 왠지 현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라 그냥 들어갔습니다. 

Cala del vermut 메뉴
Cala del vermut 메뉴

특별한 음식을 팔지는 않지는 않습니다. 스페인 식당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타파스 음식을 팝니다. 그런데 여기는 관광객들보다는 현지인들이 훨씬 많이 오는 곳이었습니다. 나중에 식당 리뷰를 보니 관광객들도 꽤 남기기는 했는데, 제가 있을 때는 현지인들이 일 끝나고 간단히 친구들과 한 잔 하러 오는 그런 장소로 보였습니다. 

Cala del vermut 술병들
Cala del vermut 술병들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았고, 부부로 보이는 주인 내외가 운영 중이었는데, 남자분은 아예 영어를 안 쓰셨습니다. 영어 메뉴판은 있는데, 두 분은 주로 스페인어만 쓰십니다. 그래서 간단한 스페인어를 알아가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Cala del vermut 음식들
Cala del vermut 음식들

이곳에서 먹은 음식들은 오징어 튀김과 양념 새우구이, 치킨윙, 어묵 튀김 같은 걸 먹었는데, 전부 맛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소박하고 소소한 스페인 음식들 같아서 마음에 들었어요. 그중에서 제일 맛있었던 것은 파프리카 같은 채소로 한 요리였습니다. 이 식당의 좋은 점은 그날 그날, 그때 그때 좋은 식재료를 카운터에 올려둡니다. 바구니에 안 가득 채워서 1~2인분 정도의 양을 카운터에 두는데, 그걸 보고 골라도 됩니다. 그래서 저는 신선해 보이는 파프리카가 바구니에 담겨 있길래 그걸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굳이 뭐 어떻게 해달라고 하지 않으면, 그 채소로 가장 자주 해 먹는 방식의 요리를 해 줍니다. 이 파프리카의 경우, 살짝 튀김옷을 입혀서 튀기듯이 볶은 요리를 해 주었는데, 굵은소금으로 살짝 간만 한 건데도, 짭짤하고 맛나서 굉장히 잘 먹었습니다. 스페인은 채소 요리도 식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리면서 어쩜 이렇게 맛있게 하는지 참 신기합니다. 한국의 시골 할머니들이 그냥 대충 무치는데도 감칠맛이 돌고 맛있는 나물이 있는데, 그런 것과 비슷한가 봅니다. 콜론 호텔에 묵으신다면, 이 현지인들이 가는 식당에도 발걸음을 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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