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집사기 2

반응형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 후, 사고 싶다는 사람이 우리 뿐이 아니라는 걸 알고, 경쟁입찰을 한 후 저희가 사게 됐어요. 

 

그렇다고 바로 계약금 입금하고 구매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절차가 있는데 한국보다 좀 복잡했어요. 

 

일단 부동산 중개인한테 이메일로 끊임없이 서류가 날라왔어요. 

 

사인해야 하는 서류가 너무 많더라고요. 

 

여기에 일일이 열거 할 수는 없는데, 적어도 10통 이상의 서류 메일을 받았습니다. 

 

전부 확인하고 전자서명으로 다시 송신을 해줘야 했고, 후에 다시 중개인이나 판매자의 사인을 받은 게 있으면 다시 확인차 메일이 오기도 했고요. 

 

그 다음으로 해야 하는 게 집 전문 검수자를 불러서 집을 구석구석 확인시키는 거였어요. 

 

Inspector 이라고 표현하는데, 한국어로는 집 검사관, 조사관, 감독관 정도로 해석하는 게 좋을 듯 해요. 

 

이 사람들이 하는 일은, 집 앞마당부터 차 들어오는 길, 지붕, 보일러, 에어컨, 수도관, 냉장고까지 하나 하나 다 체크하면서 집에 문제있는 곳은 없는지, 구매자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저희같은 일반인들은 집을 보러 가면, 위치, 가격, 방 구조나 크기, 시설 그런거 주로 확인하고, 눈에 보이는 바닥이나 지붕, 벽지같은 거 새로했나 오래됐나 그런거 정도 보잖아요. 

 

더군다나 저의 경우는 집을 구매하고 빌린 경험이 적기 때문에, 뭘 더 확인해야 하는 지 잘 모르기도 했고, 부동산 중개인이랑 같이 집을 보러 가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 시간만큼 거기에서 머물면서 하나 하나 다 확인해 볼 수도 없었고요. 

 

Inspector들은 그런 저희를 대신해 전문가의 눈으로 집 구석구석을 평가해요. 

 

후에,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수리가 필요한 것들은 판매자에게 얘기해서, 그만큼 할인을 받거나, 아니면 이사 전까지 미리 수리해놓기를 요구할 수 있죠. 

 

물론 Inspector에게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구매자인 저희쪽에서 ; 

 

이 사람들은 시간 당 금액으로 받는 게 아니라 경력에 따라 금액이 다르다고 해요. 

 

알고 있는 Inspector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 부탁해도 되는데, 저희도 이 동네에 온 지 이제 1년됐고, 애초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동네기 때문에 중개인이 알고 있는 사람에게 부탁했습니다. 

검사관이 집을 보는데는 하루면 돼요.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 지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그리고 하나 하나 사진을 찍어서 아주 자세하게 보고서를 만들어서 이메일로 보내줍니다. 

 

저희 집 보고서같은 경우는 무려 48페이지에 달했어요. 

 

그걸 전부 공유할 수 없지만 대략 어떤 식으로 나왔는지 보여드리려고해요. 

집 검사 보고서 목차 

일단 목차는 이렇게 되어있어요. 

 

구조, 지붕, 배수구, 인테리어, 창고, 부엌, 벽난로 등등 다양하게 15개로 나눠서 봐주셨어요. 

보고서 요약본

이거는 보고서의 요약본인데, 안전상 위험도가 커 보이는 게 3가지, 급한 건 아니지만 지켜봐야 하거나 문제가 있을 때 고치길 바라는 게 24가지, 이런식으로 정리해를 해 줬어요. 

세부 요약본 

조금 더 세부적으로는 이런식으로 정리가 되어있어요. 

 

요약본을 본 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싶은 걸 바로 찾아볼 수 있게. 

구조물 점검표 

 

지붕 점검표 

그리고 각 파트마다 점검 완료, 미점검, 존재 유무, 결함 등으로 나눠서 보기 좋게 표를 해 놨고요. 

 

물론 이건 동네 주택 규정에 맞지 않거나, 검사관 기준에서 봤을 때 문제가 될 것 같다는 것들이에요. 

 

큰 문제처럼 보여도 살기에 별 지장 없는 것들도 있어요. 

 

예를 들어 이런 것. 

검사관 기준 위험도 상위 계단 손잡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손잡이가 벽 때문에 이어져 있지 않고 따로 떨어져 있는게 보이시죠? 

 

이게 주택 계단 짓는 기준에 맞지 않고,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이 잘 못 하다가 사고날 수 있어서 이렇게 빨간색 표시가 되어 있지만, 저희 집은 계단 손잡이를 쓰는 아이나 노인이 없어서 이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 

 

검사관이 위험도를 높게 측정해도, 그걸 수리할 지 말지는 저희가 결정하는거라 이건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실제 문제가 된 것들은 지붕과 전자 판넬, 페티오 기둥 같은 게 있었어요. 

 

수리가 필요한 지붕과 굴뚝

판매자가 지붕은 1~2년 전에 새로 했다고 하는데, 제대로 마감이 안 된 부분이 있었고, 굴뚝 부분도 낡고 구멍이 있는 부분이 있어 비가 샐 경우도 있다고 하셨어요. 

 

이런 것들은 후에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수리를 해야겠다 싶어서 판매자에게 요청해 둔 상황입니다. 

 

전문가의 눈으로 이렇게 구석구석 보지 않았다면 저랑 거너씨는 절대 모르고 그냥 넘어갔을 거에요. 

 

근데 실제 큰 불편을 주는 것들은 눈에 바로 보이는 게 아닌 이런 것들이기 때문에, 검사관 제도가 있다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수리가 필요한 전자판넬

이것도 수리를 요청한 것 중 하나인데요. 

 

판넬이 순서가 반대로 되어 있는 게 있다고, 이것도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해서 저희가 이사가기 전 미리 고쳐달라고 해놨어요. 

 

이런건 검사관이 문제가 된다고 하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아는 거지, 전자의 'ㅈ'자도 모르는 제가 봤을 때는 뭐가 어떻게 되어 있는 건지 하나도 알 수가 없죠 ㅎㅎㅎ 

 

그 외에 어떻게 검사관이 보고서를 썼는지 조금 더 보여드리자면, 

 

에어컨 작동 체크 

이렇게 에어컨이나 히터가 제대로 작동을 하는 지 온도계를 들고가서 체크한 걸 사진으로 찍어뒀고요. 

에어컨 뒷면 조사 사진

온도 체크 뿐만 아니라 에어컨이나 보일러 뒤쪽으로 가서도 하나 하나 다 체크해줬어요. 

 

당장은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지만, 오래되거나 더러워서 자주 확인을 해 봐야 한다든가 하는 것도 말해주고요.

집 가전제품 확인

냉장고나 스토브, 식기 세척기 같은 전자제품도 확인해줍니다. 

 

식기세척기는 시간상 작동을 시켜보지는 않았지만, 큰 문제가 없어보인다고 말해줘요. 

 

집마다 다르지만 보통 미국 집들은 기본적으로 집 안에 냉장고와 오븐달린 전기 스토브가 딸려있어요. 

 

이것도 집 안에 포함되는 거라 이렇게 확인을 해주세요. 

 

이 외에도 바깥으로 연결되는 건조기나 실외기, 정원의 돌 높이 등등 세부적인 걸 보며 안전성 확인을 해주는 게 참 좋았어요. 

 

물론 그만큼 금액은 비쌌어요 ㅠ 

 

이번에 저희가 검사관님께 지급해야 하는 돈은 약 50만원 정도 됩니다. 

 

처음이라 비싼건지 저렴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한 편으로는 큰 돈 나간다 싶다가도, 또 이사가기 전 중요한 것들을 미리 찾아서 수리 요청을 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기도 한 것 같고 그러네요. 

 

다행히 판매자쪽에서 수리 요청을 받아들인 상태라 수리가 무사히 잘 되길 기다리고 있어요. 

 

요즘은 집 보험도 알아보고 있는데요. 

 

각종 자연재해나 화제 등으로 집이 크게 무너지고, 안에 있는 가구들도 손 쓸 수 없게 됐을 때 이용할 수 있는 집 보험이에요. 

 

저는 한국에서 살면서 집 보험이란 건 해본 적도 없고, 별로 들어본 적도 없었는데, 미국 집들은 흔히들 하는 가봐요. 

 

각종 자연재해가 많은 나라라서 그런가; 

 

제가 사는 지역은 허리케인이 있는 지역이라 만일을 대비해 집 보험을 들어두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런 위험도가 있는 지역이라 보험료도 역시 비쌉니다. 

 

이래저래 비용 들어갈 일 투성인데, 대체 다른 사람들은 세금 비싸고 물가 비싼 이 나라에서 어떻게들 살아가는 지 잘 모르겠어요;; 

 

뭔가 저는 아슬아슬하게 살아간다는 느낌이 있어서, 남들은 어찌들 사는지 궁금해요 

 

과연 이 나라에서 저금이란 건 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인가.. 알 수가 없는 미래 ㅋㅋㅋ 

 

부디 이 집이 복덩이가 되어, 이걸 기점으로 좀 더 여유로운 미래를 꿈꿔보고 싶네요 ㅎㅎ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