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 / 2021. 4. 2. 12:08

봉쇄 수도원 카르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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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12개국에 수도원 23곳. 그 중 아시아 수도원은 한국, 단 한 곳. 

 

카르투시오 봉쇄 수도원. 

 

봉쇄 수도원 포스터 

얼마 전 kbs에서 작년 겨울에 방영했던 3부작의 다큐멘터리가 유튜브에 올라와 전부 다 보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이런 수도원이 있다는 것도 몰랐고, 봉쇄 수도원이라는 게 제 귀에도 워낙 특이하게 들려 다큐멘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는데, 이런 곳의 촬영 허가를 얻어낸 제작진도 대단하고, 또 허락을 해 준 수도원 관련자 분들도 대단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저는 신을 믿고 기도를 하기는 하지만, 독실한 신자도 아니고, 신의 이름을 팔아, 악마도 등 돌릴 만한 짓을 하는 종교 관련자들을 많이 봐서, 거기에 질려 딱히 어느 종교시설에 다니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저도 총 2시간 40분이 넘는 이 길고 조용한 다큐 멘터리를 한 번에 끝까지 다 보게 됐어요. 

 

수도원의 생활을 촬영한 것인만큼 전혀 흥미로운 스토리가 나온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그냥 침묵 속에서 기도하고 조용히 하루를 보내는 그들의 수도 생활을 다 보게 되더라고요. 

 

카르투시오회에 대해 잠시 설명을 드리면, 독일의 '브루노'라는 수도사가 1084년에 프랑스에 설립한 봉쇄 수도회입니다. 

 

성 브루노 그림

카르투시오라는 이름은 브루노 수도사가 수도 장소로 택한 지역 명칭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오직 고독, 그리고 침묵 속에서 그들의 신인 하느님을 만나고자 설립된 곳이라, 수도생활 자체가 엄격합니다. 

 

일명 은수(修) 수도생활을 한다고 합니다. 

 

주로 남자 수도원, 그리고 소녀원으로 나눠져 있는데, 한국에 설립된 수도원은 아시아 유일의 남녀 카르투시오 남녀 수도원입니다. 

 

99년도에 프랑스 본원에서 한국으로 파견된 두 명의 신부과 천주교 안동교구의 도움을 받아서, 2005년도에 경북 상주시에 남자 수도원을 세웠습니다. 

 

현재는 봉쇄수사 6명, 평수사 5명이 머무르고 있다고 하는데, 한국인, 프랑스인, 스페인인, 독일인, 크로아티아인의 다양한 국적의 수도사들이 수도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카르투시오회는 주로 미국과 유럽에 있는데, 아시아 중 한국만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이곳의 수도자들에게 고독과 침묵은 하느님을 만나는 지름길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세상의 소리로부터 멀어지고자, 혼자 있고, 그 침묵 속에 있을 떄 하느님의 음성도 잘 들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수도원에는 흔한, 신문도, tv도, 라디오도, 핸드폰도 없습니다. 

 

머리도 스님처럼 짧게 깎고 생활하고, 하루 3번 미사랑 기도를 위해 성당을 찾는 것 말고도 모든 시간을 독방에서 홀로 지냅니다.

 

당연히 식사도 홀로 해야 하고요.

 

육식은 금지되기 때문에, 채식으로 생활합니다. 

 

다큐멘터리를 보니, 해산물도 금지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채식을 한다고 하나, 한 평생 가난하게 살았던 예수님의 생활을 본받기 위해 거의 빵과 물을 주식으로 먹습니다.

 

한국 수도원은 아시아권이라 유일하게 쌀이 나오는데, 수도사들이 식사하는 장면을 보면, 대부분 맨밥에 물이랑만 해서 먹더군요. 

 

사제들의 식사 

당연히 특별한 허가 없이 가족들과 연락할 수 없고, 가족들도 1년에 딱 이틀만 만날 수 있습니다. 

 

수도생들이 이곳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가족들이 주로 찾아오고, 가족들이 와도 같이 물만 마실 수 있지, 식사시간에는 홀로 독방에 가서 먹어야 합니다.

 

가족들은 수도원 내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머무는데, 오랜만에 봤다고 잠도 한 방에서 잘 수 없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 만 26에 수도원 종신 생활을 선택한 수도사를 만나러 온 가족들이 있었는데, 서로 만나서 너무 행복해보이면서 애뜻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가족 방문 

심지어 그 수도사의 누나는 수녀로, 무료 병원에서 봉사하는 수녀 생활을 하고 계셔서 그 점도 놀라웠어요. 

 

이 곳의 수도자는 두 부류가 있는데, 정해진 곳에서 홀로 은수 생활을 하는 '봉쇄수사'와, 식사를 하고 청소, 농사 등의 노동활동을 하는 '평수사'가 있습니다.

 

봉쇄수사는 외부기관에 위탁 없이, 수도원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양성한 수도 사제라고 하는데, 전 교회를 통틀어 카르투시오 수도회만 받은 영예로운 일이라고 합니다. 

 

봉쇄수사는 수도원 분원에서 생활하고, 하루 3번 모입니다. 

 

무언가 정보를 전달해야 할 사항이 있으면 서면으로 하고요, 주일 점심식사는 함께 후에 그 때 대화를 나누거나, 월요일 산책 시에는 서로 짝을 맞춰 걸으며 대화를 합니다.

산책은 4시간 동안 하기 때문에 중간 중간 짝을 바꿔가며 얘기를 나눕니다. 

 

수도 형태는 입회 시, 선택할 수 있지만, 도중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네요. 

 

외국인 수도사들은 특별히 원장님의 허락 아래 한국어 대화수업을 갖는데, 일주일에 몇 번인지, 얼마나 하는 지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알람을 맞춰두고, 알람이 울릴 때 까지 서툰 한국어로 서로 신과 수도 생활에 대한 여러 얘기를 나눕니다. 

 

두 외국인 사제의 한국어 대화 시간

침묵의 생활을 하면서도 오랜시간 한국에서 생활을 해서 그런지 꽤 수준급의 한국어를 구사하셔서 놀랐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초대 천주교 안동교구장을 지냈고, 2년전 한국 국적을 취득한 '두봉'주교가 찾아와 수도사들과 함께 자유로운 주제로 토론 시간을 갖습니다. 

 

두봉 주교 

물론 한국어로요. 

 

이 다큐멘터리 촬영 허락을 받아내는 것도, 두봉 주교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하네요. 

 

재봉틀로 수도복을 만들고 환하게 웃는 수도사, 종이 한 장에 펜으로 두 줄을 그어 십자가를 만들고 계속 기도를 하는 수도사, 미사 시간을 알리며 종을 치며 웃는 수도사 등, 뭐라 말하기 어려운 순수함과 온화함이 느껴지는 분들이었습니다. 

사제의 기도 

영상으로도 느껴지는데 실제로 뵈면 더 남다른 아우라가 있겠지요. 

 

한 수도사분은 촬영을 하는 카메라맨이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있자, 가난한 사람이냐며 월급을 더 올려줘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정작 수도사 분들은 신발 하나를 35년간 신어, 청테이프로 덕지 덕지 붙여 신고, 구멍난 양말을 닳도록 신는 듯, 검소와 가난의 삶을 몸소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가 나간 후, 사람들이 수도원으로 양말 선물을 많이 보냈다고 하는데, 그 마저도 동네 주민들한테 나눠줬다고 하네요. 

 

유튜브에 올라온 다큐멘터리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달았는데, 이유없이 눈물이 났다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제가 감히 이해하려고 할 수 없는 숭고한 삶을 사시는 분들이라, 저는 그저 존경스럽기만 했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들이 여행의 기쁨도, 만남의 기쁨도, 맛있는 음식에 대한 기쁨도... 모든 것을 포기한 삶이 어떤 의미가 있겠냐고 할 수도 있지만, 소식과 명상 등 오히려 비우면서 충만해진다는 사람들도 있으니, 우리가 모든 걸 이해할 순 없지요. 

 

인간의 많은 기본적인 욕구를 포기하고 긴 수행을 하면서 수도사님들이 대단하고, 꼭 원하는 길에 수행으로 가까워지길 바랍니다. 

 

정말 의미있고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다큐입니다. 

 

이걸 한국 제작진에서 만들었다는 것도 자랑스럽고요 :) 

 

링크 걸어둘테니 시간 되시는 분들은 보시길 바래요. 

 

youtu.be/OUXTJ2fp3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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