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너씨가 혼자 살 때부터 갖고 있던 2~3인용 소파가 있어요.
나름 잘 애용해와서 이사올 때도 갖고 왔는데, 이사 트럭에 옮겨 오느라 먼지가 잔뜩 묻었을 것 같아서 청소를 하고 싶었어요.
본 색 자체가 어두운 소파라 잘 몰랐는데, 청소하려고 자세히 보니 엄청나게 때가 낀 느낌.
거너씨의 귀차니즘의 특성상, 왠지 소파를 쓰면서 단 한 번도 청소를 안 한 것 같은..!
답을 듣기 무서워서 실제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왠지 그럴 것 같습니다 -_-
가죽 소파라면 그냥 물걸레랑 마른걸레로 쓱쓱 닦으면 기본적인 더러움을 일단 씻어낼 수 있겠지만, 이 소파는 스웨이드 재질 같더라고요.
스웨이드 소파는 전에 써본 적도 없고, 살림 실력도 아직 엉망이라 이놈을 어떻게 청소를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시엄마가 스웨이드 소파나 카펫을 청소할 수 있는 전용 스팀 청소기가 있다고 하셨어요.
사기에는 좀 비싸니까 렌탈샵에 가서 빌려 쓰라고 했는데, 빌리더라도 어떻게 청소해야 하는 지를 몰라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지요.
그러다 이번에 두 분이 공휴일 겸, 집안 행사도 챙길 겸, 겸사 겸사 저희 동네에 놀러 오신다고 했어요.
시엄마는 이미 이 스팀 청소기를 갖고 있다는 말이 생각나서, 혹시 무겁지 않으면 오실 때 갖고 와서 빌려 줄 수 있냐고 하니까 흔쾌히 오케이를 하시고, 어떻게 쓰는 지 보여주셨지요.
시엄마가 갖고 오신 스팀 청소기는 이거예요.
시엄마 발도 같이 사진에 찍혔네요. 마침 귀여운 양말을 신고 계셨던 ㅋㅋ
미국 집은 대부분 실내에서 신발도 신기도 하고, 소음도 줄이기 위해 카펫이 깔려 있는 집이 많아요.
아예 바닥에 심어져 있다고 해야 하나.
저랑 거너씨는 카펫 집을 안 좋아하는데, 카펫 없는 집을 도저히 구할 수 없었어요.
저희 집도 부엌. 화장실. 다이닝 룸 외에는 다 카펫이 깔려있습니다.
평소에는 로봇 청소기로 기본적인 먼지만 청소하는데, 이걸로 스팀 청소기로 카펫 청소도 할 수 있다고 하네요.
시부모님 집에도 손님 방엔 카펫이 깔려 있고, 개를 키우고 있어서 오래 전에 스팀 청소기를 샀다고 했어요.
일단 저는 카펫이 아니라 스웨이드 소파를 청소할 거기 때문에 청소기에 이 선을 연결했어요.
크기가 작은 핸디형 청소기를 달고 손으로 쉽게 움직 움직하면서 소파 청소를 할 수 있게요.
쓰기 전에 물을 채워야 합니다.
중요한 점은 아주 뜨거운 물을 채워야 한다는 거.
뜨거운 물이 아니면 소용이 없어요.
다행히 통에 어디까지 물을 채워야 하는 지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뜨거운 물을 water fill line까지 채우고, 그 위 선까지 이 청소기 전용 세제를 넣으면 돼요.
감사하게도 세제도 같이 갖고 와 주셨어요.
이거는 세제 계량컵이라고 하는데, 통에 세제 넣는 라인이 쓰여있기 때문에 굳이 계량컵을 쓰진 않았습니다.
딥 클린과 익스프레이 클린으로 두 가지 종류가 있어요.
어떤 걸로 할지 맞추고 전원을 켜면 청소기가 돌아갑니다.
시엄마가 시범 보여주는 걸 아래 영상으로 찍었어요.
엄청나게 시끄러운 소리가 나요.
원래 스팀 청소기가 이런 건지, 아니면 오래된 거라 그런건지는 저도 처음 써봐서 잘 모르겠네요.
기본적으로 일반 진공 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게 있는데, 아래 버튼을 누르면서 하면 세제가 같이 나와요.
그래서 세제로 먼저를 불려냄과 동시에 더러운 먼지를 빨아내는 것 같아요.
버튼 누르지 않으면 그냥 빨아들이는 것만도 할 수 있어요.
너무나 묵은 때가 많은 건지, 아니면 본 색이 아무리 청소해도 거무죽죽한건지, 겉으로 보기엔 소파 색은 변함이 없어요.
그런데 더러운 물을 빨아들인 통을 보면 어마어마해요.
이 검은 물이 보이시나요
하수구 물 퍼온 거 아니고, 저희 집 소파 잠깐 청소한 거에요.
청소기를 소파에 갖다 댈 때는 세제나오는 거, 흡입 하는 것만 보이기 때문에, 실제로 청소가 되고 있는 건가 잘 모르겠는데, 막상 청소된 물 통을 보면 장난 아니에요.
소파가 더러운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저 소파 쓰면서 병 안 걸린 것도 신기해요.
저 통도 일정 라인까지 물이 차면 비워줘야 해요.
비우지 않으면 스팀 청소기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서, 청소를 이어나갈 수 없어요.
화장실 싱크에 버릴까 하다가 너무 더러워서 변기통에 버리고 물 내렸는데, 액체만 나오는 게 아니라 무슨 먼지 덩어리같은 것도 같이 나오더군요.
더러움의 상세 묘사가 비유 상해셨다면 죄송.
이걸 보고 진싱으로 스팀 청소기를 하나 사야 하나 고민했어요.
바닥 카펫도, 매일 로봇 청소기를 돌리기는 하지만, 스팀 청소기로 할 때랑 또 다르겠죠.
카펫 청소도 엄청난 구정물이 나올 게 뻔해요.
그래서 시엄마한테 이 청소기 좀 더 써도 되냐고 하니, 당신은 요즘 잘 안 쓰신다고 다음에 만날 때까지 충분히 쓰고 줘도 된다고 하셨어요.
와우.
렌탈하면 24시간 동안만 쓸 수 있는데, 시엄마꺼니까 좀 더 맘 놓고 청소가 마음에 들 때까지 쓸 수 있겠죠.
소파만 일단 두 번 돌렸는데, 구정물이 계속 나와서 몇 번은 더 해야 할 것 같아요.
이게 세제섞인 물을 쏘면서 청소하는거라, 청소기 돌리고 나면 축축해요.
그래서 일단 한 번 싹 말린 다음에 다시 돌리고, 또 말린다음에 다시 돌리고를 반복하면서 때가 빠질 때까지 계속 해야 한다고 합니다.
거너씨가 쿠션들 말린다고 이렇게 해놨어요.
스웨이드 재질이 물에 잘 마르는 재질이 아니라 소파가 새로 태어나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릴 듯 합니다.
그래도 이제 어떻게 청소하는 지, 전용 세제가 뭔지, 스팀 청소기는 어떻게 다뤄야 하는 지 배웠으니, 앞으로 청소법 모른다고 더럽게 쓸 일은 없겠죠.
오늘도 요렇게 하나 배워갑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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