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해외살이 / / 2020. 9. 3. 23:54

일양택배 다녀온 후기 (구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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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 비자 인터뷰를 갔다가 서류 하나가 통과되지 못 했어요. 

 

온라인 상에서는 승인해놓고 막상 인터뷰 가니 본인들이 요구하는 서류가 아니라면서, 그 서류는 인터뷰 후에 택배로 여권과 함께 보내라고 하더라고요. 

 

대사관에는 아무 택배 회사나 들어갈 수 없어, 특정 택배 회사로 가야 대사관으로 물건을 부칠 수가 있는데 그게 '일양택배'라는 곳입니다. 

 

이 일이 있기 전까지는 사실 일양택배라는 이름도 잘 못들어봤었어요 

 

제가 주로 어딘가에 보낼 때는 우체국을 이용했었고, 저희 집으로 배송 오는 곳들도 다 다른 회사들이었거든요. 

 

이런 곳도 있구나 하고 지점을 찾아봤는데, 저희 동네에는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나마 집에서 가까운 게 1시간 거리에 있는 구로점이었습니다. 

 

지점이 역에서 가까운 것도 아니여서 지하철 한 번, 버스 두 번을 타야 갈 수 있었어요. 

 

하필이면 또 요즘 태풍이 몰려오고 있어 비는 왜이리 자주 오는지요. 

 

비도 와서 힘든데, 하필 운 나쁘게 문도 안 열어주는 이상한 버스 기사들도 만나 짜증이 났었지요. 

 

앱으로 지도를 보면서 찾아갔는데, 아무리 봐도 택배 회사처럼 보이는 곳이 없는거에요. 

 

저는 대사관을 드나드는 택배 회사여서 지도를 따라가면 사무실이 하나 나올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우체국처럼 큰 규모는 아니더라도 작은 규모의 택배 사무실을 생각했는데, 제가 도착한 곳은 공장 지대일 뿐 사무실로 보이는 곳은 없었어요. 

 

대신 일양택배라고 쓰여있는 트럭은 발견을 해서 완전히 틀리지는 않았구나 싶어 주변을 서성이는데 그래도 사무실은 도저히 못 찾겠더라고요. 

 

공장에서 담소 나누는 분들께 일양택배 어디있냐고 하니까, 창고 하나를 가리켰어요. 

창고 문에 이런게 붙여있더라고요. 

 

그런데 아무리 봐도 창고밖에 안 보였어요. 

목자재가 쌓여있는 큰 창고여서, 도대체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누굴 만나야 하나 알 수가 없었죠. 

 

일단 문에 일양택배라고 쓰여있긴 하니까 쭈뼛거리며 안으로 들어가는 갔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계단 위에 있는 저 작은 컨테이너 문에 이런게 보이더라고요. 

일양택배 비자접수처 사무실... 

 

이 작은 컨테이너가 택배 사무실이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사무실과 너무 달라서 조금 놀랐어요. 

 

대사관 물건을 전담하는 택배사가 이런 창고 안에 잘 보이지도 않게 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일단은 노크를 하고 안에 들어갔는데, 컨테이너 안은 실례가 될까봐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크기가 작고, 책상이 한 두 개 있고, 먼지와 서류들로 꽤나 지저분한 곳이였어요. 

 

다른 지점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간 구로지점 사무실은 그랬습니다. 

 

여자 직원 한 분이 전화도 받고 컴터도 하며 바쁘게 일을 보고 계셨는데, 먼지 가득한 지저분한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혼자 바쁘게 일하는게 좀 안쓰러워 보일 지경이었어요. 

 

비자 서류 보내려고 왔다고 하니, 택배 주소 쓰는 종이를 줬어요. 

 

대사관 주소가 아니라 저희집 주소를 적으라고요. 

 

그런데 다 적고 보니 종이에 '중국비자'라고 인쇄가 되어있어서,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가, 몇 개 대사관이랑 일하시는거냐 물어봤죠. 

 

두 개 대사관이다, 내일 서류는 들어갈거다라고 하길래, 

 

"그럼 내일 미국 영사관 들어가는 거죠?" 라고 하니, "아, 미국 비자였어요? 종이를 잘못 줬네."

 

하며 섬뜩한 말을.... 

 

안 물어봤으면 제 여권과 서류가 중국대사관으로 갈 뻔... 

 

종이를 주기 전에 저한테 어느 대사관으로 보낼건지 미리 물어봤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거기서부터 소름이 좀 끼쳤어요. 

 

그리고 대사관에 서류 보낼 때, 택배사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있는데, 그걸 내미니까 그게 뭐냐고 직원이 잘 모르더라고요.. 

 

또 종이에는 대사관으로 택배 보낼 때 어떤 비용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8천원을 저한테 청구했어요. 

 

8천원 내는 것까지는 상관없는데, 직원이 대사관 처리 서류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았던게 너무 무서웠죠. 

 

그리고 이 서류들은 특정 봉투에 넣어 보내야 한다면서 아무렇게나 어질러져 있는 서류 더미에 제 여권과 신상정보가 다 있는 서류를 그냥 올려두더라고요. 

 

다른 종이들이랑 섞이진 않을까... 내 여권이 저 책상에서 떨어지진 않을까... 미국 대사관으로 제대로 들어가는 갈까.. 

 

불안함에 미치는 시간이었어요. 

 

다시 우산을 쓰고 집으로 오면서, 1년 넘게 비자를 기다려왔는데, 여기서 잘 못 되면 나는 또 어떻게 해야 하나 하며, 지금까지 제가 기다린 시간에 대한 불안감과 회의감이 들었어요. 

 

갑자기 나는 이거 때문에 뭘 한건가 싶었거든요. 

 

누군가한테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투자하며 준비한 서류인데, 이렇게 제 여권이, 비자 프로세스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 같은 분의 어질러진 책상 위에 투박하게 놓여져 있는게... 너무 허망하더라고요. 

 

전혀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은 생각이 들어서요. 

 

왜 대사관이 이 택배사를 택해서 같이 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택배 배송을 요청하러 방문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안정감이 안 드는, 전문적인게 느껴지지 않는 회사였어요. 

 

저녁 때 일양택배 사이트에 들어가 운송장 번호를 조회해보니, 다행히 그날 저녁 때 대사관으로 발송이 됐다고 하는데, 여전히 미국 대사관으로 제대로 간 건 맞는지, 내 서류와 여권은 빠짐없이 넣어서 보낸 건지.... 아무 확인이 안 됩니다. 

 

그저 기도하고 기다리고 불안해 하는 수밖에.. 

 

대사관에 제대로 도착해 별 문제가 없다면, 제가 사이트에서 조회했을 때, 비자 승인이 나야 하는데, 워낙 일처리가 오래 걸리는 곳이기도 한지라 아직 계속 거절 상태네요. 

 

이젠 그냥 남편이 그리운 것보다 비자 기다리는 게 지쳐 지겹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방식을 택해 결혼 생활을 했을거에요. 

 

내 운명이 나한테 달린 게 아니라 남의 손에 달려 움직이고 있으니 진짜 무력감이 장난 아니에요. 

 

이제와서 미국 꼭 가야하나.. 이런 생각도 들고. 

 

아직 미국에 정착할 계획도 없는데.. 

 

빨리 대사관에서 승인을 해서 앞으로의 계획 좀 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네요. 

 

곧 좋은 소식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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