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이치란 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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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 라멘을 너무 좋아하니까 작년에 일본에서 지인이 인스턴트 라멘 선물을 보내준 적이 있어요. 

 

제가 지금까지 먹어본 인스턴트 라멘 중에 제일 맛있었고, 인스턴트로도 이런 맛을 낼 수 있구나 하고 눈이 번쩍 뜨이며 감탄했던 라멘이에요. 

 

그 라면이 바로 이치란 라멘인데, 맛을 본 후에 너무 맛있어서 아마존에서도 몇 번 주문해서 먹었어요. 

 

6인분 정도 들어있는 한 팩에 29달러 정도되니 꽤 비싼 가격이지만, 변변한 라멘집 하나 찾아보기 어려운 저희 동네에서 이 인스턴트 라멘이 아쉬움을 달래줬거든요. 

 

이치란 라멘은 돈코츠 라멘이 유명한 일본의 후쿠오카 지역에 본사가 있다고 해요 

 

한국 내에서도 꽤 유명해서, 일본 여행 하시는 분들은 이치란 라멘에 많이 방문하신다고 하는데, 전 이치란 라멘의 존재를 모르고 있어서, 지금까지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어요. 

 

인스턴트 라멘도 이렇게 맛있는데, 실제 가게에 가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기대감이 점점 커졌습니다. 

 

이치란 라멘은 맨하탄에 두 세 개 정도 점포가 있기에, 일본은 아니지만 뉴욕 지점에 가볼 수 있었어요. 

오픈 전 줄 선 사람들

거의 오픈 시간에 맞춰 갔는데도 벌써 사람들이 이렇게 줄을 서 있었어요. 

 

뉴욕에 라멘집이 차고 넘칠텐데, 그래도 이렇게 오픈 전부터 줄을 서 있다는 건 여기 사람들도 이치란 라멘에 빠졌다는 거네요. 

 

경쟁률 높은 뉴욕에서도 지점이 성공하다니, 앞으로 조금 더 지점을 많이 늘려주면 좋겠어요. 

 

한국에는 언제 들어올런지. 

이치란 라멘 내부

가게 안으로 들어섰을 때 너무 깜짝 놀랐어요. 

 

독서실 책상이 길게 늘어서 있고, 모두 벽을 보고 뒤돌아 앉아있었거든요. 

 

일본에서는 혼자 오는 손님이 많아 이런식으로 만들었나보다 했지만, 그 인테리어를 그대로 미국까지 갖고 올 줄은 몰랐어요. 

 

독서실 책상에 앉아 벽을 보고 먹는 건 미국인들 정서에 안 맞지 않을까 싶었는데, 바쁜 도시 생활을 하면서 조용히 혼자 먹고 갈 수 있다는 점, 또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기에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이 적은 도시라는 점에서, 이런 인테리어가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직원이 미리 손님에게 몇 명이서 온 건지 물어보고, 혼자 온 사람은 양쪽 칸막이를 세워둔 곳에 안내하고, 둘 이상이 온 사람들은 책상 칸막이를 접은 곳으로 안내해서, 벽을 보고 먹어도 자유롭게 얘기를 나눌 수 있게 해줬어요. 

독서실 자리 같은 테이블

독서실 책상은 어쩜 나무 색 마저도 독서실 책상인지 ㅎㅎ 

 

벽에는 이치란 라멘에 대한 설명과 간단한 일어가 적혀 있고요. 

 

책상에는 그 테이블 번호판과 펜이 달려있습니다. 

주문표

주문은 이 종이표에 원하는 걸 체크하는 형태로 받아요. 

 

국물의 염도, 기름기, 마늘 양, 차슈나 파의 양의 맵기, 면 익힘 정도 등 다양한 걸 전부 원하는대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보통 기본을 시키면, 라멘에 챠슈와 약간의 파, 이치란 라멘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빨간 가루 양념이 뿌려져 나와요. 

 

저는 여기에 토핑을 여러개 넣는 걸 좋아해서, 계란과 김, 버섯 등이 들어있는 세트 토핑을 추가했고요. 

 

그리고 디저트로 마차 푸딩도 체크했어요. 

 

이 주문표 작성을 완료한 후, 약간 밖으로 반 정도 나오게 두면, 얼굴은 보이지 않는 직원이 벽문을 열고, 주문표를 가져가서 컴퓨터에 주문을 입력시킵니다. 

주문 번호표

그리고 나서 이 번호표를 주는데, 번호와 함께 제 주문이 들어간 거라서, 먹고 난 후 카운터에서 이 번호표를 제출하고 음식 값을 계산하면 돼요. 

 

주문이 완료되면, 다시 벽문을 닫고 직원이 사라집니다. 

 

직원은 서 있기 때문에, 주문이랑 음식 서빙으로 왔다갔다 하는 직원은 다리와 상체만 보이지 얼굴은 보이지 않는 형태예요. 

 

일반적인 미국 식당 서빙 형태와 다르기 때문에, 이 식당에서는 팁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 

추가 토핑과 나온 이치란 라멘

셀프로 가져온 물과 주문한 진저에일을 마시고 있는 중 라면이 나왔어요. 

 

정말 빨리 나온 것 같아요. 

 

주문하고 10분도 안 걸린 느낌. 

 

달걀은 반숙과 완숙의 중간으로 익혀져 미리 삶아진 거였고요. 

 

그래서 직접 까서 제가 라멘 국물에 넣어 먹어야 했어요. 

 

보통 둥그런 그릇에 나오는 라멘과 달리, 사각형 도시락 형태에 라멘이 나오는게 특이했는데, 맛있어 보이는 건 어느 그릇에 담겨 있어도 똑같았습니다. 

 

처음으로 가게에서 직접 먹어본 이치란 라멘... 

 

뭐라 표현해야 할 지 모를 정도로 맛있었어요. 

국물까지 싹 비운 궁극의 맛

국물까지 싹 비운 이 그릇을 보면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아시려나요. 

 

제가 라멘을 너무 좋아한다는 점, 라멘을 간만에 먹었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정~~~말 맛있었어요. 

 

라멘의 나라인 일본에서도 이치란은 유명할 정도니까요. 

 

매일 먹는 건 오바지만, 일주일에 두 세번은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라멘이에요. 

 

진심으로 내일 한 번 더 올까 고민했어요. 

 

말도 안 되게 맛있게 먹어서 위장도 내면도 행복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쉬웠던 건, 제가 주문한 마차 푸딩은 직원 실수로 주문이 안 들어가서 서빙이 안 됐어요. 

 

그것도 진짜 맛있다고 하던데 아쉽네요. 

 

현재 사는 곳을 떠나 다음에 이사를 간다면, 맛있는 라멘집 근처에 살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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