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뉴스 / / 2021. 3. 2. 02:24

이순신을 그린 여자 엘리자베스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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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대한 전문지식은 없지만, 그림 보는 건 좋아합니다. 

 

같은 것도 그림으로 표현하면 새로운 세계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고, 작가도 사람이기에 작품한테서 사람 냄새를 느끼는 것도 좋고요. 

 

예전에는 혼자 전시회도 많이 돌아다니고 했었는데, 지금은 그게 어려워져서 온라인 전시회 같은 걸로 종종 봅니다. 

 

요즘 좋아하는 그림은 옛날의 한국을 그린 그림들입니다. 

 

외국에서 지내고 있어 그럴 수도 있는데, 전보다 한국에 대한 마음이 좀 더 남달라졌고, 한국 역사도 재미있어졌어요. 

 

그렇다고 깊이 공부하는 건 아니지만, 어릴 때는 한국의 전통. 옛날 어쩌구 하면 다 비슷하게 보여서 뭔가 지루한 마음이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나 대단해보이고 예뻐보이고 자부심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연 날리기 
시골 결혼잔치 

제가 좋아하는 그림체예요. 

 

1900년대 초 한국의 모습을 그린건데 얼굴 표정과 사람들의 차림새, 배경 모두가 완전히 그 시절 한국의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림체와 색감이 한국의 옛날을 그린 다른 작가들과 많이 다르다고 느껴졌는데요. 

 

그 이유가 이 그림들을 그린 사람이 한국인이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화가 이름은 엘리자베스 키스.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영국인으로, 언니와 형부를 따라 동아시아와 동북아시아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풍속화를 남겼습니다. 

 

한국인, 그리고 한국 풍경을 그린 게 약 80점 정도 되고, 그녀의 그림은 세계 여러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에는 인천에서 엘리자베스 키스의 올드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특별전이 열리기도 했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인천 엘리자베스 키스전

제물포 구락부를 새단장한 기념으로 연 전시회라고 하는데, 다녀오신 분들 부럽더라고요. 

 

엘리자베스가 키스가 그린 한국 그림 중 공개된 것들 몇 가지 저도 올려볼게요. 

새 해 나들이
한국의 여인네들
부엌
두 여자 

저는 이 색감과 그림체가 현대의 그림들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세련됐다고 생각해요. 

 

매우 한국스러우면서도 결코 촌스럽지 않게 표현해줬다고요. 

 

말그대로 외국인이 바라본 한국의 모습이며, 그들의 눈과 그림을 통해 옛날의 한국이 재해석 되는 느낌이에요. 

 

엘리자베스 키스가 한국에 머물며 그림을 그렸던 시기는 한창 일제강점기를 겪고 있을 때였어요. 

 

그래서 거기서 엘리자베스가 보고 느꼈던 한국의 현실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기에, 그 글들도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한국은 깊은 비극에 휩싸여 있었다. 수천 명에 달하는 한국의 애국자들이 감옥에 갇혀 고문을 당하고 있었고 심지어 어린 학생들까지도 고초를 겪고 있었다. 그들은 폭력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그저 줄 지어 행진 하면서 태극기를 휘두르며 <만세>를 외쳤을 뿐인데도 죽임을 당하였다' 

' 한국 여인들은 뼈대가 작으며 표정이 부드럽다. 인내와 복종이 제2의 천성이 된 듯하다. 하지만 온순하기만 한 한국 여자들에게도 의외로 완고한 구석이 있다. 가령 이들에게 새로운 문물을 강요한다든지, 오랫동안 쌓아온 그들의 생각이나 생활신조를 바꾸려 든다면 차라리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을 허물어 옮기는 것이 쉬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한국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최선의 방법은 한국 풍습을 존경하며 끄닉와 친절로 대하는 것 뿐이다. 

한국의 가정 내에서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하대를 당하지만, 삼일만세운동 때는 여자들도 남자 못지 않게 잘 싸웠다. 한국 여자들은 기회가 있을 떄마다 그들이 얼마나 강인한가를 보여주었다' 

 

주로 엘리자베스가 직접 한국인들의 3.1 운동을 보고 쓴 글, 그리고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깊이 이해하고 쓴 글들이 많습니다. 

 

후에는 한국을 사랑하게 된 나머지 '기덕'이라는 한국 이름을 지었다고도 하죠. 

 

담담한 듯 쓴 글처럼 보이지만 일본의 야만성을 혐오하고 그들로 인해 파괴되어 가는 한국의 자연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는 글이 많이 있습니다. 

 

엘리자베스의 모든 그림이 다 신비롭고 소중하지만, 그 중 가장 화제가 된 그림은 이 그림이 아닐까 하는데요. 

 

이순신 장군 초상 

 

바로 이순신 장군의 그림이라고 불리는 그림입니다. 

 

백프로는 아닙니다. 

 

확실하게 밝혀지진 않았고, 여러 사람들의 추정이 있을 뿐입니다. 

 

엘리자베스가 이순신 장군을 직접 보고 그렸을리는 없고, 그녀가 한국에 머물렀을 당시 이순신 사당에 남아있던 초상화를 보고 그린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현존하는 이순신 장군 초상화 중 가장 오래된 작품 중 하나가 됩니다. 

 

전문가들이 이 초상화 속 인물이 이순신 장군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순신의 5대손 이봉상과 얼굴이 흡사하다는 것인데요. 

 

얼굴 뿐만 아니라 앉은 자세, 배경 병풍등이 이순신 장군의 초상화와 같다고 합니다. 

 

실제 이순신의 초상을 본 연구가는, 이순신 장군의 실제 얼굴이 일반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장군스러운' 얼굴은 아니여서, 우리가 알고 있는 초상화는 실제 얼굴에 살도 붙이고 수엽도 붙여 만들어놓은 것이라고 하네요. 

 

때문에 엘리자베스 키스의 그림 속 초상화에 살을 찌우고 수염을 붙이면, 이순신 장군의 얼굴 형태. 눈썹과 눈매. 귀, 콧 등. 콧날이 실제 이순신 장군 초상화 모습과 매우 일치한다고 해요. 

 

오래 전 돌아가신 작가를 붙들고 직접 물어볼 수가 없기에 확실한 건 알 수 없지만, 실제 이순신 장군의 초상화라면 여러 풍속화 못지 않게 굉장한 유산을 한국인들에게 선물해 준거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엘리자베스 키스의 그림만 소개했지만, 이 분 외에도 오래 전 한국을 그림으로 그려 기록을 남긴 외국 화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이 본 한국의 그림을 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습니다. 

 

굉장히 익숙한 걸 갑자기 낯설게 보게 되는 느낌이라, 그만한 가치와 재미가 동시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뛰어난 예술적 재능으로, 몸은 갔어도 그들의 생명력을 불어넣은 그림들이 오래도록 전해지고 있는 게 참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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