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겨울을 점 치는 Groundhog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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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말, 저희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다음 달 일정표를 이메일로 보내옵니다. 

 

관리사무소에서 무슨 일정표냐고 생각할텐데 별 거 없고, 그냥 아파트 단지 내에서 하는 작은 규모의 이벤트 같은 걸 알려주는 거에요. 

 

이번 달에는 '국제 팝콘 데이'가 있다고, 관리사무소에서 팝콥을 조금씩 나눠주기도 했고요. 

 

별 거 아니지만 이런 작은 이벤트가 은근히 기대가 되서, 일정표 이메일이 오면 다음 달엔 뭐가 있나 궁금해져요. 

 

아쉽지만 2월엔 발렌타인 외에는 특별한 게 없어서 그런지 무슨 사연같은거 보내주면 그거 게재해준다고 그런 거 밖에 없었네요. 

 

그런데 사무소에서 보내준 2월 달력에 'Groundhog day'라는 게 적혀있었어요. 

 

공휴일은 아닌 것 같고, 처음 들어보는 날이라서 이게 뭔지 알아봤어요. 

 

아마 저처럼 이 이름이 생소하신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일단 Groundhog라고 검색해보면, 이런 사진이 떠요. 

 

한국에는 없는 동물인데, 얼굴이 언뜻 수달이나 해달은 닮은 것 같고, 너무나 귀여워요. 

 

사전에는 '마멋'이라고도 나오더라고요. 

 

이렇게 귀여운 동물 이름을 딴 '날'이 있으니, 더 의아했어요. 

 

이게 무슨 날일까. 

 

귀여워서 기념하는 날인가? 

 

아님 오래 전 우연히 이 동물이 인간을 구하기라도 했나? ㅎㅎ 

 

근데 이름만 Groundhog day지, 실제로 이 동물을 기념하거나 하는 건 아니고, 굉장히 쓸때 없는 걸 하는 날이더라고요. 

 

'그라운드호그 데이'는 미국의 펜실베니아의 Punxsutawney라는 지역에서 처음 시작된 걸로 알려져 있어요. 

 

지역이름 발음 하기도 너무 어려운 이름이네요. 

 

매년 2월 2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 날은 '그라운드호그'라는 이 귀여운 동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날로, 날씨가 좋아 그라운드 호그가 자기 그림자를 보게 되면 다시 동면상태로 돌아가서 겨울이 6주동안 더 지속되고, 날씨가 흐려서 그림자를 안 보게 되면 봄이 일찍 온다며, 앞으로 겨울이 얼마나 길어질지를 점치는 날입니다. 

 

실제로 겨울 기간과 그라운도 호그와는 과학적으로 전혀 상관이 없어요. 

 

미국 내에서는 펜실베니아지만, 실제로는 독일에서 전해졌다고 하고, 독일 전설에서는 '그라운드 호그'가 아닌 고슴도치가 겨울 기간을 점쳤다고 되어 있어요. 

 

후에 독일 민족들이 미국으로 이주했을 때, 본인들이 본토에서 하던 전통을 따르고 싶었는데 고슴도치를 찾기 힘들자, 비슷한 동면 동물인 '그라운드 호그'가 대체 동물로 선택된거죠. 

그렇게 해서 'Groundhog day'가 탄생했습니다. 

 

조금 어이없는 스토리죠? ㅎㅎ 

 

그저 겨울이 빨리 지나가고, 봄이 오길 바라는 사람들이, 동면 동물을 이용해서 하루 다같이 모여 놀고 싶어서 이벤트 규모를 키운 것 같아요. 

 

올 해 2월 2일에도 당연히 펜실베이아에서는 하겠지만, 코로나 때문에 예년과 같은 대형 이벤트는 못 하고 온라인으로 '그라운드 호그' 데이를 기념한다고 해요. 

 

아래에 2019년도에 했던 Groundhog day 영상 링크를 걸어둘게요.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 보세요. 

 

youtu.be/QWFtogFyTKQ

이런식으로 이벤트가 진행되곤 합니다. 

 

한 편으로는 잠자다가 갑자기 사람들이 엄청 모인 시끄러운 곳에 불려나온 이 동물은 얼마나 당황스러울까도 싶네요. 

 

가만히 있어도 귀여운 얼굴인데, 놀란 얼굴이 더 귀엽기는 해요. 

 

알면 알수록 미국에도 이상하고 재미있는 날들이 많네요. 

 

공휴일이나 더 만들어주지 ㅋㅋㅋㅋ sutawn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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