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st Art museum, 훈제 닭고기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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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쉬빌은 음악의 도시로 알려져있지만 음악만 유명한 건 아니에요. 

미국 내에서도 매우 좋은 학교로 알려진 대학도 있고, 원하면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들도 있어요. 

저도 네쉬빌에 간 김에 미술관을 가봤는데, 무료는 아니지만 작품들이 참 좋았던 Frist art museum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여기 간 이유는 제가 미술에 일가견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 시기에 전시하던 작품들이 색이 강렬한 비비드 계통을 쓴 미술작들이 많았어요. 함께 네쉬빌에 간 친구가 비비드한 색을 엄청 좋아하는데 그 색들을 보면 너무 신나고 기분이 좋아진대요. 그래서 미술관이 숙소에서 가깝기도 했고, 기분전환 겸 좋아하는 색채를 감상하러 갔던 거에요. 

미술관 안에 하나의 테마가 아닌 여러개의 테마로 나뉘어져 각기 다른 전시를 볼 수 있었는데요. 

제가 갔을 때는 원주민 여자들의 미술작품들과 색감이 비슷하지만 연출을 다르게 한 다양한 작가의 그림 작품들, 그리고 배고픈 애벌레라는 동화로 유명한 에릭 칼의 그림책 전시가 있었어요. 

미술관 앞에는 특이하게 이런 구 형태의 조형물들이 놓여져있었는데 제 골반 높이까지 올 정도의 크기예요. 

과일 같기도, 행성같기도 한 이 구들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달리 보이겠죠. 

입구부터 매표소가 있는 건 아니고, 길다란 복도를 따라 가야 매표소와 기념품 샵이 나와요. 

여기는 꼭 강의실 복도 지나는 느낌이 들었는데, 벽에도 정말 좋은 그림들이 많이 걸려있어요. 

팝아트같으면서 광고같으면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림들이에요. 

예전엔 정물화나 풍경화가 좋았는데, 지금은 이런 류의 그림들이 보는 재미가있어서 좋아하게 됐어요. 

이 그림도 전시관 입구 복도에 걸려있는 그림인데, 테네시 주의 국기도 있고 유명한 그림을 오마주한 듯한 캐릭터도 있고, 보면 볼수록 흥미로워서 왜 복도 그림으로 채택되었는지 알 것 같은 작품들이었어요. 

전시관 입장료는 기본 성인이 15달러고, 학생이나 멤버, 군인, 연장자는 더 저렴한 금액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한국 사설 미술관과 입장료는 비슷한 것 같아요. 

초반에 말씀드렸던대로 제가 방문했을 때는 원주민 여자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Native Women'이라는 말의 의미가 어려워서 무슨뜻인가 했는데, 미국 땅의 원주민이 있던 사람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여자들의 작품성을 주제로 다양한 물건을 전시하고 있는 거였어요. 

작품 촬영을 금지하고 있는 것들이 많아 사진에는 많이 담지 못했지만, 위의 사진처럼 그들이 사용했던 천을 벽에 닿을 듯 가까이 쌓아두고 전시하고 있는 것도 있었고, 그들이 만든 신발과 옷가지, 장식품, 드레스, 차량마저 전시회의 대상이 됐어요. 

한 원주민 여자가 작품으로 내놓은 차는, 차의 어떤 부품들을 써서 새로운 작품을 볼 수 있는지도 해놨고 작가의 인터뷰 영상도 함께 전시해봤습니다. 

원주민 여자들의 작품이 끝나면, 비비드 컬러를 사용한 다양한 그림들을 볼 수 있는데요.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건 브라질에서 온 두 형제의 작품이었어요. 

화려한 색감을 둘째치고 한국 농촌 어딘가에서 본 듯한 친근한 저들의 의상과 스타일이 너무나 재미있고, 물고기와 사람의 혼합된 형태도 뭘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눈을 뗄 수 없게 하더라고요. 

쌍둥이 작가라 그런지, 두 사람이 등장하는 그림들이 참 많았는데 이게 그들의 세계를 대변하는 게 아닐까 해요. 

그리고 브라질이 아니라 한국에서 온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정감있는 색채가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미술관을 나온 뒤에 거너씨와 친구, 저 셋이 뭐가 제일 좋았는지에 대해 얘기했는데 모두 이 브라질 작가의 그림들이 좋았다고 입을 모았지요. 

저희처럼 미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강렬한 게 인상에 남을 수 밖에 없나봐요. 

원래 이 미술관 건물은 우체국으로 쓰였던 건물인데, 이렇게 리모델링해서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거에요. 그래서 건물 곳곳에 우체통이 많이 보이고, 그 우체통을 아예 없애지 않고 팜플렛 꽂이 등등으로 살려 아직 쓰고 있어요. 

사진에서 보이는 곳은 2층인데, 아이들을 위한 체험 공간을 따로 만들어뒀습니다. 

선생님들을 대동하고 유치원생, 초등생들도 많이 견학 오는 곳이라 관람이 끝난 후엔 이곳에서 각자 그림 그리고 퍼즐 맞추기 등 다양한 미술 체험 활동을 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배고픈 애벌레 전시관에서는 세계 각국어로 번역된 책을 실제로 볼 수 있었고, 작가 본인이 이 동화를 낭독하는 영상, 그리고 삽화 하나하나 자세하게 전시되어 있었어요. 

특히나 어린 친구들이 많이 보고 있는 전시들이었고, 아예 바닥에 앉아 선생님이 직접 읽어주는 걸 듣는 아이들도 있었구요. 저는 날개를 쫙 핀 나비와 그 위에 있는 작가의 문구가 마음에 들어 저걸 사진 찍어왔습니다.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가 본 전시회인데, 잘 골라 간 거 같아요.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전시회입니다. 

 

네쉬빌 frist art museum: 919 Broadway, Nashville, TN

 

그림 관람 후에는 치킨을 먹으러 갔는데요. 

워낙 이 남쪽 지방이 치킨으로 유명해요. 

건강한 음식보다는 좀 기름지고 짠 음식이 많구요.

프라이드 치킨 말고 좀 매콤한 소스의 치킨이 유명한데 한국 양념통닭이랑은 또 달라요. 

그걸 맛보러 돌아다녔는데 가기로 했던 곳이 문을 닫아서 그냥 지나가다 훈제 닭 요리집에 들어왔지요 

닭은 또 닭이니까요. 

보통 식당은 입맛을 돋우는 색을 쓰는데, 여긴 특이하게 입맛이랑 전혀 상관없는 형광색을 골랐더라고요. 

커다란 네임펜을 보는 듯한 기분의 작은 건물입니다. 

들어가서 알게 된 건데 스포츠 식당이라서 여러대의 tv가 걸려있고, 각 티비보다 동네 사람들이 관심있어하는 스포츠 종목이 방영됐어요. 

저는 스포츠에 1도 관심이 없어서 굳이 이런 곳을 찾아올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또 들어오면 tv화면이 사람 눈을 잡아끌어서 저도 모르게 한참을 보고 있게 됩니다. 

음식은 이렇게 전부 치킨 요리들이고, 훈제 닭고기를 쓴 요리가 많으며 또 맛있어요. 

이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매운소스 치킨보다 여기가 더 나은 것 같아요. 

훈제 닭고기가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어요. 

제가 시킨 요린데, 나초랑 할라피뇨, 베이컨 고명, 그리고 그 밑에 두툼하게 찢긴 훈제 닭고기가 들어있어요. 

그냥 나초에 소스 발라서 할라피뇨랑 같이 먹어도 맛있는데 훈제 향이 가득 베어있는 치킨이랑 먹으니 그냥 끝났어요. 

지금까지 먹어본 나초요리 중 가장 맛있는 것 같아요. 

나초도 다 똑같은 나초요리가 아니라 뭐랑 같이 어울리게 올리는지에 따라서 맛이 천차만별 된다는 걸 이제 알게 됐어요. 

이건 치킨 샐러드로 평범하기 그지 없는 음식인데, 다른 요리들이 풀과 함께 나오는 요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거 하나시켜서 같이 풀을 나눠먹으면 좀 느끼해지는 입맛을 잡을 수 있어서 그게 좋아요. 

이건 거너씨가 시킨 요린데, 한 쪽에 코울슬로와 맥앤치즈가 담겨 나오고, 버터를 가득 발라 구운 식빵 위에 데리야키소스로 구운 훈제 닭고기를 올려줘요. 

버터와 데리야끼 소스가 참 잘 어울리고, 빵과 닭고기 모두 촉촉해서 맛이 일품이에요. 

단지 너무나 고칼로리라는 게 먹으면서 마음 한쪽이 걸리는 문제지만, 맛만 생각한다면 이 요리가 여기 최고인 것 같아요. 

네쉬빌에 갔다면, 아니 테네시에 갔다면 닭요리를 안 먹어보는 건 정말 바보같은 짓이에요. 

물론, 전세계에서 한국 치킨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그것과 또 다른 색다른 맛이 있으니 여기선 1인 1닭 필수입니다. 

 

Smokin Thighs: 611 Wedgewood Ave, Nashville,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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