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 홍수, 삼 일 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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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폭우라는 대참사가 다낭에 난 후 3일 째 입니다. 


여전히 기상예보에서는 비 올 확률이 100프로라고 뜨지만


아직까진 지난 이튿 날 처럼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리진 않고 있어요. 


중간 중간 소나기가 퍼붓기는 하는데 멈출 때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오늘 아침에 저는 거너씨 출근과 동시에 친구 집으로 피신을 왔어요 ㅎㅎㅎ 


저희 집 지대가 낮아서 도로에 물이 금방차고, 지하세계 몬스터들이 자꾸 집을 쳐들어오는데 


일전에 제가 블로그에서 밝힌 바와 같이 남들보다 극단적으로 지하세계 해충들을 무서워하는 '포비아'가 있는지라 


혼자서는 도저히 그런 상황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피난 나왔지요. 


비가 얼마나 올지 언제 오고 언제 멈출지를 알 수가 없으니 그냥 종일 집 밖을 나와있는 길을 택했습니다. 


보통 7시 반쯤 억지로 일어나는데 오늘은 좀 일찍 일어나서 세탁기를 돌렸어요. 


집에 쳐들어온 물들 막느라 각종 타월을 다 써서 세탁할 필요가 있었거든요. 


근데 낡은 세탁기가 도와주질 않아서 나갈 시간 임박해서 거너씨랑 세탁물 꺼내서 손으로 짜내고.... 


아침에도 아주 난리도 아니었네요. 


늘 하는 말이지만 정말 집을 잘 고르셔야 됩니다 여러분. 


제가 하는 고생은 남들도 안 겪길 바래요. 저하나면 족해요... 


무튼 그래서 친구집가서 먹을 빵과 땅콩버터, 그리고 지난 밤 먹다 남은 리조또를 싸 들고 


가방을 두 개나 해서 피신을 왔는데 어이쿠... 친구 집엔 전자렌지가 없네요. 


여기는 쉐어 하우스라 한 집에 두 세 팀이 같이 살면서 부엌과 거실을 공유하는 집인데 


그래서 그런건진 뭔지 부엌을 그닥 깨끗히 쓰고 있지도 않고 조리도구가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몰라서 


남의 부엌을 쓰기가 참 그렇네요. 


일단 식빵과 잼으로 친구 방서 아침을 때웠습니다 ㅎㅎ 


친구는 제가 도착 전에 나가서 혼자 주인들 없는 집에 들어와있어요 ㅋㅋㅋ 


점심 때 들어온다고 하니 그때 부엌 살림좀 물어볼 수 있겠죠. 


와이파이 비번도 몰라서 폰에 다운 받아 놓은 책 좀 읽고 있다가 


이제서야 비번 메세지로 받고 오늘의 상황을 글로 쓰고 있습니다. 


기상예보보면 일단 이번주는 내내 비가 예보되어 있어서 


평일 낮 동안은 계속 이 친구집에 왔다갔다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아침마다 여기 올 때 여기서 먹을 점심이나 저녁거리 갖고 와야되니 그것도 생각해야되고, 


보통 저희 집에 누군가 와서 같이 제 볼일을 보는 일도 있는데 


그건 이 친구 집으로 불러야 하나 여러가지 고민이 생기네요. 


갑작스런 폭우도 폭우지만 요망한 집을 골라 더 고생중이라


처음 집 계약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골백번은 한거 같아요 ㅋㅋ 


분명히 다낭이 우기가 심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현 집의 넓은 부엌과 공간 때문에 괜히 혹해서 바보같은 선택을 ㅎㅎ 


이래서 여러분 욕심이 무섭습니다. 괜한 욕심이 눈을 가려요..  뭔 소리를 하는건지 ㅎㅎ 


무튼 저는 집이 있는데도 당분간 집 없이 떠도는 생활을 할 것 같네요. 


비가 한 방울도 안 내리는 바싹 마른 건기가 그립네요. 


제발 비 좀 아예 멈췄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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