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햄버거인가 바베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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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친구들이 이태원이 정말 유명한 미국식 바베큐 식당이 있다고해서 같이 간 적이 있습니다. 

미국 남부식 바베큐를 하는 곳이었는데, 메인 쉐프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교포라서 완벽한 남부식 바베큐를 한국에 재연해 낸 식당이었어요. 

정말 맛있어서 1시간이나 기다린 보람이 있었죠. 

그치만 좀 당황스러웠던건, 바베큐라고 해서 한국처럼 그릴이나 숯불에 구워낸 고기들을 먹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햄버거 처럼 해서 먹더라고요. 

장시간 익혀 부드럽게 만든 고기를 잘게 쪼개서 버터에 구운 번에 넣고 알아서 햄버거를 만들어 먹는 음식. 

미국식 바베큐라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거구나 하고 그 때 알았어요. 

 

테네시에서도 거너씨 친구들을 만날 때 집 근처에 있는 바베큐 식당을 갔는데요. 

거기 음식을 먹으면서 이태원 식당 요리랑 참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JOHN T's BBQ라고 하는 식당에 갔어요. 시가에 갈 때 마다 꼭 지나는 길이라서 눈여겨 봤던 곳이죠. 

이 동네는 안이 보이는 식당이 별로 없어서 늘 사람이 많은 곳인지 적은 곳이지 들어가기 전까진 판단하기 어려워요. 

사람이 좀 있어 보여야 안심하고 들어갈 마음이 생기는데, 모르니 늘 주저주저하게 되죠 ㅎㅎ 

여기는 나름 이 동네에서 꽤 오래된 비비큐 식당이라서, 동네 사람들한테 '존'식당 갔다고 하면 다들 알아요 ㅎㅎ 

어울리는 듯 안 어울리는 듯한 큼직한 하이힐 소파가 입구에 놓여있고, 미국스러운 잡동사니가 있는 곳에는 왜인지 모르게 클로즈 라는 체인이 걸려있습니다. 

이게 진짜 접근 금지인지 인테리어 중 하나인지는 모르겠어요. 

1층부터 2층까지 계단과 천장에도 전부 작은 전구줄로 장식되어 있는데요. 

보통 이런건 연말 맞이 장식을 하고 아직 거두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지만, 이 식당은 365일 그냥 이런 장식이에요 ㅎㅎ 연말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전구 장식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 바베큐 식당은 주로 가족 단위보다 일반 성인들이 와서 먹는 사람이 많은데, 그래도 원한다면 애들 생일파티 같은 것도 하는 것 같더라고요. 

한국에서도 애들 생일 파티 여는 곳은 주로 정해져있잖아요? 

애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과 인테리어가 있는 곳, 혹은 놀이방도 같이 있는 곳. 

여기도 비슷해서 큼직한 패스트 푸드점에서 생파를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그런 장소가 없으면 여기서라도 하는 것 같아요 ㅎㅎㅎ 

바베큐 식당답게 고기 메뉴가 전부예요. 

메뉴의 요점은 어떤고기를 얼마나, 어떻게 요리해서 먹을 건지를 고르는 과정. 

처음 왔으니까 대표 메뉴를 먹어야겠는데, 제일 잘 팔리는 메뉴는 역시 샌드위치 빵이나 햄버거 빵과 함께 먹는 바베큐였어요. 

한국에서 갔던 식당 메뉴와 비슷했어요. 

이게 미국 남부식 바베큐예요. 돼지나 소고기를 엄청 부드럽게 부서질 정도로 요리해서 저렇게 잘게 다 찢어요. 

저 상태의 고기만 그냥 시킬 수도 있어요.  

빵이랑 같이 먹는 건 본인 선택이에요. 

저는 아예 버거를 시켰기 때문에 저렇게 나왔어요. 

미니 번이 여러개 따로 나와서 거기에 고기를 얹어서 알아서 버거를 만들어 먹는 것도 있구요. 

사이드 메뉴로 맥앤 치즈 ㅎㅎ  칼로리 폭탄 식단. 

고기에 간이 되어 있지만 소스는 아무것도 안 들어가 있는 상태예요. 

테이블 마다 여러 바베큐 소스가 있어서 원하는 만큼 소스는 직접 넣어서 먹습니다.

그냥 색다른 패티를 넣은 햄버거 같기도 한데 왜 바베큐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네요. 

동양인인 저에게는 빵 안에 다 뭐 끼어 먹으면 햄버거 같은데, 서양에선 다른가봐요 ㅎㅎ 

마치 서양인들이 수 많은 김치 종류를 구별하지 못 하는 것 처럼 ㅎㅎ 

이건 치킨 샐러드와 스테이크, 팬케익, 감튀까지 한 세트로 나오는 메뉴예요. 

양이 진짜 엄청나요.. 거의 2~3이분은 족히 될 거 같아요. 

하필이면 이건 시킨 친구가 그 필리핀 친구인데, 3분의 1밖에 못 먹더라고요 ㅎㅎ 

필리핀은 보통 먹는 양이 작은 편이래요. 

미국은 메뉴마다 양이 너무 많아서 늘 남겨 싸가지고 간다고. 

저한테도 자꾸 자기 꺼 먹으라고 하는데, 제 거 하나 처리하는 것도 버거웠습니다 ㅎㅎ

다른 메뉴들도 구성은 조금 다르지만 거의 비슷한 음식이라 사진은 안 찍었어요. 

대신 디저트 사진. 이건 빵과 생크림 엄청 올려 섞어 먹는 건데, 푸딩이라고 하대요? 

한국의 푸딩보다 이 나라에서 푸딩의 범위가 굉장히 넓다는 걸 느낍니다. 

맛있지만 생크림 통으로 퍼 먹는거라 느끼한거 못 먹는 분이나 다이어트 하는 분은 힘들 듯 해요. 

다행히 거너씨랑 반 반 나눠먹었어요. 

살도 같이 찌자며 ㅋㅋㅋㅋㅋ 

 

이렇게 햄버거인지 바베큐인지 모를 음식에 디저트까지 먹고, 또 다른 음식을 구하러 차 타고 움직였는데요. 

Swiss pantry라고 하는 이 곳은 식당은 아니에요. 식료품 점입니다. 

밥 먹고 장보러 온 게 아니라 여기서만 파는 오늘의 음식을 사러 왔어요 ㅎㅎ 

식료품이라고 해도 일반 마트처럼 고기나 채소 과일을 파는 곳은 아니에요. 

물론 고기도 있지만 좀 특별한 냉동 고기만 조금 있고, 주로 있는 건 베이킹 종류의 식료품이에요.

사탕이나 젤리, 과자집 같은 거 만들 때 쓰는 재료들이라, 색이 화려하죠. 

저 상태 그대로 먹어도 되지만 저것만 먹으면 질릴 수 있어서 케익. 쿠키에 많이 붙여 먹어요. 

이것도 견과류나 향신료, 초코가루 등등 베이킹에 들어가는 각종 가루들이에요. 

들어본 것 보다 처음 보는 것들이 더 많아요. 

기본적인 밀가루부터 곡물 빵 만드는 가루도 있구요. 가정집에서 쓰라는 용도로 해놨기 때문에 크기가 크지 않고, 적당한 사이즈로 파는 게 좋아요. 

만드는 거 귀찮아 하는 분들을 위해 아예 만들어서 파는 쿠키, 제과들이 있는데 제가 갔을 때 이미 많이 팔린 뒤였어요. 

공장에서 만드는 게 아니라 이 식료품 점에서 전부 수제로 직접 만드는 것들이라 인기가 좋아요. 

그치만 이 날 간 건 이것들 때문이 아니라 다른 걸 먹으러 갔어요. 

바로 수제 도넛! 매주 토요일에만 판매하는 거에요. 

요일마다 판매하는 특별 간식이 다른데, 토요일에는 일반 도넛과 메이플 도넛, 캬라멜 도넛등을 만들어서 박스 채 팔고 있어요. 

빵이 부드럽고 신선해서 동네 사람들이 도넛 나오는 날을 엄청 기다려요. 

늦게 가면 못 살 수 있기 때문에 남은 도넛이 있는지 꼭 전화해보고 갑니다. 

칼로리야 엄청 나겠지만 이 나라에서 칼로리 따지면 먹을 게 없겠죠 ㅎㅎ 

남부식 비비큐에, 도넛까지.. 정말 미국스러운 식단을 먹었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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