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극보수주의 지역에서 동양인으로 사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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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있는 곳은 미국 남부의 테네시 지역입니다. 

연애 때부터 사람들이 거너씨가 미국 어디 사람이냐고 물어서 '테네시'라고 대답하면, 다들 '응? 어디?' 라고 되물었는데, 한국에 별로 알려진 주가 아니라서 당연한 반응이었어요. 

거너씨도 한국에서 사람들이 물을 때 마다 구글 지도를 펴서 본인이 온 지역을 직접 눈으로 보여줘야 했었구요 ㅎㅎ 

물론 저한테도 그랬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미국에서 오래 생활을 하거나 미국이란 나라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은, 거너씨가 테네시 출신이라는 걸 들을 때 마다 약간 좋지 않은 눈빛을 하곤 했어요. 

처음에는 이유를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에는 남부 지방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별로 없는 것 같더라고요. 

지금은 아니지만 오래 전 남부 지방은 가난하고 교육이 부족한 지방이었고, 또 사투리가 심한 시골이기도 해요. 

사투리는 여전히 심하고 시골인 것도 맞지만 테네시 안에 굉장히 유명한 학교도 있고, 발전된 지역도 많기 때문에 더 이상 가난한 지역, 교육환경이 안 좋은 지역이라는 건 옛말이죠. 

그런데 제가 거너씨와 결혼하고 테네시 주나 앨리바마 주에서 지내게 될 것 같다고 말했을 때, 미국 서부에서 온 저의 다른 미국 친구들이 많이 놀라고 걱정했었어요. 

왜 그런고 하니, 네가 가려고 하는 지역은 엄청난 극 보수주의 지역으로 오래전부터 공화당을 지지해왔고,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산다는 미국이지만 거기는 아직 유색인종이 별로 거라고 말해주더라고요. 

즉, 동양인인 제가 가서 지내면 쉽게 인종차별을 당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죠. 

실제 테네시나 앨리바마 주를 돌아다니다보면, 다른 지역에 비해 백인의 인구가 월등히 많다는 게 느껴져요. 

같은 남부 지역인 조지아 애틀란타만 가도 다양한 인종이 섞여있다는 게 좀 느껴졌는데, 여기서는 만일 제가 마트에 가면 그 안에서 동양인은 저 혼자, 혹 많으면 두 세명이에요 ㅎㅎ

한국 교민들도 점점 늘고 있고 또 이 곳에 일본 자동차 공장도 크게 있어서 동양인이 없는 건 아닌데 제가 너무 시골에 사나봐요 ㅎㅎㅎㅎ 다른 동양인을 보기 참 어려워요. 

그리고 지역 사람 대부분이 공화당 지지자답게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많습니다.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최고조로 여기 저기서 욕을 많이 먹을 때, 거너씨는 어디가서 몰매 맞을 까봐 공화당 지지자라는 걸 입 밖에 내기 어려웠죠 ㅎㅎ 

그치만 트럼프 정권 이후 미국 경제가 많이 풀린 편이라 여전히 이 지역에서는 그에 대한 지지율이 엄청 높은 편입니다. 

현재 분위기로만 봐서는 그가 다시 재임할 것 같아요. 

지역 분위기 자체도 보수적이라는 게 많이 느껴지는데 사람들이 참.... 차분하고 조용한 편이고ㅎㅎ 기독교인 외에는 다른 종교인을 보기 어려우며, '주(State)'법도 보수적인 게 많아요. 

이런 이미지와 정보들, 그리고 미국에 대해 잘 아는 친구들의 우려 때문에 저도 걱정이 많았어요. 

말로만 듣던 인종차별과 부당한 일을 많이 겪는 게 아닌가 하고요. 

어떨 것 같나요? 지역 내 유일한 동양인으로 지내는 느낌 ㅎㅎ 

 

저는 제가 여기 오면 사람들의 관심을 한 눈에 받고 유명해 질 줄 알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곳 사람들과 다른 외모가 너무 눈에 띄잖아요. 

믿기 힘드시겠지만 저는 같은 아시아인 중국이나 베트남에 있을 때도 사람들이 제가 한국인이란 이유로 많이 쳐다봤어요. 외국인이 많은 도심이 아니라 중국 시골에 가거나, 베트남 현지인들만 있는 동네에 살 때요. 

외모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얼굴이 너무 한국인 같이 생겼는지 사람들이 흘끔흘끔 쳐다보더라고요. 

하물며 외모가 비슷한 아시아에서도 사람들이 쳐다봤는데, 여기서는 오죽 할까 싶었어요. 

근데 완전 오산 ㅋㅋㅋ 

현재까지 백인들 위주인 극 보수주의 지역에서 지내면서 주목을 받거나, 부당한 일을 겪거나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전에 핸드폰이 고장나서 그걸로 좀 고생했지만 그건 미국의 이상한 시스템 때문이었지, 제가 외국인이어서 혹은 피부색이 달라서 생긴 특이사항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반대여서 당황한 적이 많아요. 

예를 들어, 어딜 가든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지도 신경쓰지도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 

한국에서는 거너씨와 다닐 때 사람들이 종종 거너씨를 쳐다보는 걸 느꼈고, 또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외국에 가면 내가 외국인이구나라는 걸 절절히 느낄 수 있었는데, 여기는 그냥 사람들이 동네 사람처럼 대해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는 왜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갑자기 그냥 대화나누고 하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저한테도 그래요. 

옷 구경하고 있으면 옆에서 보던 모르는 아줌마가 이 옷 너한테 잘 어울리겠다 하면서 막 옷 골라주고, 멍때리면서 걷고 있으면 왜 그렇게 멍 때리고 있냐고 사람들이 웃으면서 물어보고요. 

제가 깜빡하고 차 라이트 켠 채 내려서 집에 들어가 있으면 앞 집에서 친히 건너와서 라이트 켜졌다고 알려줍니다. 

식당이나 가게에서 직원들이 친절하면, 그건 제가 돈 쓰러 간 손님이기 때문에 그런가보다 하겠는데, 그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사람들이 참 일상적으로 친절히 대해줘요. 

어쩌면 관광지역이 아닌 곳이라 여기 있는 동양인은 전부 동양계 미국인이라고 생각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원채 사람들이 친절함이 배어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조금이라도 제 외모를 흘끔거리거나 다른 시선을 건낸다거나 한 적이 없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저를 걱정했던 다른 미국 친구들에게 말하면 '오, 그러냐며' 신기해해요 ㅋㅋㅋㅋㅋㅋ 

차별 안 받는 게 신기한건가.. 

거너씨한테도 솔직히 여기 백인들만 많고 극보수 지역이라 걱정했는데 사람들이 나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 세상 사람들은 미국이 가장 인종차별 심한 나라라고 하는데, 내가 겪은 바로는 미국이 가장 인종차별이 적은 것 같다." 고 합니다. 아마 아주 오래전부터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를 안고 살아온 나라이기 때문에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 무엇보다 차별적 언행을 하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미국이 크기도 하고 곳곳에서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제 경험으로 함부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남들이 걱정하던 그 보수주의 지역에서 저는 아무런 차별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남부지방, 공화당 지지 지역이라 이러할 것이다.... 라는 것도 어쩌면 또 부셔야 할 하나의 편견인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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