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프리스비 골프장, 그리고 동전 빨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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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주말, 이번주는 거너씨가 주 4일 일하는 날이라 느긋하게 집안 청소를 하면서 보냈습니다.

또 요 며칠 비가 잦고 날이 계속 우중충했는데, 딱 좋게 주말에 날도 개더라고요. 

침구 빨래를 했는데, 보통 배게 커버와 침대 시트 그리고 이불 아래에 하나 더 까는 얇은 이불은 집에 있는 세탁기로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겨울 이불은 두툼해서 집 세탁기로 하기가 힘듭니다. 

큼직한 세탁기가 필요하죠. 

그래서 빨래방으로 갔어요 ㅎㅎ 

집에서 걸어서도 갈 정도 거리에 빨래방이 있는데 아주아주 옛날에 만들어진 곳이라 정말 낡았어요. 

보통 충전 카드를 쓰는 한국의 빨래방과 달리 이곳은 아직도 동전으로 하는 동전 빨래방입니다. 

 

 베란다 문을 연상시키는 입구와 창문들로 되어 있어서 처음에는 어디로 들어가야 하는지를 몰랐어요 ㅎㅎ

이런 동전 빨래방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그게 꽤 됩니다. 

한 두팀씩 사람들이 계속 왔다갔다 하더라고요. 

빨래방 안에는 화장실이 있고 그 옆에 이곳의 역사를 보여주는 액자 하나가 걸려있는데요.

사진을 보면 이곳은 93년 4월에 만들어진 걸 알 수 있습니다. 

와..... 정말 오래됐네요. 곧 있으면 30년된 빨래방이 되겠어요. 

그래서 구비하고 있는 세탁기와 건조기도 꽤나 낡은 편인데 신기하게도 아직 씩씩하게 잘 돌아갑니다. 

 

 

작은 용량과 큰 용량 세탁기들이 있고, 잘 돌아가는 옛날 세탁기와 그보다 좀 더 최근에 만들어진 세탁기들이 있습니다. 

낡아서 완전히 망가진 건 새걸로 교체했더라고요. 

 

 건조기들도 상당히 오래된 걸 볼 수 있어요. 얘네들도 20년 이상은 되어보이네요 ㅎㅎ

빨래방에 갈 때 가져가면 좋은 게 있는데, 집에서 쓰는 세제가 있다면 세제를 가져가는 게 좋습니다. 

물론 빨래방에서도 세제구매가 가능해요. 

 

 

그치만 세제 종류랑 양이 적기 때문에 가능하면 갖고 있는 걸 들고 가는 게 좋아요. 

 

 

저는 거너씨가 쓰던 세제 통째로 들고 갔어요. 

 

 

겨울이불 빨래기에 한쪽에 있는 가장 용량이 큰 세탁기를 썼습니다. 

세탁기라기보다 뭔가 공장에 있는 기계처럼 생겼는데 다행히 이불 하나 사이즈에 딱 맞더라고요. 

 

 

얼마에 몇 분 돌아가는 지를 잘 모르겠어서 일단 들고 간 동전을 넉넉히 넣었어요. 

오래된 세탁기라고 해도 물양과 온도 등등은 조절할 수가 있네요. 

기다리는 동안 세탁소에도 다녀왔어요 ㅎㅎ 정말 빨래데이네요. 

전에 할인매장에서 산 봄 옷 재질이 세탁기에 넣고 돌릴 수 없는 것들이라 4벌을 드라이 클리닝에 맞겼는데 전부 3만원이 넘는 비싼 금액이 나왔어요 ㅠ  미국에서 드라이 클리닝 안 가려고요. 

코트 이런거 빼고는 그냥 좋은 세재 사다가 집에서 해야겠어요. 

 

 

이불 빨래 다 되서 이번엔 건조기에 넣었습니다. 이삼십년 된 것 같은 이 건조기도 잘 돌아갈까 의심스러워 보이지만 이불 어느 한 구석 덜 마른 곳 없이 깔끔해서 바싹 말려주더라고요. 

역시나 건조되는 동안 심심해서 근처 공원에 갔는데요. 

가기 전에 치킨 샐러드를 사서 경치 구경하면서 밖에서 점심을 먹었어요. 

 

 

 

 

 

패스트 푸드점에서 산 치킨 샐러드지만 채소랑 그루통, 치킨, 베이컨 등 들어갈 건 다 들어가서 알차고 맛있습니다. 

 

 

이런 호수가 있는 경친데요. 겨울이라 호수 물이 마른 관계로 현재는 이런 모습이에요. 

봄이나 여름에는 물이 좀 더 넉넉히 찰랑거려서 파란 하늘하고 어울리는 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됩니다. 

비록 쌀쌀한 겨울 풍경이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한국에서 보기 힘들었던 새파란 하늘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어요. 

여기는 전에 지역주민들을 위해 여러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해놨던 곳인데요. 

 

 

이렇게 테니스 코트도 있고, 야외 수영장도 있어요. 이곳을 이용하려면 일정 금액을 내고 해야했는데, 지금은 더이상 수영장과 테니스코트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없어져서 수영장은 문을 닫았고, 테니스코트는 밤에만 문을 닫아둬서 낮에는 사람들이 무료로 이용가능하게 해뒀습니다. 

그래도 겨울이라 지금은 아무도 쓰지 않아요 ㅎㅎ 

대신 날이 조금 따뜻해지면 사람들이 즐기는 다른 스포츠가 있는데 바로 '프리스비 골프'라는 운동이에요. 

저는 미국에 와서 처음 들어봤어요. 

한국에서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스포츠. 

프리스비 골프는 말그대로 프리스비 (부메랑)을 가지고 골프형식으로 하는거에요. 

아무데서나 할 수는 없고, 프리스비 골프 코스가 마련된 곳에서 할 수 있는데요. 

바로 이 공원에 그 코스가 있어요. 

 

 

이게 바로 프리스비 골프 코스에 설치되어 있는 기구예요. 

특이하게 생겼죠? 

마치 농구 골대처럼 생긴게 사슬로 만들어져있고 그 위에 빨간색 번호표가 있는데요. 

바로 이 번호표가 골프 코스를 말하는거에요. 

1번 번호표가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하는데 2번 번호표가 있는 곳을 향해 프리스비를 던지죠. 

그리고 또 3번 번호표가 있는 곳으로. 

이렇게 골프랑 룰은 똑같아요. 여러명이서 해서 가장 빨리 마지막 번호에 도달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 

골프에서는 공을 멀리 정확히 잘 쳐야 했지만 프리스비 골프는 프리스비를 멀리 정확히 잘 날려야해요 ㅎㅎ 

골프는 장비도 비싸고 같이 치러 다닐 친구도 마땅치 않아 부담스럽지만, 

프리스비 골프는 프리스비만 있으면 친구들이랑도 편하게 치러 다닐 수 있어 여기서는 꽤나 인기 많은 스포츠예요. 

봄이 되고 지인이 좀 더 생기면 저도 프리스비 골프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ㅎㅎ 

날리는 재미, 걸어다니면서 운동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골프코스 구경을 하고 다시 빨래방을 가서 깔끔하고 포근해진 이불을 덮고 이 글을 쓰는 중입니다. 

때로는 주말에 특별한 거 안 하고 그냥 청소하고 산책하고 하는 걸로도 만족스러운 시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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