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 마디그라 축제 파티 (Mardi gras 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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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 있는 앨리바마는 매년 2월, 마디그라 축제로 한 달이 분주합니다.

'마디그라(Mardi gras)'라고 불리는 축제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최대 규모로 열리지만, 뉴올리언스 외에도 미국 남부인 앨리바마, 텍사스, 플로리다 쪽에서 기념하는 일종의 종교적 카니발 같은 축제입니다.

현재는 뉴올리언스 마디그라가 제일 유명하긴 하지만, 뉴올리언스로 축제가 들어가기 전까진, 옛날 프랑스령 루이지애나 영토의 수도였던, 모빌(Mobile)이라는 도시에서 먼저 1700년도부터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마디그라 깃발

제가 살고 있는 도시는 모빌이 아니지만 모빌과 매우 가까운 도시에 있어요.

모빌과 그 주변 도시에서 마디그라 퍼레이드가 1월 말부터 3월 1일까지 거의 한 달 내내 있습니다.

이 퍼레이드에 대해선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으로 나중에 포스팅하려 해요.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마디그라 축제가 완전히 취소되서, 모빌에 있는 마디그라 박물관 견학만 했었는데, 올 해는 드디어 마디그라 축제가 제대로 열렸어요.

저는 스케줄이 맞는 퍼레이드 몇 개만 보러 갈 생각이었는데, 너무나 운 좋게 Mardi gras ball이라고 불리는 마디그라 축제에도 다녀오게 됐어요.

저희 지역 내에 마디그라 축제 퍼레이드를 하는 몇 몇 크루들이 있는데, 그 크루들은 마디그라 축제 기간에 자기들만의 파티를 엽니다.

크루들이 주최를 하는 거고, 그들은 가족들을 비롯해 지인 몇 명에게 파티 초대장을 보내 파티에 초대할 수 있어요.

저는 마디그라 크루들에 대해서도, 파티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었는데, 운 좋게 지인이 저한테 파티에 가고 싶냐고 제안을 했어요.

본인 친구의 남편이 크루 중에 제일 오래되고 큰, '콜럼버스'라는 크루에 속해있는데, 그들이 초대장을 줬다면서요.

마디그라 콜럼버스 크루 파티 초대장

요즘 데이트하는 남자가 있어, 그와 함께 가려했지만 그 사람이 시간이 안 된다고 해서 초대장이 한 장 남는데, 같이 가고 싶으면 가도 된다고 하길래 당장 오케이 했어요

초대장이 없으면 절대 들어갈 수 없는 파티라서 아무나 갈 수 있는 파티도 아니고, 이렇게 주최자 측에 지인이 있거나 해야 초대권을 얻어 갈 수 있는 파티예요.

저처럼 여기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사람이, 이렇게 운 좋게 마디그라 파티 초대장을 얻을 줄은 몰랐어요.

파티 규모도 크루 규모와 역사에 따라 다 다른데, 초대받은 크루는, 콘서트 장을 통째로 빌려서 파티를 열 정도로 몇 천명이 오는 대규모 파티였어요.

초대장이 있는 이상 음식이나 음료 전부 무제한으로 무료로 먹을 수 있지만, 드레스 코드가 매우 엄격하더군요.

남자는 무조건 연회복을 입어야 하고, 여자는 무조건 롱 드레스를 입어야 합니다.

칵테일 드레스나, 롱 드레스여도 너무 찢어져 다리가 과하게 보이는 드레스를 입었을 경우, 초대권이 있어도 입장이 불가하다고 해요.

주로 집에서 활동하는 제가 그런 파티복이 있을리가 있나요.

급하게 껴서 가게 된거라 준비할 시간이 일주일도 없었고요.

열심히 구글을 뒤진 끝에, 드레스 샵에 가서 몸에 맞는 걸 찾고, 또 수선집을 찾아 웃돈을 얹어주고 제 키에 맞게 드레스를 줄였어요.

드레스 비용+ 수선비에만 30만원 넘게 들어갔습니다;;

예정에도 없던 드레스 비용을 쓰게 되서 좀 지출이 있었지만, 평생 앨라바마에 산 사람들 중에서도 마디그라 파티에 못 가본 사람이 많을 정도로, 흔한 기회가 아니라서 지출을 감행했어요.

어떤 분들은 당일에 헤어샵 예약해서 네일이나 머리, 화장 손질을 받는 분들도 있는데, 전 그 정도로 꾸밀 정도는 없다고 생각해서 안 했고, 드레스가 길어서 신발이 안 보이기에, 신발은 그냥 아무거나 신고갔습니다.

가방만 아마존에서 24달러짜리 주문해서 갖고 갔는데 중국산이라 본드 냄새 같은게 너무 나는 가방이었어요.

초대장 확인하는 리셉션

저에게 초대장을 준 지인이 때맞춰 친구들과 데릴러 왔고, 저희는 파티가 열리는 Mobile Civic Center로 갔어요.

대중교통이 거의 없는 미국에선 차로 이동해야하는지라, 이미 그 주변이 차로 꽉 차서 주차할 곳이 없더군요.

몇 바퀴를 돈 끝에, 그냥 풀밭에 불법 주차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 초대장을 확인했습니다.

대규모 파티장

9시에 본 파티가 시작이고, 7시 반에 문을 열어준다고 해서, 7시 반이 좀 넘어 들어오니 아직 많이 비어있는 상태였어요.

평소에는 공연장으로 쓰이는 장소 같았는데, 마디그라 파티를 위해 이런식으로 장식이 되어 있었어요.

주로 앞자리는 파티 주최자들이나 그의 가족들이 앉는 자리라, 2층 아무데나 자리를 잡고 계속 기다렸어요.

파티복 입고 지인들과 

할 일도 없어서 기다리면서 같이 온 지인들과 사진도 찍었지요.

전부 이렇게 드레스를 쫙 빼입고 사진 찍을 일이 별로 없으니까요 ㅎㅎ

무제한 음료 마실 수 있는 음료컵

그리고 나서 데려와 준 지인이 이 컵을 줬는데요.

마디그라 마크가 그려진 컵을 갖고 있어야 음료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다고해요.

그래서 이걸 하나 나눠줬어요.

마디그라 상징인 비즈 

컵에는 이런 것도 들어있었어요.

애들이 공주놀이 할 때 쓸 것만 같은 저렴한 목걸이처럼 보이죠?

Beads라고 하는 것들이고, 실제로도 그냥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저렴한 목걸이입니다.

마디그라 퍼레이드에서는 퍼레이드 하는 사람들이 이런 걸 사람들에게 막 던지면서 하는 퍼레이드예요.

그래서 마디그라 축제때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비즈를 목에 걸고 있어요.

지인이 이것도 목에 하고 있으라고 줬는데, 귀찮아서 안 하고 있다가, 지나가던 아저씨가 마디그라 파티에서 목에 아무것도 없어서야 허전해서 되겠냐며 자기 목에 하고 있던 걸 건네주고 가더라고요 ㅎㅎ

진짜 마디그라 비즈(Beeds)에 진심인 사람들 ㅎㅎ

자리 잡는 크루들

예정된 시각보다 좀 늦게 시작하긴 했는데, 앞 쪽에 있는 자리에 점점 사람들이 몰려들어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 걸 보고, 곧 시작될거라는 걸 알았어요.

이들이 바로 이 파티 주최자들인 콜럼버스라는 크루의 멤버들과 그들의 파트너들이에요.

파티 시작

조명이 바뀌고, 미국 국기를 들고 나온 이분들을 시작으로 크루 멤버들의 행진이 시작됐습니다.

크루들의 행진

콜럼버스 크루 안에서도 무슨 팀 무슨 팀 나뉘어져 있나봐요.

무대에서 줄을 서서 쫙 나오는데, 팀마다 음악도 다른 걸 틀고, 파트너와 손을 잡고 신나게 춤을 추면서 행진을 했어요.

그리고 올 해는 콜럼버스 크루의 100번째 마디그라 파티라고 하는데, 그래서 더 사람들이 흥분해 있었던 것 같아요.

여왕의 행진

크루의 모든 팀들이 다 소개되고 행진을 하고나면, 마지막으로 올해의 콜럼버스 크루의 퀸이 등장하십니다.

매년 크루마다 그 해의 퀸과 킹을 뽑고 있어요.

초대권을 준 지인이 하는 말이, 어른들의 프롬(Prom)같은 파티라고 했었는데요.

진짜 그런 것 같았어요.

프롬은 미국 고등학교 졸업 파티같은건데, 거기서도 퀸 같은 걸 뽑고 그러잖아요?

퀸 소개를 할 때는 그 퀸의 약력에 대해서 다 읊어주는데 여기도 그렇더라고요?

저야 학교를 다 한국에서 나왔으니까 프롬 같은 걸 참여해 볼 기회가 없었지만, 미국 영화를 보면서, 대략 저런 건가보다 했었는데, 이 마디그라 파티를 통해 미국 프롬을 본 듯한 느낌도 들어서 재미있었어요.

행진의 마지막

여왕도, 콜럼버스 크루의 파트너들 중에서도 뽑는거라고 합니다.

여왕의 행진이 끝나면, 모든 크루 멤버들이 열을 맞춰 무대에서 나가기 시작하고, 곧이어 잔잔한 음악이 나오면서 서로 서로 파트너의 손을 맞잡고 춤을 추기 시작해요.

그러면 일단 파티의 시작을 알리는 모든 쇼는 끝난거에요.

이 때부터 2층에 있던 모든 게스틀이 전부 1층으로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1층에 여러 방이 있는데 방마다 다른 음식과 다른 음악으로 채워져 있어서 진짜 파티를 즐길 수가 있거든요.

1층으로 향하는 통로 

그런데 게스트들이 모두 동시에 1층으로 내려가려고 하니,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순간부터 복도가 사람들로 막혀있었어요 ㅎㅎㅎ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도, 에스컬레이터도 전부 줄을 서서 내려가야 했습니다 ㅎㅎ

음식이 있는 하나의 방

저는 계단으로 내려갔는데, 계단으로 내려가자마자 바로 보이는 방으로 그냥 들어갔어요.

이 때 저는 배가 고파 미쳐 돌아가실 지경이었는데요.

파티가 9시에 시작되도, 문이 7:30에 열린다길래 그 때부터 음식을 주는 줄 알고 저녁을 안 먹고 갔었어요.

근데 크루들의 행진이 다 끝나고 나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거였고, 1층으로 내려왔을 때가 10시 반쯤이었으니까, 배가 고파 눈이 뒤집히기 직전이었습니다.

꽉 찬 사람들

계단으로 내려온 사람들도 전부 그냥 바로 이 방으로 들어왔는지 여기서도 음식과 음료를 먹으려면 또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지요.

별 수 있나요. 배고픈 사람이 저만이 아닌데 기다려야지요.

테이블 위 간식거리 

음식은 뷔폐식이었고, 전부 서서 먹는거라 의자는 없었고요.

방에 접시를 놓고 먹을 수 있게, 테이블이 몇 개 놓여져 있었는데 거기에는 초코칩이나 오레오같은 과자가 쏟아져있더라고요.

이거 주어먹으면서 줄 서고, 가방에도 좀 넣고 싶었는데 너무 작은 가방을 가져갔더니 넣는데 실패했어요.

음식은 아주 훌륭했어요.

그냥 안주거리 몇 개 있는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진짜 고급 파티 음식들이었어요.

굴, 치킨, 게, 각종 치즈, 과일, 빵, 밥종류, 타코 등 퀄리티 좋은 음식들이었고, 정신 없이 담아 먹느라 접시에 놓은 제 음식 사진을 찍지를 못 했습니다.

뷔폐 음식 트레이들 

접시를 비우고 뒤늦게 상차림 사진을 찍으러 가니, 이미 음식들이 텅 비어버린 틀만 남아있어서 이것밖에 못 찍었어요 ㅎㅎㅎ

가장 끝에 미트볼만 좀 남아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네요.

아 이 미트볼도 진짜 맛있었어요.

열심히 입 안에 음식들을 우겨넣고 있을 때, 지인에게 초대권을 준 크루 부부가 들어왔어요.

크루 복장을 한 분과 사진

크루들은 전부 독특한 복장을 입고 있더라고요.

크루별로, 또 그 안에서도 팀 별로 복장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전체적으로 이렇게 화려한 중세시대 복장 같은 걸 입고 있어요.

이게 특이해서 같이 사진찍자고 요청한 후 한 컷 찍었습니다.

그리고 퀸의 방이 따로 있다고 해서 거기를 갔어요.

퀸의 방에서 각종 디저트들이 있는 곳이라고해서요.

여왕의 방

그런데 저희가 늦게 간 건지, 디저트들이 전부 동나고 퍼지 케익 하나만 남아있길래 지인과 같이 나눠 먹었어요.

퀸이랑도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이제 나가봐야 한다고 해서 같이 찍을 기회도 놓쳤지요.

아쉽 아쉽..

이 분도 퀸이 돼서 좋긴 하겠지만, 파티에서 어딜 가든 주목을 받는 입장이니 좀 지칠 것 같긴 해요.

또 다른 음식의 방

그래서 또 다른 방으로 향했는데, 여기에는 여러 스프요리와 쿠키 종류, 와인 안주 등이 있었어요.

역시나 미친듯이 또 흡입하였습니다.

스프는 제가 미국에서 먹어본 스프 중 시엄마 스프 다음으로 최고였어요.

캐더링 서비스를 좋은 업체로 부른 것 같아요.

아.. 더 먹고 싶었는데 너무 먹기만 하면 같이 간 지인들에게 폐가될까봐 두 접시만 하였습니다 ㅎㅎ

사실 저는 왠만한 곳은 혼자 잘 돌아다니는 사람이라, 이런 파티에 와도 혼자 원하는 방에 다니면서 마음껏 먹고 하고 싶었어요.

근데 데려와 준 지인이 본인의 파트너 상대로 절 데려와준 거라, 저 혼자 막 돌아다니면 지인이 심심해 할 것 같고,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열심히 이들과 같이 붙어있었더니 음식이 있는 방은 두 군데 밖에 못 갔네요.

고것이 살짝 아숩 ㅎㅎ

그래도 배부르게는 먹었습니다.

춤추는 대형홀

배를 그득히 채우고 나서는 메인 홀로 춤을 추러 갔어요.

춤 추는 방도 여러 개 있다 했는데, 눈에 보이는 홀이 가장 큰 홀이어서 들어갔어요.

유명한 팝송부터, 댄스 음악, 재즈 음악, 랩, 락 등 라이브 밴드가 와서 공연하면서 모두 미친듯이 춤을 췄어요 ㅎㅎ

파티에서 춤추는 사람들

콘서트 장을 방불케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오랜만에 콘서트 + 클럽에 간 느낌이었달까요.

그걸 롱 드레스를 입고 가니 좀 요상하긴 했는데, 나름 이 자체가 즐거워서 많이 즐겼던 것 같아요 저도.

새벽 2시쯤 되니까 저도 그렇고 같이 온 사람들 모두 에너지가 떨어지기 시작해서, 그 때 쯤 다같이 나왔어요.

그 시간에도 이 파티는 한창 때였기 떄문에 대체 몇 시에 끝났는지 모르겠네요.

동 틀때까지 이어졌을까요 ㅎㅎ

어떤 사람들은 지인들이 많아서 여러 크루의 파티에 초대되기 때문에, 이 시기에 여러 드레스를 맞추고 파티에 참석하느라 바쁘다고도 해요.

이 동네 수선집들도, 마디그라 끝나면, 프롬, 프롬 끝나면 웨딩 시즌이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하는데, 스트레스라곤 하지만 그만큼 두둑히 수입도 올리기 때문에, 여러 모로 마디그라가 지역 경제에 도움을 많이 주는 게 많다고 봅니다.

저도 갑작스레 파티용 옷 준비하느라 고생했지만, 격식차린 미국식 파티를 처음으로 경험해 본거라 즐거움이 더 컸어요.

언제 또 운 좋게 이런 파티에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즐거웠던 기억이 많아서 또 갈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다음엔 마디그라 퍼레이드를 정리해서 포스팅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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