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집사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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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 앨리바마 주 바닷가 마을에 있는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데요. 

 

보통 여기서는 아파트먼트 컴플렉스나, 콘도미니엄 등의 이름으로 말을 하더라고요. 

 

도심이 아닌지라 한국같은 고층 아파트가 아니고 보통 2~3층 내의 건물들이 모여있는 아파트 단지인데, 처음에 이 동네에 거너씨 일 때문에 이사왔던지라 얼마나 살 수 있을지도 몰랐고, 동네를 마음에 들어할 지 어떨지도 몰라서 1년간 이 아파트에 세 들어 살고 있어요. 

 

치안 좋고 조용하고, 세탁실, 수영장, 헬스장이 딸려있고, 철마다 관리사무소에서 요상한 이벤트까지해서 나름 만족하고 살았어요. 

 

방 타입은 원베드룸, 투베드룸, 쓰리베드룸 이렇게 있는데, 저희는 차고가 딸려있는 원베드룸에 살고 있고, 둘이 살기에 크기는 넉넉한지라 좀 더 여기서 살까도 생각했습니다. 

 

근데 아시다시피 요즘 경기가 장난아니라 집세도 미친듯이 뛰고 있어요. 

 

코로나로 미뤄뒀던 집 계약이 요즘에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고, 재택근무 장기자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자, 집에 대한 수요가 훨씬 늘고 있기도 하고요. 

 

뉴스보면 집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는 추세라고 해요. 

 

저희 동네도 나름 살기 괜찮은 도시라, 부동산이 들썩이고 있어요. 

 

그러면서 이 아파트단지도 월세를 확 올려버렸습니다. 

 

미국은 주로 1년 계약이라고 하는데, 두 달 뒤에 1년이 다 되거든요. 

 

관리사무소에서 미리 보내온 알림을 받아보니, 계약을 연장 할 지 말지 알려주고, 연장 하게 되면 월세가 현재 내는 것보다 20~30만원 오른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아파트는 개인 소유가 아니라 회사 소유라, 관리사무소에서 집 계약, 수리 등 모든 걸 담당합니다. 

 

말이 20~30만원이지, 이게 1년이면 돈이 꽤 많이 나가는거잖아요? 

 

지금도 이 아파트 월세만 100만원 이상 주고 있어요. 

 

부동산 시장이 그렇다니, 가격을 올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싶지만, 원베드룸 아파트를 그렇게 많은 월세를 내면서 살기엔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슨 여기가 집세 높다는 샌프란시스코나 뉴욕도 아닌데, 집 값이 얼마나 올랐으면 이렇게 갑자기 월세가 훅 훅 뛰는 건지.. 

그래서 계약 연장 없이 이사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1년 살아보니 나름 이 동네가 괜찮은 것 같아서, 멀리 갈 거 아니면 그냥 같은 동네에 집을 얻고 싶었어요. 

 

여러가지 알아보다가 결국 저와 거너씨는 집을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당연히 대출 받아서인데, 처음데 들어가는 다운페이(계약금, 보증금)이 꽤 나가긴 하지만, 매달 갚아야 하는 원금과 이자를 따져봤을 때, 여기서 계약 연장 후 내는 월세와 많이 다르지 않더라고요. 

 

월세는 한 번 나가면 다신 볼 수 없는 돈이지만, 집을 사서 매달 나가는 돈은 공중 분해되는 게 아니라 자산이 되는거라는 생각에 걍 매매를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현재는 살 집을 고르고 계약 과정중인 상태이고, 그걸 같이 공유해보려고 해요. 

 

처음에는 미국에서 흔히들 쓰는 zillow나 realtor 사이트를 이용해서, 지역 내 매물을 찾았습니다. 

 

타운하우스, 단독주택, 아파트 위주로 봤고, 그러다 위치도 좋고 가격도 꽤나 저렴한 집을 찾아서 부동산 업자와 함께 보러 갔어요. 

사이트에 나온 지역 매물

완벽히 준비된 집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몇 몇 부족한 부분은 공부해가면서 직접 손 보고 살다가, 나중에 좀 더 돈 모이면 이 집 팔고 이사가면 되겠다는 생각에 보러 갔어요. 

 

와 근데 역시 집은 직접 가서 봐야 하는게, 5~6살 먹은 아이가 지어놓은 집 같더라고요. 

 

건축에 ㄱ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충 빨리 팔아넘기기위해 지어놓은 집이었어요. 

 

바닥 기울기도 수평이 안 맞고, 천장은 굉장히 낮고, 다른 방에 들어가기 위해선 또 다른 방을 건너가야 하고, 문짝도 크기가 안 맞는 등, 어떻게 이런 엉망인 집을 지어놓고 팔 생각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되는 집이었어요. 

 

500만원이면 살까 고민해볼 그런 집.  

 

어딜가나 그렇지만 미국에서도 집 살 때 사기꾼들 많으니 세심히 잘 봐야 할 것 같아요. 

 

당연히 이 집은 한 번 보고 너무 실망해서 돌아섰지만, 대신 이 집을 볼 때 만난 부동산 업자랑 인연이 되서 그 분을 통해 다른 집들을 보여달라고 요청했어요. 

 

미국으로 이민 온 베트남 사람이었는데, 적어도 당장의 이익을 위해 집을 팔아넘길 사람 같지 않고, 좀 더 길게 보고 집을 소개. 조언 하는 사람 같다는 생각에서였어요. 

 

처음엔 부동산 사이트를 보면서 괜찮아 보이고 가격 맞는 집이면 전부 적어서 리스트를 만들었는데, 알고보니 사이트에 올라와있다고 모든 집을 볼 순 있는 건 아니었어요. 

Pending의 의미 

이런식으로 집 사진 아래에 'Pending'이라고 나와있는 집은 이미 계약체결 중인 집이더라고요. 

 

저는 다른 사람과 얘기만 오가는 집인 줄 알았는데, 이미 계약서를 작성중이라 특별한 이유가 아니고서는 계약이 중간에 깨지는 일이 드물어서, 이런 집은 그냥 다른사람에게 이미 넘어갔다고 생각해야 한다더군요. 

 

더군다나 요즘처럼 집 매물이 부족한 경우에는 더더욱 계약이 중간에 깨지는 일도 드물고요. 

 

위치, 가격, 방 갯수, 아무도 계약 안 한 집 등 여러 조건을 따져보니 처음엔 너무 찾기 어려워보였는데, 계속 부동산 사이트를 붙들고 있다가 누군가 간밤에 새로 올린 매물을 보고 바로 중개인에게 연락해 보러 갔습니다. 

 

요즘엔 매물 올라왔을 때 바로 보러 가지 않으면, 금방 넘어가는 것 같아요. 

 

그도 그럴것이 저희도 그 집 보고 바로 계약하고 싶다고 했거든요. 

 

오래된 집이긴 한데 저희가 살기에 아담한 사이즈에 패티오도 넓고, 바닥이나 벽, 주방, 화장실 등 새로 인테리어를 한 집이었어요. 

 

이사하고 한동안은 뭐 고장날 걱정없이, 수리 걱정없이 살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고, 동네도, 위치도 좋아서 바로 계약하고 싶다고 했어요. 

 

처음에 해야 할 일은 은행이나 전문 회사를 통해, 저희의 대출 한도를 알아보고, 저희가 감당할 수 있는 집 가격인지 파악하는 거였어요. 

 

다행히 필요한 만큼은 대출이 가능하다고 해서, 계약금을 위해 한국 통장에 있는 돈을 미국으로 조금씩 나눠서 송금해뒀고요. 

 

계약하고 싶다고 또 바로 할 수 있었던 건 아니고, 경쟁자가 있어서 경쟁 입찰을 해야했어요. 

 

당연히 집 주인 입장에서는 더 비싸게 부르는 사람에게 팔고 싶겠죠. 

 

상대가 얼마를 더 부를 줄 모르는 상태라 불안하긴 했지만, 거너씨가 워낙 이 집을 마음에 들어해서, 감당할 수 있는 최대금액을 불렀고, 결국 집주인은 저희에게 팔기로 했습니다. 

 

중개인이 이메일을 통해 필요한 서류들을 계속 보내는 중이고, 전자서명으로 사인을 하고 있어요.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또 바로 집에 들어가는 건 아니고, 그 다음 절차가 또 있습니다. 

 

집에 문제가 없는지 전문 집 검수인을 불러서, 집 전체를 점검해야 하는 일인데요. 

 

그건 다음 포스팅에서 얘기해보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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