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맛은 별론데 서비스가 너무 좋은 마요르카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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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시간대에만 맞춰 주방을 오픈하는 스페인 식당 특성상, 헛걸음을 하지 않기 위해 가능하면 예약을 하고 가는 일일 많았습니다. 하지만 하루는 예약하기 귀찮고, 구글로 예약 가능한 식당들이 너무 멀리 있어서, 그냥 호텔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예약 없이 가 보았는데요. 맛은 그리 특별하지 않지만 서비스가 좋아서 감동받은 식당이 있습니다. 

타파스 바 외관

Tapas Palma Santa Catalina라는 이름의 타파스 바입니다. 오픈한 지 그리 오래된 식당은 아니라 아직 단골 손님 보다는 저처럼 지나가는 관광객이나 호기심에 들르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 오후 6시 정도부터 저녁을 위해 오픈하니, 다른 식당보다 주방을 조금 더 빨리 여는 셈입니다. 근처 다른 곳들은 보통 6시 반에서 7시부터 저녁 식사를 위한 주방을 오픈합니다. 이곳은 구글에서도 예약이 가능하지만, 예약 없이 가도 자리를 잡는 게 힘들지 않습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오픈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너무 몰리는 시간에만 가지 않으면 괜찮습니다. 

식당 카운터

마요르카 식당은 다른 지역보다 영어가 잘 안 통하는 편인데, 이 가게는 홀을 보는 사람이 영어를 매우 유창하게 합니다. 그리고 종이 메뉴판은 따로 없고, 아이패드 메뉴판만 있습니다. 아이패드 메뉴판에는 음식의 이름이 아니라 이 식당에서 판매하는 요리의 사진이 있습니다. 메뉴 사진이 굉장히 직관적이라서, 고르기 편리합니다. 판매하는 음식 그대로의 사진을 찍어 올린거라 메뉴도 똑같이 나옵니다. 스페인어를 모르는 사람도, 주문하기 너무 쉽기 때문에 이런 메뉴판 방식을 쓰고 있는 건 너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감자요리

하지만 이 식당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맛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식당인데 맛이 떨어진다는 건 너무 큰 단점이겠죠. 사실 맛이 없다라기보다는 다른 식당이 워낙 맛있는 곳이 많아서, 그에 비해 음식 맛이 인상적이지가 않습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타파스 메뉴를 파는 것도 그렇고, 맛도 전혀 특별하지 않아서 먹는 게 그리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맵지 않은 고추 볶음 요리

하지만 타파스 치고 한 접시 당 양이 꽤 많이 나오기 때문에, 간단한 술 안주거리가 아니라 진짜 식사를 하고 싶은 저 같은 사람에게는 좋습니다. 양이 많다고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니고, 남들과 비슷한 돈을 받으면서 음식을 조금 더 푸짐하게 내어지는 게 좋습니다. 저는 총 네 접시를 시켰는데 전부 양 적지 않았습니다. 채소 요리, 고기 요리, 해산물 (조개) 요리를 두 접시 이렇게 시켰는데, 먹어보니 여기에서는 해산물 요리를 시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맛조개 요리

특히 맛조개가 너무 별로였습니다. 스페인 맛조개 요리가 꽤 맛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시켜봤는데, 여기서는 요리 방법이 잘 못 된건지, 너무 비리고 맛이 없어서 사약을 먹는 느낌이었습니다. 시킨 게 아까워서 꾸역꾸역 먹다가도, 도저히 안 될 정도로 비린 맛이 올라와 힘들어서 그냥 손을 안 대고 있었습니다. 그때 홀 직원이 다가와서 음식 맛이 어떠냐고 물어봤습니다. 미국처럼 팁 문화가 퍼져있는 게 아니라서, 음식 맛에 대해서 물어보는 직원이 적었는데 여기는 한 명 한 명 확인을 하더군요. 솔직하게 맛조개는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요리가 아니라고 하니, 바로 바꿔주겠다고 합니다. 같은 요리를 만들어주겠다는 게 아니라, 가격 상관없이 다른 먹고 싶은 요리를 고르면 그걸 해 줄 거고, 이 요리에 대한 금액은 청구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요리에 이상이 있는지 그 여부와 상관없이, 그저 손님이 요리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바로 대체 요리를 시킬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가 너무 좋았습니다. 한국 식당들도 서비스 좋은 곳들이 많지만, 그래도 그저 음식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다른 음식을 바로 시킬 수 있게 해주는 곳은 많지 않을 것 같은데, 이 식당의 이런 서비스에 감동받아, 음식 맛과 상관없이 이 식당이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됐습니다. 

가리비 요리

맛조개 말고, 가리비 요리도 시켜봤습니다. 가리비 요리는 맛조개보다 훨씬 먹을만 했고 비린 맛도 적었습니다. 그래도 솔직히 맛있는 요리였다고는 말 못 하겠습니다. 조개 자체는 신선한데, 주방장이 요리가 그리 훌륭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베트남에서 먹은 가리비 요리가 정말 맛있다고 생각하는데, 레몬과 피시소스, 고수, 땅콩 등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한 2kg는 먹고 싶은 요리입니다. 하지만 이곳의 가리비 요리는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한 요리맛이었습니다. 같은 식재료라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너무 달라지는 걸 새삼스레 느꼈습니다. 음식 맛만 생각하면,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은 식당이기는 했지만, 그래서 손님을 대하는 서비스가 새삼 돋보이는 곳이었기에, 차마 나쁜 리뷰는 남길 수 없었습니다. 그저 주방장을 새로 뽑기를 기원해 봅니다. 

Kl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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