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요르카에서 고속 버스 타고 Alcu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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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르카 여행을 할 때 대부분 렌터카 이용을 추천하고, 실제로 그렇게 여행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섬이라고는 하지만 굉장히 넓고, 가고 싶은 곳곳을 다 돌아다니기에는 대중교통이 대도시처럼 잘 되어 있는 것은 아니기에, 제가 봐도 렌터카를 이용하면 훨씬 편리하고 돌아다닐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는 마요르카에서 렌터카 없이 오로지 도보와 버스만 이용해서 여행을 했는데요. 그 이유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마요르카 도로가 좁으며, 주차장 시설도 크게 기대하면 안 되고, 주차비를 따로 받는 곳들이 많습니다. 호텔에서도요. 대중교통이 대도시보다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없는 편은 아니기에,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동 시간 투자를 더 하실 수 있는 분들은 저처럼 렌터카 없이도 충분히 다닐 수 있습니다. 

팔마 버스 터미널 외관

팔마에는 고속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버스 터미널이 마련되어 있는데 여기가 아주 편리합니다. 저는 이곳에서 마요르카 섬 북쪽 끝에 있는 '알꾸디아'라는 지역에 다녀왔습니다. 팔마 중심지에 있기 때문에 쉽게 찾으실 수 있으며, 구글 지도에는 palma bust station이라고 검색하면 바로 나옵니다. 버스 정류장은 지상이 아니라 지하에 있습니다. 이 장소에 도착하시면 지하로 내려가시면 됩니다. 

버스 터미널 내 라커룸

저는 한국에서는 부천에서 오래 살았는데, 부천에 있는 소풍 터미널과 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여러 버스가 몰려 있는 버스 터미널이라 음료나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도 있고, 수화물을 맡길 수 있는 라커룸도 이곳에 다 몰려 있습니다. 라커룸은 크기별로 있기 때문에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어, 공항 가기 전이나 호텔 체크인과 체크아웃 후 잠깐 짐 둘 곳이 필요할 때 버스 터미널에 들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알꾸디아 가는 버스

버스표는 창구에서 사지 않고 버스 기사한테 바로 현금으로 지불합니다. 기차나 메트로는 창구에서 사는 것 같은데 버스는 시내버스도 그렇고 그냥 현금으로 바로 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어디로 가는 버스인지 몇 시에 타는 지 그런 정보들이 터미널 안에 세세하게 적혀 있으므로 내가 탈 버스 타는 걸 찾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버스 내부

버스도 굉장히 쾌적합니다. 자리는 아무데나 앉으면 되고, 좌석도 편하고 버스 내 외부로 짐칸도 넉넉해서 좋습니다. 팔마의 버스 정류장에서 '알꾸디아'까지는 버스로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입니다. 렌터카로 가면 조금 더 빨리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팔마에서 알꾸디아까지 바로 가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몇 군데의 정류장에 들러서 사람들을 태우고 내려주기도 하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버스로 1시간 정도면 당일치기로 왔다 갔다 하기에 충분히 괜찮은 거리입니다. 

알꾸디아 돌담길

사실 알꾸디아에 대다한 걸 하러 간 건 아닙니다. 알꾸디아는 팔마보다도 더 시골이라 영어도 더 안 통하고 볼 것도 많이 없습니다. 그냥 시골길인데, 제주도처럼 바람이 많이 부는 돌담길을 걸을 수 있고, 바닷가와 가까워서 여름에는 해수욕을 마음껏 즐길 수도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여름에 수영복을 갖고 방문하면 더 좋을 곳이지만, 저는 그냥 바다 구경만 하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버스를 타고 여기까지 찾아왔습니다. 

알꾸디아 해변 1

주변에 리조트나 호텔을 많이 지어둔 게 아니라, 정말 자연 그대로 숨어있는 바다를 보는 느낌입니다. 주변에 암석이 정말 많은데 그런 걸 하나도 정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해변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보통 좋은 해변가나 유명 휴양지를 가면 호텔과 리조트가 주변에 쫙 늘어서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는데, 그 또한 좋지만 간혹 아무것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감상하고 싶기도 합니다. 

알꾸디아 해변 2

언뜻 제주도인지 햇갈리는 풍경입니다. 섬이 비슷비슷하다지만 정말 제주도가 많이 생각나는 지역이었습니다. 제가 간 바닷가 지역은 Platja de San Pere와 그 바로 옆에 있는 Platja de Sa Font de Sant Joan라는 곳입니다. 팔마에서 버스 타고 종점이 알꾸디아였고, 내려서 이 바다 쪽까지는 30분 정도 걸었습니다. 걸어서 가기에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걷는 길이 또 예쁘고 고즈넉해서 그리 심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알꾸디아 해변 3

해변가에 이상한 생물들이 다량으로 올라와 있는 게 신기했는데, 해파리 같기도 하면서 큰 오징어 같기도 한 것들이었는데, 낯설어서 건들지는 않았습니다. 투명하고 말캉말캉한 게 조금 기분 나쁘기도 했고, 겨울 동안 추워서 얼어 죽은 것처럼 보였거든요. 겨울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 않고 날이 추우니 해변가에 얼어 죽은 이상한 생물들이 올라와 있기도 합니다. 

맥주와 기본 안주

바닷가 구경을 마친 후, 다시 30분을 걸어 알꾸디아 시내로 돌아왔고, 시내에는 몇 관광지와 식당들이 있습니다. 스페인에서 밥을 먹으려면 시간대를 맞춰야 먹을 수 있는 곳이기에, 괜찮아 보이는 식당에 들어와서 클라라 맥주 한 잔을 시켰습니다. 올리브와 빵은 서비스 안주로 같이 나오니 너무 좋았습니다. 이런 곳까지 이런 시기에 동양인 관광객이 찾아오는 걸 신기하게 생각하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 머물기는 했지만 혼자서 조용한 곳에서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도 기억에 남는 매력적인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와 비슷한 시기에 방문하시는 건 해수욕도 못 하고 좀 심심할 수 있으니, 알꾸디아는 꼭 여름에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팔마에서 버스로도 충분히 오갈 수 있는 좋은 지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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