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중고 세일 보트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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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부터 세일링에 무척이나 관심있던 거너씨는, 현재 살고 있는 바닷가로 이사오고 나서 저에게 세일링 공부를 제안했고, 결국 작년 여름에 둘이 가장 기본적인 세일링 자격증을 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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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세일링 자격증 따기

최근에 제가 새로운 걸 시작했는데요. 미국에서 처음으로 무언가 제대로 도전해 본것이기도 해요. 여기와서 영어가 힘들어서 대학교들에 딸려있는 어학원을 다녀보고 싶었는데, 근처 대학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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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세일링 자격증 도착

지난 달에 미국에서 세일링 수업을 듣고 가장 기본적인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어요. 시험 채점을 시험을 본 후, 그 자리에서 선생님이 하기 때문에 합격 여부는 바로 알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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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본적인 레벨이었기에, 실습 시간이 짧았고, 기회가 되면 더 장시간 보트를 탈 수 있는 자격증도 따고 싶었는데, 금액이 너무 비싼 관계로 신청할 수 없었어요. 

 

할인 받아도 1인당 900달러가 넘더라고요. 

 

연회비를 내고 보트 클럽에 가입해서 가끔 배를 빌려서 타볼까도 했는데, 그 역시도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계속 미루고 있었고,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생각치 못하게 집에 돈이 많이 들어가면서 언젠가는 배를 타 볼 기회가 있겠지 하고, 실천을 못 하고 있었죠. 

 

그치만 저보다 세일링에 대한 욕구가 강했던 거너씨는 인터넷으로 중고 배가 올라올 때 마다 보고 있었고, 최근에 집에서 멀지 않은 정박장에 비교적 저렴한 중고배가 나왔다는 걸 보게 됐어요. 

 

배 주인이 배만큼의 값어치를 가진 물건과 교환도 가능하다고 해서, 거너씨가 갖고 있는 트럭을 가지고 갔지만 퇴짜 맞았어요. 

배 주인은 트럭을 다루기 힘들었나봐요. 

 

근데 실제로 그 배 가격이랑 트럭이랑 얼마 차이가 안 났거든요. 

 

그래서 트럭을 다른 사람에게 팔고, 그 판 돈으로 결국 중고 배를 구매하게 됐습니다. 

 

한국에서 뭔가 배를 산다고 하면, 익숙하게들 구매하는 물품이 아니라 되게 낯설게 느껴지고 비싸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당연히 비싼 배가 널리고 널렸지만, 저희가 구매한 배는 굉장히 오래되서 노후한 작은 세일보트기 때문에, 중고 트럭이랑 큰 가격 차이가 안 났던거죠. 

새로 구매한 중고 배

요렇게 생긴 배예요. 

 

배 구매하는 첫 날 찍은 사진이에요. 

 

돛을 아직 펴보지 못 해서 돛 상태는 모르지만, 꽤나 낡아서 돛도 수선이 필요할 지 몰라요. 

판매자 아저씨

배 안에 있는 대머리 아저씨가 배를 저희에게 판매한 사람. 

 

본래 이 사람도 이 배로 차액을 얻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싼 값에 사온 거였어요. 

 

굉장히 작은 배죠? 

 

만들어진 지도 거의 4~50년 정도 된 배일텐데, 미국에서는 자동차도 그렇지만 배를 비롯한 다른 탈 것들도 연식 상관없이 계속 수리해서 오래 쓰더라고요 

 

역시 중요한 건 엔진 상태겠지만, 거너씨는 배가 잘 떠 있고 엔진 상태도 연식에 비해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현재 정박장1

저희가 바닷가에 살다보니 주변에 이런 마리나가 몇 개 있는데, 현재는 전 주인이 7월말까지 이곳에 정박비를 내 둔 상태기 때문에, 그 때까지는 무료로 정박할 수가 있어요 

정박장2

그치만 집에서 차로 30여분 정도 걸리는 거리의 마리나라서, 가능하면 집에서 좀 더 가까운 마리나로 배를 옮기려 하고 있어요. 

 

물론 마리나 정박비가 얼마냐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 정박하고 있는 곳도, 한 달에 50만원이 넘어서 너무 비싼 편이라 옮기긴 해야 돼요. 

 

배를 구매할 때 걱정스러웠던 부분이 이런 거에요. 

 

자동차도 갖고 있으면 보험료에 수리비, 기름값 등 기본적으로 드는 관리비가 꽤  되는 것처럼, 배는 마리나에 세워두면 배를 타든 안 타든 매달 정박비가 들어가서, 차보다 관리비가 더 들어가요. 

 

현재까지 이 배를 갖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세일링이 좀 더 익숙해질때까지는 가능한 한 이 배로 많이 연습을 할 계획입니다. 

 

사정이 좋아지면 나중에 좀 더 큰 배를 구매해서, 배에 장기간 체류하며 여행하는 것도 꿈꾸고 있는데 그건 당장 어찌될 지 모르는 일이기에, 현재 이 배를 잘 수리하고 유지하는 거부터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 

 

배가 좁고 지저분한 상태라 내부 사진을 제대로 찍은 게 별로 없어요. 

 

개별적으로 대충 보여드리자면 이런 상태예요 

실내로 들어오는 나무 계단

선박 안으로 들어오는 나무 계단 부분입니다. 

 

계단은 낡았지만 청소하면 좀 괜찮아질 것 같은데, 양 옆의 나무 판자가 많이 깨져있죠. 

 

그리고 카펫도 너무 더러워서 완전히 카펫을 뜯어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소파칸 오른쪽

양 옆으로 초록색 스웨이드 재질의 소파가 있고, 그 옆에 달려있는 나무 선반, 청소하기 위해 저희가 갖고 온 청소 도구들을 밑에 깔아뒀어요 

에어컨과 미니 선풍기

이건 나무 계단 왼쪽에 있는 에어컨과 선풍기가 달려있는 부분. 

 

본래 이쪽에 부엌용 싱크대가 달려있던 것 같은데, 여러 주인을 거치면서 이걸 다 떼어버렸더군요 

소파칸 왼쪽

오른쪽 소파에 제 물건들도 늘어놓았지만 위에 지저분하게 얽혀있는 선 때문에 더 지저분해 보여요. 

 

쿠션은 여기 원래 있던 물건입니다 

화장실이 있었어야 될 자리

소파 있는 칸하고 뒤에 있는 침실 같은 칸 사이에 본래 화장실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것도 다 떼어져있네요. 

 

왜 전 주인들이 부엌과 화장실을 다 떼어버렸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바로 전 주인은 이 보트를 타지역에서 4일간 갖고 오면서 캠핑용 임시 화장실을 여기에 두고 쓴 듯 해요 

침실과 소파 사이 공간 1

부서지고, 낡고 지저분 하고 난리도 아니죠? 

 

방과 방 사이에 있는 공간이에요. 

 

아마 여기가 화장실 세면대가 본래 있었던 공간이지 않을까 싶은데. 

침실과 소파 사이 공간 2

전 배 수리나 이런거 아예 모르고, 깔끔하게 청소를 요령껏 잘 하는 사람도 아니라서, 제가 배를 산다면 조금 더 돈이 들더라도 더 깔끔하고 수리를 덜 해도 되는 걸 골랐을 거에요. 

 

근데 거너씨는 이 정도면 충분히 수리하고 청소해서 잘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제가 옆에서 별다른 도움이 못 되더라도 괜찮다고 결국 이걸 사더라고요 

돛이 올려져 있는 침실

물론 이런 상태이니 가격이 비싸지 않긴 했죠. 

 

위 사진은 여분의 돛과 생수들이 침대 위에 널려있는 모습이에요. 

 

일단 배 구매 후 바로 다음 날 청소 도구를 들고 같이 가서 할 수 있는 청소를 했어요. 

 

저는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좋을 지 모르겠어서 일단 천장을 닦았고, 거너씨는 배 외부 청소를 했습니다. 

더러운 배 상태 1

선박 바깥쪽도 이렇게 검은 때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게 너무 잘 보일 정도로 더러웠어요. 

 

무슨 먼지가 붙어서 이리 때가 탄 건지. 

더러운 배 상태 2

배가 전체적으로 하얀 색인데 이렇게 검은 때가 타 있으니 지저분한게 더 눈에 띄어요. 

 

거너씨는 솔을 가지고 와서 이것들을 닦아내기 시작했어요 

배 외관 청소

저 플라스틱 양동이에 물을 담고 세제를 풀어서 쓰고, 호스를 끌어와서 분사하며 닦는 방식이에요 

배 외관 청소하는 거너씨

배 위에 쭈그려 앉아 열심히 솔질하는 거너씨. 

 

재미있어 보이기도 했지만 조금만 해도 바로 힘들어질 것 같아서 저는 안 했어요 ㅋㅋ 

 

힘든 건 서로 미루는 보기 좋은 부부. 

정박장 수돗물

정박한 곳에 이렇게 물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수돗가 같은 게 있어요. 

 

호스는 물론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하고요. 

 

그래서 물을 원하는 만큼 쓸 수 있으니까 여기서 바로 청소하는 것도 가능하죠 

콘센트 꽂는 곳

물 쓰는 곳 바로 옆에 전기를 연결 할 수 있는 곳도 있어서, 물. 전기 다 쓸 수 있으니, 배에서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매달 마리나에 내는 정박비에 물. 전기가 포함되어 있는 거죠. 

 

그리고 마리나에 있는 사무실에 화장실과 샤워실도 있고, 세탁기. 건조기도 있어요. 

 

시설이 좋은 편은 아니라도 이용할 수 있는 곳들이 있으니, 좀 넓직한 배를 가지신 분들은 배에서 살고 있어요. 

 

배에서 사는 사람들은 여러 이유가 있죠. 

 

월세를 아끼기 위해서, 아니면 여행하기 위해서. 

더러운 천장

저는 배 안에 천장을 닦기로 했는데요. 

 

역시나 뭐가 묻었는지 하얀 천장이 더러운 때로 얼룩덜룩 하네요. 

 

워낙 오래됐고, 이 배를 거쳐간 사람도 많았을테니 온갖 것들이 묻어 있는 것 같아요 

청소 도구

저는 shop towel라고 부르는 이 파란 종이랑 스프레이형 세제를 가지고 천장을 박박 닦았어요. 

 

팔기 전에 미리 배 좀 정리하고 청소해두면 더 좋은 가격에 잘 팔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미국인들은 그런거 잘 안 해두네요.

 

아니면 배는 본래 더러운 상태여도 사람들이 잘 사는 건가... 

청소 후 천장

열심히 닦은 다음에 찍은 사진이에요. 

 

잘 안 닦일 것 같더니, 그래도 얼룩덜룩하던게 많이 사라져서 그나마 보기 좋아졌어요. 

 

청소할 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서, 점심 거리도 가지고 갔는데요. 

점심 도구

라면을 가지고 갔어요. 

 

본래 있어야 할 부엌이 있다면, 굳이 전기포트까지 가지고 오지 않아도 됐을텐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배는 배랑 화장실이 다 없어져버렸죠. 

 

그래서 앞으로 화장실과 부엌을 저희가 다시 만들어서 달아야 하는데, 큰 공사가 될거고, 대부분 거너씨 혼자 할 거라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컵라면은 아니지만 그냥 뜨거운 물을 냄비에 부워 익혀 먹는 식으로 하려고 이렇게 싸들고 왔어요. 

순두부

그냥 라면만 먹으면 심심하니까, 전에 한인 마트에서 사뒀던 순두부도. 

 

순두부를 죽이나 라면에 넣어 먹으면 맛있더라고요. 

 

순두부찌개같은 느낌으로 ㅎㅎ 

계란물

라면에 계란이 빠지면 섭해서, 계란물을 만들고 그 안에 집에서 키운 파도 쫑쫑 썰어서 비닐팩에 담아가지고 왔어요. 

 

나름 제대로 끓여먹으려고 이것저것 챙겨왔는데, 배 안에 부엌도 없고, 버너 같은 것도 없는지라, 면이 좀 설익긴 했어요. 

 

확실히 봉지 라면은 컵라면이랑 달라서, 팔팔 끓여줄 불이 필요한 것 같아요 

배에서 해 먹은 라면

그래도 대충 요로코롬 끓여서 설 익은 라면을 배에서 끓여먹었답니다 ㅎㅎ 

 

다음엔 부엌을 만든 후에 음식을 갖고 가던지, 아니면 버너라도 하나 사서 갖고 가야겠어요. 

 

배에서 뭣도 없이 뭘 해 먹으려니 힘들어서리. 

 

하루 빨리 배를 예쁘게 수리해서 세일링도 자주 나가고 싶고, 자랑도 하고 싶어요. 

 

한국에 계신 부모님은, 이렇게 경제도 안 좋은 시기에 트럭 판 돈을 저금하지 왜 배를 샀냐고 걱정하시지만, 바닷가에 살 때 이런 레저도 즐겨보는 거고, 또 배를 예쁘게 수리해서 나중에 조금 더 얹어서 팔 수도 있는거고, 나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조만간 날 좋을 때 세일링 한 번 나가보고 후기도 올려볼게요. 

 

그나저나 배 이름을 지어야 할텐데 뭘로 할 지 고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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