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세일링 자격증 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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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제가 새로운 걸 시작했는데요. 

 

미국에서 처음으로 무언가 제대로 도전해 본것이기도 해요. 

 

여기와서 영어가 힘들어서 대학교들에 딸려있는 어학원을 다녀보고 싶었는데, 근처 대학들은 코로나 때문에 어학원을 잠정 중지시킨 상태라 다닐 수 없었고, 온라인으로 공부하는 건 너무 혼자 하는거라 재미없어서 시작하지 않았어요. 

 

물론 운전이나 캠핑 같은 것도 미국 와서 처음 해 본 것들이긴 하지만, 그건 '해보다'에 초점을 맞춘건지, 무언가 시험을 보고 공식적인 자격을 얻고 한 거에 도전한 건 이번이 처음인 듯 해요. 

 

바로 세일링 자격증에 도전했어요. 

 

본래부터 세일링에 관심이 있던 건 아니에요. 

 

물론 배타는 건 좋아해서, 세일보트를 탈 기회가 있을 때는 세 네 번 정도 타 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탔을 때가 작년에 서울에서 석양을 보러 세일 보트를 탄 적이 있는데, 그 때 서울 요트 클럽에 대해서도 알게 됐고, 선장님이랑 수강생분들 하는 거 보면서 배 타고 여행하는 거 재미있겠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아주 잠깐 했어요. 

 

그런데 세일 보트 수강료 자체가 저렴하지도 않고, 그 후에 바로 테네시로 이사가서 잊고 지내다가, 지금은 바닷가 근처에 사니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볼 수 있는게 보트들이에요. 

 

거너씨는 아주 오래전부터 세일링을 너무 좋아했고, 오랜 꿈 중에 하나도 세일 보트 타고 전 세계를 여행하는 거에요. 

 

저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바다에 살며 세일링 기회가 보다 가까이 온 만큼 거너씨와 같이 기본적인 세일링 자격증에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세일링을 배울 수 있는 장소는 여러 곳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Sail Time이라는 곳을 선택했어요. 

집 근처에 프랜차이즈가 있고, 다른 곳이랑 비교했을 때 교육비랑 교육 코스가 다양해서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 많았거든요. 

 

세일링을 배우는 데 많은 시간을 빼기 어려웠던 저희는 일단 주말에 몰아서 배우는 주말 코스를 신청했습니다. 

 

선생님 1명+ 두 커플, 즉 4명이서 동시에 같이 배우는 코스였고, 한 명당 600달러인데, 커플로 하면 두 번째 사람이 할인이 되서 저는 500달러냈어요. 

 

둘이 합쳐서 1100달러... 으아악... 비싸요 ㅠㅠ 

 

그래도 거의 개인레슨이나 마찬가지여서 원하는 주말 시간대를 선생님이랑 같이 맞춰볼 수 있었어요. 

 

수업을 할 주를 결정하고, 그 전에 공부 먼저 해오라고 책을 받았습니다. 

미국 세일링 책 

ASA에서 수강생들을 위해 만든 책인데, ASA는 AMERICAN SAILING ASSOCIATION의 약자라로, 미국 세일링 협회 같아요. 

 

이 책을 먼저 받은 이유가 주말 동안 열심히 실습을 하고 마지막에 필기 시험을 보는데, 필기 시험 통과를 못 하면 자격증을 딸 수 없거든요. 

 

그래서 가능하면 미리 열심히 공부를 하고 가야했는데, 역시 언어장벽이 제일 힘들었어요. 

 

세일링에서 쓰는 독특한 전문 용어, 장비들을 다 공부해야 하는데, 그게 다 영어고 영어로 설명되어 있으니 저한테는 한 페이지 이해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학원에서 보내온 세일링 관련 물품

책뿐만 아니라 LOG BOOK이라는 작은 책자와 세일링에서 쓰는 매듭 공부하는 것, 컵 등 작은 소품들도 함께 받았어요. 

 

LOG BOOK은 제가 어떤 세일링 교육을 이수했는지, 그리고 어떤 세일링을 했는지 기록할 수 있고, 유용한 세일링 정보도 적혀있는 일종의 '바닷길 여권'같은 거에요. 

 

생각보다 책이 두꺼워서 솔직히 실습 나가기 전까지 끝까지 보지는 못 했어요. 

 

최대한 장비 이름 알아두고, 바람 방향을 어떻게 배가 통과하는지에 따라 뭐라 부르는지 정도만 알고 갔습니다. 

 

선착장까지는 집에서 차로 15분 정도고, 이틀 동안 아침 8시 반에 시작해 오후 4시 반쯤 끝났어요. 

 

중간에 점심 시간이 한 시간 정도 주어지는데, 배 위에서 먹는 줄 알고 도시락 싸갔더니 밥 먹을 때는 다시 육지로 돌아오더라고요. 

 

집이 가까우니 다들 집에가서 밥 먹고 다시 모이는 식이였어요. 

킬보트 세일 보트 

이게 실습을 했던 보트예요. 

 

실습용이라 크기가 작고, 안에 물건을 둘 수 있는 창고 같은 건 있지만 화장실이나 침실 같은 건 없습니다. 

 

가장 기초 세일링 연습용 배예요. 

 

세일링도 여러가지 단계가 있어서, 배에 따라, 또 세일링 기간에 따라 자격증이 나눠지더라고요. 

 

저희와 함께 수강을 한 다른 커플은 올 해 11월에 식을 올린다는 젊은 커플이었어요. 

세일링 선생님과 수강생

사진 속 뒤에 계신 남자분이 선생님이신데 50대? 60대 분이시고, 아내분도 요트 클럽에서 만났다고 하세요. 

 

오른쪽의 여자분이 같이 수업들은 커플 중 한 명. 

 

날씨가 흐리면 어떻게 하나 고민 많이 했는데, 날씨가 오히려 너무 좋아서 힘들었어요. 

 

최고 온도가 34도까지 올라갔는데, 바다에 나가면 구름 한 점 없으니 어디 그늘 진 곳도 없고, 하루종일 뙤약볕에 있는 거랑 마찬가지였습니다. 

 

각오는 하고 갔지만 그래도 거의 더위 먹기 직전까지 갔어요. 

 

배멀미는 잘 안 하는 편인데도, 속이 좀 좋지 않아서 멀미 약도 먹었고, 점심 시간에 잠시 육지로 내려왔을 때는 식욕이 없어 그냥 차가운 아이스크림만 먹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 했고요. 

 

더위 안 먹고 살아돌아온 것만해도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ㅎㅎ 

 

수강 하는 동안은 알아듣기 어려운 영어 수업에 집중도 해야 하고, 배가 많이 흔들려서 사진을 별로 찍지는 못 했어요. 

 

솔직히 집중해도 선생님 말 50%정도 밖에 못 알아들었습니다. 

 

제가 키를 잡을 때도 영어를 이해하기 어려워서 거너씨가 한국어로 몰래 오른쪽, 왼쪽, 직진 하면서 키를 잡아야 할 방향을 알려주기도 했고요. 

 

저는 세일링 스쿨을 갈 게 아니라 어학당을 갔어야 했는데;;; ㅋㅋㅋㅋ 

 

나중엔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얼굴도 마음도 말이 아니였어요 ㅋㅋ 

어쨌든 간에 무사히 이틀간 진행된 세일링 실습을 마쳤고, 일요일에 점심 식사 후 필기 시험을 봤어요. 

 

문제는 다행히 주관식이 아니라 객관식이었는데, 총 100문제였습니다. 

 

100문제 중 80점을 맞아야 통과인거에요. 

 

실기테스트는 따로 안 보고, 선생님이랑 실습하는 동안 저희가 하는 걸 보며 체크하셨더라고요. 

 

선생님이 관대해서, 시험문제 중 이해 안 되는 영어 단어가 있으면 그건 사전 찾아보거나 거너씨한테 물어볼 수 있다고 배려해주셨어요. 

 

그런데도 문제 속 영어 단어가 이해 안 되서 틀린 문제도 있었습니다 ㅋㅋ 

 

제가 제일 늦게 풀긴 했는데 그래도 95점 맞았어요! 

 

시험 통과 못 할까봐 얼마나 걱정하고 조마조마 했던지... 

 

그러면 기껏 비싼 돈 내고 수강해도 그냥 '체험'정도가 되어버리는거고, 다시 도전하고 싶으면 300달러 내고 반나절 동안 수업을 또 들어야 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같이 들은 다른 사람들은 붙는데, 저 혼자 떨어지면 너무 창피하니 그게 걱정됐어요. 

 

물론 현지인과 외국인의 차이도 있겠지만 그래도 기초 세일링에서 떨어지면 너무 우울할 것 같았어요. 

 

다행히 80점을 넘겨 시험 통과가 됐고, 관대하신 선생님이 실기도 잘 봐주셔서 결국 통과를 했습니다 :)

기초 코스 통과한 로그북

시험 통과 직후에는 이렇게 제 로그북에 기본 킬보트 세일링을 잘 마쳤다고, 담당 선생님이 정보를 적어주세요. 

 

공식적으로 통과 했다는 서류는 나중에 우편물로 배송이 온다고 하는데, 그 전까지는 이걸로 자격증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기간은 3달 한정이에요. 

 

3달 안에는 공식 서류가 도착하겠죠. 

 

오랜만에 '시험'같은 걸 봐서 긴장도 하고, 언어문제로 스트레스 꽤 받았는데, 다행히 무탈히 통과되서 너무 기분이 좋아요. 

 

끝나고 거너씨랑 서로 수고했다고 식당가서 술잔도 기울였습니다 ㅋㅋ 

 

세일링에 대해 생판 몰랐지만 그래도 이제는 기본적인 건 알게 되서 저도 재미가 좀 생겼어요. 

 

마음 같아서는 그 상위 코스들도 더 배워보고 싶지만, 난이도가 올라가는 만큼 수강료와 수강시간도 올라가기에 일단 보류 ㅎㅎ 

 

나중에 가족이나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 짧은 코스라도 같이 세일링을 즐길 수 있으면 너무나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요. 

 

하루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간만에 기분 좋은 일로 블로그에 자랑질 좀 해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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