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 나이가 되서 소아과에 다녀왔어요.
아이도 없는데 말이죠.
다름아닌 수두와 MMR (홍역.풍진.유행선이하선염) 예방접종을 맞기 위해서입니다.
어릴 때 안 맞았냐고요? 당연히 다 맞았죠.
그래서 크면서 수두, 홍역, 풍진 다 걸린 적 없습니다.
분명히 몸 속에 항체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 예방접종을 했다는 증명서가 필요해졌습니다;
다행히 최근 미국 비자 인터뷰 날짜가 잡혔는데 그 전에 정해진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더라고요.
말이 건강검진이지 입국을 허가하기에 몸에 전염병이나 이상한 게 없는지, 의료비를 많이 깎아먹을만한 병이 없는지 체크하는거예요.
그래서 아주 기본적인 소변검사. 피검사, X레이 촬영만 하는데도 40만원이 넘게 듭니다;
왜냐, 비자를 위해 정해진 병원에 정해진 의사한테 가서 해야하기 때문이죠.
뭐 별 수 있나요.
그런데 건강검진 가기 전에 또 요구받는게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준비하기 어려웠던 게 바로 예방접종증명서였어요.
주로 Tdap에 들어가는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MMR, 수두, 그리고 겨울에는 독감 주사 등을 요구받습니다.
당연히 어릴 때 다 맞았지만 30년도 이미 더 지난 지금, 어릴 때 주사를 맞았다는 증명서나 증거가 남아있을리 만무하죠.
그래서 결국 다시 주사를 맞았습니다;
보건소에서는 신생아만 무료로 해주고 성인은 해주지 않습니다.
일반 병원 가야합니다.
일반 병원도 수두나 MMR예방주사가 없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소아과에 가셔야 합니다.
소아과는 대부분 구비를 해두고 있거든요.
저희 동네에 있는 소아과에 미리 전화해보고 갔습니다.
사정을 얘기하고, 한 번에 수두와 MMR주사를 다 맞았어요.
두 개 주사는 한 번에 같이 맞아도 상관이 없다는군요.
어릴 때 맞았는데 또 맞아야 되냐고 하니 그냥 면역이 더 생기는거라고 상관없다고. 다행이죠;
비보험이기 때문에 제가 간 병원은 8만원은 청구했고, 혹시 몰라 영문으로 예방접종증명서 발급을 요청드리자 만원을 더 내야했습니다.
영문 스탬프까지 찍어주셨습니다. 확실하게 해주시는 건 너무 좋네요.
국문으로만 하면 가격이 더 저렴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제가 Tdap은 2년 전에 베트남 갈 준비를 하면서 맞은 적이 있습니다.
일본뇌염과 A형 간염, 그리고 파상풍이 예방되는 Tdap을 맞았었는데, 당시 찾아갔던 병원에 전화해보니 예방접종증명서발급을 해주겠다고 합니다.
분명 5천원이라 했는데, 영문으로 해주실 수 있냐 하니 2만원이랍니다 -_-;;;
형식도 다 있을텐데, 부르는 게 값이네요.
사실 영문으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모든 걸 확실하게 해두고 싶어서 그냥 영문으로 받았습니다.
비자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뭐 별 수 있나요.
형식 안에 접종 기관명이 다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그걸 손으로 직접쓰고 도장을 찍어줬습니다.
나참.. 왜 안들어간다는건지..
무튼 이렇게 해서 필요한 예방접종증명서는 다 마련했습니다.
접종주사 안 맞고 항체가 있는지 없는지 검사를 해도 되고, 아님 건강검진 받는 곳에 가서 맞아도 된다고 하는데 가격도 더 비쌀 것 같고, 항체 검사나 접종 검사가 비용도 비슷하고 해서 그냥 주사 다 맞아버렸어요.
수두는 대상포진 예방도 된다고 하니 걍 잘됐다 생각해야죠.
나이 먹어서 이렇게 소아과에 가서 주사 맞을 줄은 몰랐네요 ㅎㅎ
예방접종 증명서 발급이 생각보다 쉬워서 다행입니다.
근데 무슨 투자이민 가는 것도 아니고 변호사를 선임해서 진행하는 것도 아닌데 벌써 들어간 돈이 꽤 되네요.
비자 준비할 때 여유자금 넉넉히 준비해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도 돈 들어갈 일이 더 남았어요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