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우옌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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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사람들을 만나면서 가장 힘들었던건 문화차이 성격차이도 아니고 이름차이였습니다 ;;; 


왜 이렇게 이름 외우기가 힘든지. 


전엔 그래도 사람 얼굴에 이름 금방 매치에서 기억하곤 했는데 점점 이름 외우기가 어려워지는 판국에 


더욱더 기억하기 어려운 베트남 사람들 이름을 머리에 넣으려니까 너무나 힘들더군요. 


베트남 사람들은 대부분 한글자 이름이 많은데, 길어봤자 두 글자에서 세글자 입니다. 


이름이 한 두글자인건 좋으나 문제는 똑같은 이름을 쓰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거에요. 


몇 없는 제 주변 베트남 친구들 중 '짱'이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가 도대체 몇 명인지 모릅니다 ㅋㅋㅋ 


베트남 살면서 만난 여자들 이름 대부분이 '짱' ㅋㅋㅋㅋㅋ


물론 한국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제 이름도 한국에선 너무나 흔한 이름인데 제 이름 뿐만 아니라 보통  여자들이 많이 쓰는 이름, 


남자들이 많이 쓰는 이름 이렇게 보편적으로 나누어져있죠. 


성씨도 마찬가지인데 한국에서 이, 박, 김 같은 성씨들이 많죠.


베트남도 몇 개의 성씨가 나라의 70%가 넘는 퍼센테이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흔한 베트남 사람 성씨는 바로 'Nguyễn'(응우옌) 입니다. 


너무너무 흔해요. 


이 사람 저 사람 다 응우옌입니다. 


때문에 이 이름을 딴 거리도 있고, 가게도 있고, 유명한 커피도 있습니다. 


여기저기 다 응우옌 ㅎㅎㅎㅎ 


베트남의 국가주석과 총리, 국회의장도 전부 응우옌씨들입니다. 


누가보면 전부 가족끼리 해 먹는 나라처럼 보이겠지요 ;; 응우옌 왕국. 


응우옌 다름으로 많은 성씨들은 쩐(Trần)'씨 , '레(Lê)'씨 , '팜(Phạm)'씨 , 


'후잉·황(Huỳnh·Hoàng)'씨 , '판(Phan)'씨가 있는데 응우옌까지 합쳐서 


이 성들이 베트남 성씨의 76%를 차지한다고 하니 대단하죵. 


도대체 베트남엔 왜 이렇게 같은 성씨가 많은 걸까요. 


정말 응우옌씨들은 서로 먼 친척인 걸까요. 


미국 베트남 이민자 중에서도 단연 응우옌씨들이 많은데 얼마 전 인터넷에 떠돌던 사진 중 재미있게 봤던게, 


한 미국의 고등학교 졸업사진이었어요. 


거기서 베트남 계 미국인 여자아이들 사진이 차례로 있고, 사진 밑 설명 글에 나눠서 


'우리는 가족이 아니다' 이렇게 써 있던 글이 있었어요. 


전부 성씨가 응우옌으로 같았기 때문에 늘 학교에서 가족으로 오인받았었나봐요 ㅋㅋㅋ 


결론을 말하자면 한국에서 같은 김씨여도 '파'가 다른 것 처럼 


베트남에서도 같은 응우옌씨라 하더라도 절대 가족이 아닙니다. 


그냥 같은 성을 쓸 뿐이에요. 


왜 이렇게 응우옌이라는 성을 많이 쓰는지에 대한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여러 가설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유력한 설은 과거 베트남의 '왕조'들과 관련이 있다는 거에요. 


베트남 중세에서 현대까지, '쩐왕조', '레왕조' '응우옌왕조' 이렇게 있는데 


이 왕조 영향으로 세 가지 성을 따르는 사람이 많아졌다는거죠. 


이 중 특히 응우옌씩씨가 많은 건 먼저 과거 '리왕조'가 망하고 


'쩐왕조'가 생긴건데 '쩐왕조'가 강제로 '리왕조'사람들의 성씨를 '응우옌'으로 바꾸도록 했습니다. 


약간 창씨개명 같은 걸까요.... 


권력에서 밀려나면 성도 바꿔야 한다는.. 


또 이후 '쩐왕조'가 망한 뒤에도 그들의 후손 중 새로운 권력자에게 보복당할 것이 두려워 


많은 수의 사람이 '응우옌'으로 성을 바꿨습니다. 


왕조가 바뀔 때 마다 이런 일이 반복됐고, 


비로소 '응우옌왕조'가 됐을 때는 왕조가 나서서 많은 사람들에게 같은 성씨를 더 부여했고, 


범죄자들도 발각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왕조의 성씨인 응우옌으로 성씨를 스스로 바꾸는 일이 생겼죠. 


후에 응우옌왕조는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가 되면서 더 이상 성씨를 바꿀 필요가 없어졌고, 


결국 베트남 전역에 응우옌 성을 가진 사람들이 넘치게 됐다는게 가장 유력한 설입니다. 


같은 성씨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보통 베트남 사람들은 성씨보다는 이름으로 서로를 부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도 비슷할 때가 너무나 많죠. 


위에서 언급했듯이 제 주변에 '짱'이라는 여자애들만 여러명이니까요. 


그래서일까요 


베트남사람들은 서양 애들처럼 중간 이름이 있습니다. 


제 주변에서 중간 이름을 쓰는 친구들은 거의 없지만, 


만일 한 그룹에 같은 이름과 성씨를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경우 


아예 중간 이름만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ㅎㅎㅎ 


중간 이름이 이래서 필요한 가 봅니다 ㅎㅎ 


사람의 성씨를 보고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다는 게 참 재미있죠. 


그런 점에서 왠지 성씨의 중요도를 느끼게 되네요 


베트남을 알면 알수록 재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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