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포니스트 케니지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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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겐 색소포니스트라고 하면 머릿속에 단 한 명 밖에 떠오르는 사람이 없어요.

 

90년대 한국에서도 유명세를 떨쳤고, 내한도 몇 번이나 왔던 케니지라는 색소포니스트예요. 

 

시애틀 출신으로 색소폰을 기가 막히게 잘 불고, 그가 만든 곡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가 연주했기 때문에 유명해진 곡들도 있죠. 

 

특히 타이타닉 OST를 그가 색소폰으로 연주한 버전은, 영화에 정식으로 실리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도 너무 유명해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듣고 있어요 

 

한국에서도 여전히 케니지 하면 많은 사람들이 알거라고 생각하지만, 약간 옛날 사람처럼 느껴지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도 그는 미국에서 활발히 공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올 해로 67세인 케니지는 20~30대 못지 않은 체력을 과시하고, 연주 실력은 그의 나이만큼 더 단단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사하게도 이번 케니지 투어에는 저희 동네도 포함되어 있어서, 거너씨와 함께 다녀왔어요. 

케니지 콘서트 장소

굉장히 오래되었지만 유서 깊고 아름다운 SAENGER이라는 공연장에서 일요일 저녁에 콘서트가 펼쳐졌습니다. 

요즘에는 각 주의 작은 지역들도 돌고 있기 때문에, 한 주에서만 3~4번 콘서트를 할 때도 있더라고요. 

공연장 내부

저도 이 공연장은 처음 와봤는데, 정말 옛날 공연장이더군요

 

미국에서 많은 공연장을 가 본 게 아니라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제가 간 공연장들은 꽤나 긴 연식을 자랑하는 곳들이 많아요. 

 

일부러 그대도 유지하는 곳들도 있는 것 같고, 자금 부족으로 그냥 두는 곳도 있는 느낌입니다. 

공연장 바

케니지가 지금도 유명하고 활발히 활동하는 건 맞지만, 전성기는 옛날에 이미 정점을 찍었기에, 혹 콘서트에 사람이 별로 없으면 어떻하나 걱정도 살짝했는데요. 

 

제 걱정이 무색하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몰렸어요. 

 

전석 매진은 아니었지만 80~90% 이상은 찼다고 확신해요. 

 

공연장에서 티켓 확인을 마치면 작은 바가 나왔는데, 거기서 술과 음료도 살 수가 있어요. 

 

밴드 공연이나 힙합 공연장에서는 술을 마시면서 공연을 보는 걸 봤지만, 색소폰 공연장에서도 술 판매를 하네요. 

 

공연장에서 너도 나도 와인이나 맥주 한 잔씩 받아들고, 자리에 가서 홀짝이는 모습이 전 아직도 적응이 안 됩니다 ㅎㅎ

공연장 계단

좌석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져 있고요. 

 

계단이나 복도 장식만 봐도 정말 오래전에 지어진 느낌이 들죠? 

 

그 옛날 이 공연장이 처음 지어졌을 때는 너무나 우아하고 아름다웠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실제 가보면 굉장히 클래식하고 예쁜 장소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공연장 홀

저는 2층 중앙 좌석을 예약했고, 여기가 2층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홀입니다. 

 

문마다 이름이 붙여져 있어요. 

자리에 앉아 찍은 무대

제 자리에서 공연 전 찍어본 사진이에요. 

 

정면에서 바라본 공연장 내부 디자인과 색감이 참 아름다웠는데 사진에서 담을 수 없음에 아쉽네요 

 

본래 공연은 7시 반 시작이었는데, 사람들 입장이 너무 늦어지는 바람에 약간 미뤄지다가 참다 못한 케니지가 갑자기 예고도 없이 등장했어요. 

 

그러더니 본래 이렇게 갑자기 자신이 등장하지 않지만, 입장이 너무 늦어져서 공연도 늦어지고 있다며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추첨 이벤트를 할테니 기다리는 동안 관심 있는 사람은 통에 이름을 넣어달라고 하더라고요. 

 

공연 중간에 추첨을 해서 무대에 부른 후, 그만을 위한 공연을 하고 직접 디자인한 색소폰도 선물로 준다면서요. 

 

그런데 추첨 이벤트에 참여하려면 1인당 20달러씩 내야 해서 저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선 이런 거 하나 공짜가 없네요. 

케니지 등장

케니지가 입담도 굉장히 좋았어요 

 

말을 유머러스하게 너무 잘해서 사람들이 빵빵 터져요. 

 

60대 후반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게 목소리도 엄청 젊고, 그 유명한 곱슬 머리스타일도 그대로라, 90년대의 내가 어른의 육체를 걸치고 이곳에 앉아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니까요. 

 

케니지의 기록 중 하나가 45분 동안 쉬지 않고 색소폰으로 한 음 불기인데, 이번에도 공연 초반에 그걸 했어요. 

 

물론 45분동안은 하지 않고, 체감상 쉬지 않고 5분 이상 계속 분 것 같아요. 

 

도대체 폐활량이 어떻게 되길래 이렇게 길게 불 수 있는 거지? 했는데, 그만의 방법이 있대요. 

 

입으로 색소폰을 불면서 코로 숨을 쉴 수 있다고 하더군요. 

 

도대체 어떻게 하는지 이해는 안 되지만, 직접 눈 앞에서 본 이상 믿을 수 밖에. 

케니지와 그의 팀

건반, 드럼, 베이스, 기타, 봉고 같은 또 다른 드럼, 이렇게 해서 5명의 섹션들과 팀을 이뤄 공연을 합니다. 

 

전부 함께 한 지 20년이 훨씬 넘었다고 하고, 특히 건반을 치는 분과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30년 넘게 함께 공연을 하고 있다고 해요. 

 

물론 중간 중간 섹션 분들 만의 시간도 있고요. 

 

노래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공연이고, 대부분을 색소폰으로 채우는 공연이라 재미가 있을까 의심했던 것도 사실. 

 

그런데 2시간이 진짜 빨리 지나갈 정도로 즐겼어요. 

 

여러 색소폰을 자유자재로 불고, 피아노 치는 손가락 못지 않은 그의 색소폰 손가락 놀림도 무슨 묘기를 보는 것 같아요. 

 

팝부터 재즈까지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도 좋았고요. 

 

함께 해온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섹션들과의 합도 너무나 좋았습니다. 

KakaoTalk_20220331_174720182.mp4
3.38MB

케니지의 공연 순간을 잠깐 찍은 동영상은 바로 위에서 확인 하실 수가 있어요. 

 

예전에 갔던 락밴드 '키스'도 그렇고, 음악가들은 노장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음악을 해서 젊게 사는 건지, 아니면 공연을 위해 관리를 평소에 열심히 하는 건지, 그들의 실력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또 꾸준히 오랜시간 사랑 받으며 미국 전국 투어 공연을 할 수 있는 그들의 저력과 시스템도 부럽고요. 

 

색소포니스트 콘서트를 생애 처음 간 거였는데, 그게 케니지 공연이라는게 엄청난 행운이 같아요. 

 

색소폰이라는 악기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고요. 

 

미국에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몇 안 되는 순간 중 하나였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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